기대 커지는 현대차의 '전기차 비전'…시장 지배자 될까
하반기 아이오닉6 출시, 내년 SUV 모델 아이오닉7 공개
유럽 시장서 3위 등극···인도 시장도 '노크'
공개 2022-06-29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신차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아이오닉6 공개일이 가까워지면서 현대차(005380)의 전기차 전략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201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기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아이오닉6 돌풍 예감에 불을 지핀다. 아이오닉5가 상반기 전기차 시장을 석권한 미국과 현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것이 현대차의 계획이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의 티저 이미지 (사진=현대자동차)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1일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6’의 디자인 콘셉트 스케치를 공개했다. 아이오닉6는 현대차가 2020년 3월 공개한 전기 콘셉트카 ‘프로페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모델이다. 현대차 측은 “아이오닉6에 스트림라이너(Streamliner) 형태를 구현해 감성적 디자인과 우수한 공력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차량 내 공간의 여유로움까지 놓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스트림라이너란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한 부드러운 유선형의 디자인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적용해 낮고 넓은 독특한 비율을 지녔다는 점도 아이오닉6의 특색이다. 현대차는 이달 말 전체 차량 이미지를 공개하고, 다음 달 15일 개막하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실물 차량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직영 중고차 플랫폼 K Car(케이카)에 따르면 전국 30~49세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신차’ 조사 결과, 응답자의 35.2%가 아이오닉6를 1위로 꼽았다. 2위는 24.8%의 선택을 받은 기아 ‘EV6 GT’였고, BMW ‘i7’·벤츠 ‘EQE’·폭스바겐 ‘ID.4’(10.2%)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이오닉6는 아이오닉5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현대차의 전기차 비전을 궤도에 올리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오닉 시리즈 라인업. (이미지=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지난해 4월 첫 전용 전기차인 준중형 SUV ‘아이오닉5’를 공개했다. 올해 하반기 중형 세단 전기차 아이오닉6를 출시한 이후 2024년에는 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7’을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18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중심에 있는 모델이 아이오닉 시리즈다. 기아(000270) 역시 EV6 GT에 이어 내년에는 대형 SUV 전기차 EV9을 선보이는 등 13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인데,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을 약 12%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포부다.
 
이처럼 아이오닉을 필두로 공격적으로 전기차 확대에 나서는 현대차가 최근 더욱 공을 들이는 시장은 유럽이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유럽이 자동차 관련 탄소 배출 규정을 더욱 강화하고 있어서다. 지난 8일 EU 의결기관인 유럽의회는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승용차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신차 판매 시장에서 휘발유·경유 차량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까지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EU는 지난해부터 완성차기업이 판매하는 신차 1대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주행거리 1km당 95g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은 기업에 벌금도 부과하고 있다. 해당 규정의 경우 2015년에는 ‘1km당 130g’이었으나 6년 만에 더욱 엄격해졌다. 앞으로 2025년에는 1km당 81g, 2030년에는 59g, 2035년에는 0g으로 규제를 강화한다는 것이 EU의 방침이다. 
 
EU의 강경한 환경 기조에 난색을 보이는 완성차 업체들도 있지만, 현대차는 자신 있는 모습이다. 현재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HEV 4종(코나HEV·투싼HEV·싼타페HEV·아이오닉HEV) △PHEV 3종(투싼PHEV·싼타페PHEV·아이오닉PHEV) △BEV 3종(코나EV·아이오닉EV·아이오닉5)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규제 대응을 위해 하이브리드 판매 비중을 2020년 대비 2배가량으로 늘렸다. 2030년까지 유럽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69%까지 확대해 2035년 전기차 완전 전환에 대비하는 것이 현대차의 전략이다.
 
현대차는 작년 11월 제네시스 비전 발표회에서도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전기·수소차로만 출시하겠다’라고 선언하는 등 유럽의 전기차 대전환에 미리 대응해왔다. 내연기관 차량과 완전 전기차의 중간단계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건너뜀으로, 더욱 빠르게 시장 수요에 답하고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으로 코나EV·아이오닉EV에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전기차까지 더한 제품 믹스로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협회)
 
지금도 현대차는 유럽에서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럽 승용차 판매량은 94만8149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5% 감소했는데,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판매량은 오히려 9.8% 증가한 9만6556대(기아 4만4306대·현대차 4만3659대)였다. 폭스바겐그룹(23만9982대)·스텔란티스(19만1489대)에 이어 유럽 시장 3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과의 공신을 아이오닉5·EV6로 보고 있는데, 현대차의 유럽 소매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지난해 4월 유럽 시장 출시 이후 올해 1~5월 월평균 2500여대가 판매되고 있다. 
 
 
 
현대차가 유럽에 더해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시장은 ‘인도’다. 지난 21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8년까지 400억루피, 우리돈 6624억원을 투자해 6개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도는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로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급격히 커지고 있어, BMW·MG헥토·타타넥사 등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이미 진출한 시장이다. 인도에너지저장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약 33만대 수준이던 인도 전기차 시장은 2027년에는 연간 634만대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세일즈·마케팅 담당 이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당장은 인도 시장에 프리미엄 전기차를 도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인도 시장을 위한 합리적 가격의 소형 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전기차를 먼저 선보인 후, 시장 반응과 전기차 인프라 확산 등을 고려해 현지 맞춤형 전기차를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유럽·북미에서의 흥행을 바탕으로 인도 등 신흥국까지 시장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는 다소 부진한 중국과 일본 시장 공략에도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