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 수입보험료 끝없는 추락…시장지위 '뚝'
2016년 이후 꾸준히 감소…영업수익도 줄어
공개 2022-06-20 06:0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NH농협생명이 지난 6년간 수입보험료가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10조원을 돌파했던 금액은 지난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는 보장성보험 위주의 체질개선 작업을 이유로 꼽았지만, 경쟁사들과 다른 수익 흐름은 시장 지위를 떨어뜨리고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지난해 수입보험료가 5조8681억원을 기록해 2020년(6조3825억원)보다 8.1%(5144억원) 감소했다. 2016년 이후 보험료수익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농협생명은 과거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공제사업 부문으로 존재하다가 지난 2012년 3월 개정된 농업협동조합법 시행으로 물적 분할됐다.
 
회사는 출범 이후 4년 동안 수입보험료가 성장했다. 2012년 8조2855억원이었던 보험료수익은 2013년 9조9980억원으로 증가했고, 2014년에는 10조2920억원으로 늘면서 10조원을 넘어섰다. 2015년에도 10조5263억원을 달성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6년 9조4850억원으로 떨어진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수입보험료 현황은 △2017년 8조1380억원 △2018년 7조5023억원 △2019년 6조6858억원 △2020년 6조3825억원 △2021년 5조8681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도 내려갔다. 2015년 9.0% 수준이었던 점유율은 △2016년 7.9% △2017년 7.1% △2018년 6.8% △2019년 5.7% △2020년 5.3%로 떨어졌다. 지난해는 4.9%로 나타나 5% 아래로 하락한 상황이다.
 
보험 종목별로 살펴보면 사망보험(종신·정기보험) 부문에서 수입보험료가 증가했고 생존보험(연금·교육보험 등)과 생사혼합보험(사망보험과 생존보험 혼합 형태)에서 감소했다.
 
2015년 4조3403억원이었던 생존보험 보험료수익은 2021년 2조2600억원까지 하락했고, 같은 기간 생사혼합보험은 4조3551억원에서 1조2228억원으로 내려갔다. 반면 사망보험은 1조8309억원에서 2조3853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체질개선을 위해 저축성보험보다는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이동했다”라면서 “아무래도 보장성보다는 보험료가 저축성보험이 월등히 많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총 수입보험료가 줄어드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오는 2023년 적용되는 새로운 회계기준에서 저축성보험은 대다수 부채로 인식되는 만큼 해당 보험을 줄이고 사망보험과 같은 보장성보험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생명은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사망보험 비중이 2015년 17.4%에서 2021년 40.7%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은 생명보험 업계서 보편적인 모습이지만 수입보험료 규모가 줄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생명(032830)(유지)과 한화생명(088350)(증가), 교보생명(증가) 등 주요 보험사 수입보험료는 지난 5년간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농협생명 최대 경쟁사로 떠오른 신한라이프 역시 수입보험료가 성장했다. 최근 5년간 신한라이프(합병 전은 신한생명 기준)의 수입보험료를 살펴보면 2017년 4조5514억원, 2018년 4조3497억원으로 부진했다가 2019년 5조2636억원으로 늘어난 뒤 2020년 5조7825억원, 2021년 6조5860억원으로 뛰었다.
 
NH농협생명 건물 (사진=NH농협생명)
 
농협생명은 보험료수익이 줄면서 영업수익 역시 감소하고 있다. 2015년 12조8740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수익은 2016년 12조5754억원, 2017년 11조8643억원, 2018년 10조3089억원, 2019년 9조6380억원, 2020년 9조6636억원, 2021년 9조3679억원으로 감소했다. 대신 회사는 영업비용 규모를 더 크게 줄이면서 영업이익 성장세를 유지 중이다.
 
보유계약 건수 역시 하락 추세다. 2015년 585만건에 달했던 계약은 2016년 577만건으로 감소한 이후 2017년 558만건, 2018년 550만건, 2019년 551만건, 2020년 538만건, 2021년 520만건으로 줄었다.
 
농협생명은 전국 4800개 수준의 농축협 판매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지만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상품 판매) 의존도가 높고 설계사 채널 비중이 적다는 것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기준 초회보험료(6052억원)에서 방카슈랑스 비중은 96.9%에 달하는 반면 설계사 채널은 1.4%에 불과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유계약과 관련해 고객들의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과거 십몇 년 전에 가입했던 저축성보험들이 작년에 만기가 많이 이뤄졌고, 코로나 영향으로 신계약 건수가 조금 줄어드는 영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입보험료 규모 성장은 보험업계가 추진하는 방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며 "적은 보험료를 받더라도 체질개선 작업을 위해 보장성보험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평가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늘리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에 따라 수입보험료가 감소할 경우 외형이 축소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안 좋다고 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질적 구성의 개선이 없다면 시장 지위가 낮아질 수 있고, 보험료가 들어오는 기반 자체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수익성도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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