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D-OLED에 미래 건 삼성디스플레이, 삐걱 '위기'
이달 중 LCD 완전 철수…중소형 OLED 사업에 선택과 집중
최대 고객 삼성전자, QD 전환 지지부진
공개 2022-06-17 06:0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LCD를 대체할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던 QD(퀀텀닷)-OLED 사업에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005930)가 프리미엄 TV 사업 확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방향성을 잃은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034220)의 TV용 OLED 공급 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당초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W(화이트)-OLED를 적용한 프리미엄 TV 출시 계획을 암시한 바 있지만, 공급가 협상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 “2025년까지 QD 디스플레이에 13조원을 투자해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LCD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QD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점차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접고 OLED 사업에 집중하는 등 변혁기를 겪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LCD 가격 경쟁이 심화되자 당초 2020년 사업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후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요구대로 TV용 LCD 사업은 유지하다 최근 들어 이 사업 전체를 접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엔 글로벌 TV 수요가 감소하는 등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유럽에도 각각 QD-OLED TV 제품을 출시했지만 판매량이 집계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에도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며 지난해 매출 31조5575억원, 영업이익 4조3647억원, 순이익 3조511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34조2932억원을 육박했던 2017년 수준엔 못 미치지만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최근엔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13 시리즈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올해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다. 만약 아이폰 시리즈가 흥행하지 못하더라도 애플은 계약상 삼성디스플레이에 최소 생산량을 보상하지 못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실제 애플은 지난 2019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에게 매년 1조원 내외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재무지표도 건전한 수준이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중 유일하게 IPO(기업공개)를 하지 않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순현금 기조를 유지하며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잉여현금흐름(FCF)는 지난해 들어 크게 개선됐다. 회사의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은 2020년 3조2874억원에서 지난해 7조7446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오히려 삼성디스플레이가 QD 디스플레이 투자에 무리하게 나설 경우 초기 수익성 확보가 쉽잖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수율이 높아질때까지 투자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다. 중국 업체와의 가격경쟁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전 세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90.3%, 중국은 9.7%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 한국은 72.1%로 감소하고, 중국이 27.4%까지 치고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당분간 중소형 OLED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유기발광 디스플레이 장치에 대한 기술특허 29건, 상표 특허 4건을 각각 취득했다. 최근엔 EVD, S-EVD, U-EVD 등 OLED 제품에 적용이 가능한 이름 특허도 출현한 상태다. 상표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폰 및 태블릿 등에 적용될 새 디스플레이 명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프리미엄 TV 제품군 강화를 역설한 바와 달리 해외 시장에선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무리한 투자를 벌이긴 힘든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중국업체들 또한 TV용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가) 차세대 먹거리를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라며 짧은 답변을 내놨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