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강은영 기자] 하나은행이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외화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서 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수익률 보존을 위해 장기물 대신 단기물 중심의 자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의 외화 유가증권은 12조26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늘었다. 이는 하나은행이 운용하는 자금 중 2.94%를 차지한다.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외화 유가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전년 동기 대비 31.7% 증가한 11조770억원 △신한은행 전년 동기 대비 17.4% 증가한 8조2241억원 △우리은행 전년 동기 대비 22.1% 증가한 6조889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원화 유가증권 규모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 원화 유가증권은 △국민은행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69조4706억원 △신한은행 전년 동기 대비 17.2% 증가한 75조1096억원 △하나은행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55조4958억원 △우리은행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60조18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해외지점을 통해 들어온 외화자금을 놀리기보다는 안전자산인 채권 등에 투자함으로써 이자수익을 얻기 위한 차원에서 외화 유가증권 투자자산 규모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수익률 면에서는 외화 유가증권이 원화 유가증권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 유가증권 수익률은 △국민은행 0.84% △신한은행 1.66% △하나은행 1.21% △우리은행 1.54%를 기록했다. 원화 유가증권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이 수익률에서도 우수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외화 유가증권은 하나은행이 규모가 가장 컸지만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우리은행이었다. 외화 유가증권 수익률은 △국민은행 0.13% △신한은행 1.10% △하나은행 1.48% △우리은행 2.68%로 나타났다. 수익률이 2%를 넘게 기록한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외화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통화정책 긴축 예고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여러 악재가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은 작년 하반기 이후 하강 국면이 진행 중으로,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장기화 여파가 물가 상승압력과 경기 하강 압력을 높이고 있어 올해 하반기 이후 물가 등락과 상관없이 경착륙·침체 우려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채권시장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여전히 물가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돼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놓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008560) 애널리스트는 “채권시장은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내외로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라며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지만, 물가 정점 인식과 함께 통화정책 부담이 점차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해외 유가증권 규모가 늘어난 것은 해외 지점들의 자산 규모 확대에 따라 보유해야 하는 최소 비율 현지 통화 표시 채권 규모가 늘어나고, 최근 증가한 해외 지분 투자도 유가증권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채권 평가 손실이 발생해 수익률이 떨어졌다”라며 “이에 장기물보다는 단기물 운용을 주로 하면서 수익률을 회복하고,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장기 채권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