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밀리의서재, IPO 행보 빨간불 켜지나
KT, 밀리의서재 상장으로 콘텐츠 사업 강화
기업가치 3000억원 거론…이용자 수 이탈 여부에 주목
증시 불안 장기화에 얼어붙은 IPO 시장 우려도 나와
공개 2022-06-13 06:0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KT(030200)의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 기업인 밀리의서재가 최근 기업공개(IPO) 절차를 시작했지만 상장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외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해킹 사건까지 발생해 이용자 이탈 우려가 생긴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으로 상장을 미루는 기업이 많은 만큼 이번 사고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밀리의서재가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10일 IB업계에 따르면 2017년 30억원에 불과했던 밀리의서재 기업가치는 2019년 600억원, 지난해 1500억원, 현재 약 3000억원까지 확대됐다. 당초 지니뮤직(043610)이 밀리의서재를 인수하면서 목표했던 기업가치 1조원과는 다소 괴리감이 크지만 가파르게 몸값을 불리고 있다는 평가다.
 
콘텐츠 기업 특성상 밸류에이션은 이용자 수 확대에 기인했다. 밀리의서재 누적 회원 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450만명을 넘었다. 지난해 3월 대비 150만명 늘어난 수치다. 실적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밀리의서재의 지난해 매출은 289억원으로 1년 새 61% 성장했다.
 
(사진=밀리의서재)
 
현재 구현모 KT 대표는 미디어콘텐츠를 비롯한 신사업 육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 지니뮤직 등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키워 통신 사업 의존도를 탈피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9월 KT스튜디오지니 자회사인 지니뮤직은 464억원을 투자해 밀리의서재 지분 38.6%를 인수, 1대 주주에 올랐다. 구 대표는 지주형 회사 전환을 강조하며 신사업 중심 계열사에 대한 IPO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밀리의서재는 현재 IPO를 추진 중이다. 밀리의서재는 지난달 27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6월 대표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하고, IPO 절차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 약 1년 만이다.
 
밀리의서재는 이익 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를 통해 상장에 나설 계획이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냈더라도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에게 상장할 기회를 주는 특례제도다. 공모 물량은 상장 예정 주식수의 약 25%에 해당하는 200만주로 설정했다.
 
문제는 최근 밀리의서재가 고객 정보 유출 사건에 휘말리면서 시장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밀리의서재는 지난 3일 새벽 해킹 공격을 받아 1만3182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을 겪었다. 사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된 전화번호와 비밀번호는 암호화돼 외부에서 식별이 불가능하다"라며 "개인정보가 유통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라고 공지했다.
 
IB 업계에선 이 같은 보안 사고가 IPO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국제 경기 침체 및 증시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국내외 IPO 시장 전체가 얼어붙은 상황이라는 점도 악재다. 실제 조 단위 IPO로 기대감을 모으던 SK쉴더스는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를 받고, 상장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나승두 SK증권 애널리스트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증시 환경이 침체되면서 기업들이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이미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도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어 거래소의 상장 심사 문턱도 높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밀리의서재는 최근 해킹 사건을 겪은 만큼 이용자 이탈 등 추가적인 악재가 이어질 수 있어 밸류에이션 책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고, 거래소에서도 심사 요건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밀리의서재는 향후 공모된 자금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 및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서겠단 계획이다. 구독 서비스 특성상 손익분기점을 넘기까지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매출성장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밀리의서재는 지난해 영업손실 145억원을 내며 2020년(109억원) 대비 적자 폭을 키웠다. 자본총계 또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어 완전자본잠식이다.
 
밀리의서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수익성 악화 이유에 대해 “사업 특성상 구독자 수를 유치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광고비 등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해킹사건 이후 24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서비스를 재점검하는 등 보안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며 회원 수 이탈 등에 관해선 특이점이 확인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