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면 시장 경쟁 후끈…40년 팔도 아성 '흔들흔들'
시장규모 1500억원…연평균 10%p 이상 성장
농심·오뚜기 추격에 팔도 점유율 50%로 추락
공개 2022-06-15 06:0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일찍 찾아온 더위와 함께 비빔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팔도가 1984년 팔도비빔면 출시 이후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며 팔도의 40년 아성을 흔드는 기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여름시즌 계절면 시장점유율 1위인 팔도가 농심(004370), 오뚜기(007310) 등 경쟁업체들의 추격으로 80%에 달했던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으로 떨어지며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팔도는 전체 라면 시장에서는 4위에 그치고 있지만 비빔면 시장에선 최강자 자리를 지켜왔다. 팔도 비빔면은 지난 2020년 이후 비빔면 성수기인 여름 이전부터 연간 누적 판매량 1억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에는 1억1600만개, 2020년 1억2400만개, 지난해에는 1억2000만개가 팔렸다. 특히 7~8월 성수기에는 한달 평균 2000만개가 팔린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팔도의 부진은 농심과 오뚜기를 포함한 경쟁업체들 역시 비빔라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심은 지난해 ‘배홍동 비빔면’으로 팔도의 아성에 균열을 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만 약 3400만개(230억원), 올 들어서는 4월까지 1500만개를 팔아치움과 동시에 비빔면 2위에 자리잡으며 시장점유율 20%에 안착했다.
 
여기에 오뚜기까지 가세해 지난 2020년 내놓은 진비빔면이 누적 판매량 8200만개를 돌파하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진비빔면은 시장점유율 10%를 확보하며 시장 2위인 농심을 뒤쫓고 있다.
 
각 사의 마케팅 전쟁 또한 불꽃 튄다. 농심은 올해에도 방송인 유재석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오뚜기 또한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의 이선빈, 한선화, 정은지를 모델로 내세워 비빔면 시장 2위 탈환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에 팔도 또한 광고모델을 정우성에서 2PM 김준호로 교체하며, 글자가 다른 포토카드 2장을 모으면 팬사인회에 응모할 수 있는 ‘포토카드 이벤트’를 선보였으나 이는 사행성 마케팅 논란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라면업계가 비빔면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성장성이다. 라면시장이 지난 2013년 2조원을 돌파한 이후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반면, 비빔면 시장은 전체 라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10%p 이상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비빔면 매출은 2015년 757억원에서 2020년 14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가 낳은 ‘집콕족’의 영향으로 더욱 성장해 15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라면 시장 같은 경우는 내수시장의 한계가 있다"라며 "하지만 비빔면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성수기인 여름 외 겨울철에도 먹는 트렌드가 형성되면서 시장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사진=팔도 제공)
 
‘비빔면 1위’ 팔도의 2020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7368억원, 76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8%, 17% 증가했다. 팔도의 전체 매출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7%로 절반에 해당한다. 이 중 팔도 비빔면이 라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가량이다.
 
팔도 측 관계자는 “비빔라면 시장 자체가 해가 지날수록 커지다 보니 비빔면 제품으로 역신장을 한 적은 없다”라며 “가령 전체 시장이 500억원 규모였을 때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는 것보다 시장규모가 1500억원일 때 50%를 차지하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나. 경쟁이 심화되는 건 오히려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마케팅 논란에 대해서는 “좋은 경험을 드리고자 마련한 이벤트인데, 제품을 과다하게 구매하신 일부 소비자들이 부각하면서 논란이 커졌다”라며 “비판 여론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데 사은행사의 개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