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이뮨텍 'NT-I7'에 쏠린 기대감…가시적 성과 나올까
키트루다·티쎈트릭 병용 임상 '순항'…기술 이전 기대
하나뿐인 후보물질은 부담…고위험·고비용 리스크
"실탄 넉넉해…향후 임상 진행에 차질 없을 것"
공개 2022-06-14 08:3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면역항암제 개발업체 네오이뮨텍(950220)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핵심 파이프라인 NT-I7(efineptakin alfa) 관련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연구개발(R&D)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올해 예정된 4차례의 주요 항암학회 발표 중 벌써 2차례를 마무리했다. 아직은 매출창출이 어려운 환경이지만 무차입 경영 속에 꾸준히 R&D에 매진하는 네오이뮨텍이 글로벌 제약사 대상 기술이전(L/O)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네오이뮨텍 로고. (사진=네오이뮨텍)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오이뮨텍은 최근 ASCO에서 자체 개발 신약후보물질 NT-I7과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등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의 병용 임상 진행 현황을 발표했다.
 
NT-I7과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하는 고형암 2a상(NIT-110)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여부와 무관하게 T세포 증가를 확인했다. 임상 대상은 면역관문억제제 투여를 비롯한 여러 차례의 선행치료에도 암이 진행된 난치암 환자들이었는데, 객관적반응율(ORR), 질병통제율(DCR) 등 지표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키트루다는 다국적 제약사 MSD가 개발한 것으로 T세포 표면에 ‘PD-1’ 단백질을 억제하고 PD-L1 수용체와의 결합을 방해해 면역세포 활성화를 돕는 면역관문억제제다.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 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국내 출시 이후 빠른 속도로 판매량이 증가해 6년 만에 2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또 고위험 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용량 증량시험을 진행한 티쎈트릭과의 병용 임상1b상(NIT-106)에서는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다. 1200㎍/kg 용량(6주 간격)이 권장 용량으로 선정됐다. 줄기세포 유사 기억 T세포(Tscm)는 30배 증폭시켰고, 모든 용량 투약군에서 치료 전 대비 절대림프구수치가 늘었다.
 
티쎈트릭은 로슈가 개발한 PD-L1 계열 면역관문억제제다. T세포 표면의 PD-1 수용체와 결합하는 키트루다와 달리 티쎈트릭은 암세포의 PD-L1 수용체와 결합해 T세포와의 접촉을 차단한다. 국내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키트루다의 뒤를 잇는 대형 품목이다. 2017년 1월 첫 허가를 받은 이후 지난해 670억여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날 네오이뮨텍은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될 1b상(NIT-112) 계획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NT-I7과 노바티스의 CAR-T 세포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의 병용 요법에서 안전성과 내약성, 권장 용량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킴리아는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시장에는 비교적 늦게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출시 1년 만인 4월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며 환자 부담 금액이 5억원에서 600만원 수준까지 하락, 더욱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사진=네오이뮨텍)

네오이뮨텍의 NT-I7이 주목받는 이유는 범용성에 있다. 치료적 반응을 보이는 암종이 제한적인 기존 항암 신약 후보물질과 달리 다양한 암환자들에게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T세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T세포 부족이라는 난관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면역관문억제제를 보완해 준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지속된 항암 치료와 노화 등으로 T세포가 부족해진 환자에게도 NT-I7을 사용하면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다. 키트루다와 티쎈트릭 등 주요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임상을 진행하는 이유다. 임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사실상 항암제 시장에 새로운 판로가 열리는 셈이다.
 
다만 네오이뮨텍의 후보물질이 NT-I7 하나뿐이라는 점은 우려 요소로 남아 있다. 범용성이 넓은 만큼 1개의 후보물질로 여러 임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임상 자체만으로 고위험·고비용 리스크가 뒤따른다는 것이다. 이미 회사는 올해 1분기에만 808만8303달러(한화 약 102억원)를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지출했다. 작년에 R&D에 투자한 금액은 3357만2457달러(약 421억원)다. R&D 투자에 따라 2020년 305억원, 2021년 525억원, 올해 1분기 143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으며, 결손금은 1398억원이 누적됐다.
 
 
네오이뮨텍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투자자들이 잇따라 주식을 처분하고 있는 것에도 물음표를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일례로 네오이뮨텍의 지분 7.1%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 제약사 JK바이오파마솔루션스는 지난달 2.1%를 복수의 해외기관에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2016년 네오이뮨텍에 처음 투자를 시작했던 유한양행(000100)은 지난해 372억원어치의 주식을 처분했고, 쿼드자산운용과 밴처캐피탈(VC)인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도 잇따라 지분을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상장에 따른 엑시트(투자금 회수),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확보다.
 
다만 아직 상장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데다가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현재 2776억원의 자본잉여금을 보유 중인 만큼 당장 큰 재무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네오이뮨텍이 가진 순현금은 1420억원으로 수년째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네오이뮨텍은 실탄도 넉넉하게 장전돼 있는 데다가 기술이전 성과도 언제든 나타날 수 있어 임상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NT-I7는 T세포를 증폭해주는 후보물질이기 때문에 T세포가 부족한 감염질환 환자, 암환자 등 다양한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임상이 가능하다”라며 “크게 5가지 프로그램, 20개 적응증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어서 후보물질이 1개인 점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고와 임상에 써온 비용을 따져보면 앞으로 계획된 임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기술이전도 수개월간의 데이터 관찰과 논의 과정을 거쳐 이뤄지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