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4대 악재에 골머리…7월 타개책 나올까
화물 운송 거부에 생산 라인 중단·반도체 수급난 지속
강판·비철금속 등 원자재 비용 증가에 노사 갈등까지
공개 2022-06-13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현대차(005380)가 안팎의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자재가격 인상과 반도체 수급난, 노사 협상 난항에 더해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어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달 열리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울산지역본부는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화물차량의 운송을 거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운송거부의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대차그룹 계열 화물 운송 중개업체 현대글로비스(086280)는 19곳의 운송업체와 계약 중인데, 해당 업체 소속 화물차 기사 중 약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대차 생산 라인이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것도 약점이 됐다.
 
‘적시생산방식(JIT)’은 재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생산 형태인데, 그동안은 이를 위해 하루 평균 1만1000대의 납품 차량이 울산공장에 부품을 공급했다. 그러나 이번 운송거부로 상당수의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울산공장 생산라인도 번갈아 라인 운영을 중단하는 상황이다.
 
지금은 화물연대에 소속이 아닌 일부 기사들을 통해 부품을 조달 중이지만 다음 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사전에 확보한 부품마저 소진돼 차량 생산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화물연대가 타이어와 철강 등에 대해 운송거부를 시작한 점도 현대차에는 악재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7일에 이어 8일에도 총 7만5000t의 철강 제품을 육상으로 출하하지 못했는데, 자동차용 강판도 출하하지 못한 품목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역시 이날 생산량의 30%밖에 출하하지 못했다. 
 
현대차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비난 화물연대 운송거부뿐만이 아니다. 현대차의 올해 1~5월 누적 판매 대수는 167만455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했다. 지난 3·4월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진한 판매량이다. 산타크루즈·제네시스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조차 현대차·기아의 지난달 판매는 전년도보다 30% 줄었다.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일각에는 반도체 공급 문제 정상화에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급격히 오른 원자재 가격도 문제다. 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004020)은 지난달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t당 15만원 올렸다. 작년 상반기 t당 5만원, 하반기 12만원에 이은 2년 연속 판가 인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강판값 t당 15만원가량 올랐을 때 현대차가 부담해야 하는 추가 비용은 연간 1조원 이상이다. 현대차는 최근 출시한 2022년형 그랜저 가격을 최대 192만원 올리는 등 자동차 가격 인상 등을 통해 강판 가격 인상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강판 외에 비철금속과 양극재 소재 등의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양극재 소재 가격은 현대차의 2차전지 구매 가격과 연동돼 있고, 동박·알루미늄 등 음극재 소재 가격에 대한 협상도 배터리 생산 업체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전기차 원가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가 상승분만큼 차량 가격을 인상하면 그만인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세계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를 비롯해 신기술을 담은 차량을 쏟아내는 지금 무턱대고 가격을 올린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차량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측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유연한 반도체 배분과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라며 “경쟁력 있는 신차와 판매 전략 등으로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계속된 악재로 현대차의 수익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6조6789억원으로 전년도보다 무려 178.91% 성장했지만, 증권사 예상치보다는 3.9%가량 적었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지역별 제품 믹스 개선을 통해 증권사 추정치보다 17% 큰 1조9289억원을 달성했지만,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총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24.06% 성장하는 데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낮은 성장세는 아니지만, 2019년 말 기준 영업이익 성장률인 48.85%와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2023년에는 영업이익 성장률이 7%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주요 증권사의 전망이다.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률은 6.2%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할 전망이지만, 2020년보다 3.4%포인트 증가했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부진한 성장세다.
 
현대차 중국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중국에서의 약세는 현대차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 2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1분기 중국 내 점유율은 전년보다 0.8%포인트 감소한 1.6%로 일본계(20.1%)·유럽계(19.6%)·미국계(8.6%)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중국 자동차 시장 규모가 전년도보다 6.2% 증가하며 사상 처음으로 분기 기준 600만대를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성적이다. 올해 1분기 중국 판매량도 코로나19 사태와 반도체 수급난이 겹쳤던 지난해보다 40.2%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현대차가 부진한 원인으로 충칭공장 가동 중단과 중국 내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 강화 등을 꼽는다. 현대차 충칭공장은 소형차를 주로 생산하는데, 현대차가 중국에서 제네시스를 필두로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등 상품 라인업 개선 작업을 펼치면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그 사이 중국의 토종 완성차 브랜드들은 중국 내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저렴한 가격에 더해 폭스바겐·제너럴모터스 등 해외 완성차 기업과의 합작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전기차 부문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5위인 데에 비해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비야디(BYD)는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중국 재무부가 이달부터 연말까지 가격이 30만 위안(약 5580만원) 이하인 자동차에 대해 구매세를 절반으로 인하한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비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네시스와 현대차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하반기에 아이오닉5 등으로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완성차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세제 혜택 등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노사 불화도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임금피크제 폐지와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고, 이로 인해 현대차가 추진하던 울산공장 내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 계획도 잠정 보류됐다. 현대차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맞춰 한국전력 의존도를 줄이고자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 전력 사용량의 70%가량을 자체 생산하는 방안을 수립한 바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해당 LNG 열병합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조합원 고용·투입 계획이 빠져 고용 유발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건설에 반대했다. 전력을 자체 생산하면 공급 안정과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마저도 미뤄진 것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내달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어 유례없는 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시장별 전략과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지금의 겹악재를 타계하지 못한다면 과거와 같은 극적인 성장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7월 열리는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새로운 전략이 나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