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수준 넘어선 장기CP…"시장규율 적정성 점검 필요"
발행 만기 1년 넘어 신평사 신용등급과 맞지 않아
공개 2022-06-08 11:23:39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이미 ‘틈새시장’ 수준을 넘어섬에 따라 관련 규율과 작동 사안을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금리 상승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장기 CP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단기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유통되는 구조가 허점으로 지적된다.
 
8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장기 CP 발행 규모는 2020년 하반기 이후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 2분기 이후 분기별 발행액이 4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장기 CP의 최근 발행양상과 평균 만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말에는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NICE신용평가)
 
장기 CP 발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다섯 차례 인상되면서 장기채권 조달 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에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CP 발행액에서 장기 CP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반면 만기 1년 미만의 단기 CP 발행액은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 CP는 장기채권을 통한 자금조달을 대체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장기 CP 발행액을 잔존만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하반기에는 2년 미만(50.5%)이 절반을 넘었으나 올해 들어서는 3년 만기로 발행되는 비중(5월 기준 2~3년 물 34.1%)이 크게 상승했다. 3년 물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행물이다.
 
최근 발행양상은 신용카드와 캐피탈사로 구성된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여전사(51.4%)와 일반기업(46.7%) 비중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올해 5월까지 발행에서는 여전사 비중이 68.9%까지 증가했다.
 
장기 CP는 회사채 발행보다 낮은 규제를 받기 때문에 리스크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신용평가 업계서는 특히 장기 CP가 단기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발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CP는 기본적으로 1년 미만의 단기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어음이고, 신용평가사 역시 1년 기준으로 CP 채무증권에 대해 등급을 부여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만기 1년 이상, 보통 3년 수준의 장기 CP를 내놓고 있다. 발행사 만기는 1년을 초과하는데 채무증권이 CP기 때문에 만기 1년 미만의 CP 등급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CP 발행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근거로 이뤄지는 만큼 장기 CP가 단기등급을 바탕으로 유통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 특히 실질적 상환 가능성 측면에서 평가와 실제 사이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고, 신용도 평가와 모니터링에서도 허점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 CP에 대해 수요예측 절차가 실시되지 않는 점과 시가평가의 적정성, 가격 정보의 신뢰성 등도 문제로 언급된다. CP 시장 확대는 ‘신용평가-수요예측-시가평가’라는 자본시장을 규율하는 세 가지 주요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서 상당한 규제차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영복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현재 장기 CP 시장의 규율은 CP라는 단어가 만들어내는 관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며, 여러 가지 이슈와 문제점에 노출돼 있다”라면서 “규제차익이나 시장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며 필요할 경우 시장규율을 정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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