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자금조달·재무안정 삐걱…흑자전환 차질 빚나
상반기 중 프리IPO 계약 예정···아직 최종 제안 못 받아
원자재 가격 급증 등 대외 변수에 성장성 우려 커져
연내 흑자전환도 불투명···순차입금의존도 30% 돌파
공개 2022-06-10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인상 추세로 배터리 업계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특히 SK온의 경우 계속해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재무안정성뿐만 아니라 올해 약속했던 흑자전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기존의 단기 목표를 이루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의 2차전지 자회사 SK온은 지난달 총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ABSTB란 자산 보유자인 기업이 특수목적법인(SPC)를 세워 자산을 양도하면, SPC가 해당 자산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출해주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사채다. 이번 ABSTB의 경우 SK온은 대출채권을 자산으로 설정했고,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071050)삼성증권(016360) 등이 주관사를 맡아 총 4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발행됐다. 
 
간단히 말하면 증권사들이 유동화 시장을 통해 SK온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ABSTB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증권사들의 매입 확약 등으로 유동화 증권의 신용도가 높아져 기업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 사채이고, 만기에 원리금 전액을 일시 지급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7000억원을 한 번에 갚아야 하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SK온이 ABSTB를 발행한 것은, 미국·헝가리 공장 증설 등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데 상반기 중에 계약이 마무리될 예정이던 프리IPO(상장전 투자 유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원래 지난 4월까지는 거래 상대방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올해 2월 진행한 예비입찰을 통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KKR·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을 본입찰 적격후보로 낙점했다. 국내 투자자로는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스텔라인베스트먼트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예고했다. 하지만 상반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최종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프리IPO가 지연되는 것은 대외 변수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공급망 불안정으로 원자재가격이 폭등했다. 실제로 SK온의 양극재 구매 비용은 지난해 1kg당 2만7952원에서 올해 1분기 4만6029원으로 무려 64.7% 증가했다.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배터리는 크게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으로 구성되는데, 다행히 배터리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 소재들은 완성차 업체와 판매가 연동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큰 위험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판가 연동이 안 된 음극재·전해액 등의 소재인 동박·알루미늄 등의 가격도 올랐다는 점이다.
 
동(구리) 가격 추이.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동박의 주원료인 구리 가격은 이달 첫째 주 기준 1t당 9492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3월 가격인 4617달러의 2배 이상이며, 5월 넷째 주보다도 1% 오른 가격이다. 알루미늄 가격도 마찬가지다. 2020년 3월 초 기준 1t당 1684.5달러였던 알루미늄은 지난해 같은 기간 2154.5달러로 올랐고, 지난 6일 기준 2742달러까지 급등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구리·알루미늄 등 활용도가 높고 공인된 시장 가격이 있는 일부 원자재 품목에 대한 ‘납품단가 연동제’ 시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먼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어서 대기업 계열사인 SK온이 혜택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SK온 측은 완성차 업계와 판매가 인상에 대한 협상을 추가로 진행하고, 원재료 공급처와의 협력 등을 통해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완성차 기업들 역시 계속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로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어서,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005380)·기아(000270)·한국GM·르노코리아·쌍용차(003620) 등 국내 완성차 기업 5곳이 지난달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한 차량은 총 59만1166대로, 지난해 5월보다 2.8% 줄었다.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기조 등도 SK온 프리IPO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소비자 수요 감소에 더해 투자자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SK온이 투자자 보호가 가능한 ‘우선주’ 방식이 아닌 ‘보통주’ 방식의 프리IPO를 진행한다는 것 역시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려할 만한 점이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상장까지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초 50만원 이상으로 올랐던 LG에너지솔루션(373220) 주가가 43만원대에 머무르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인력 채용과 공장 증설 등을 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SK온의 재무 상태는 더 나빠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SK온의 부채비율은 196.9%로 200%에 육박했다. 지난해 말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아진 수치다. 총차입금의존도도 같은 기간 4.7%포인트 증가한 46%를 기록했고,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31.9%로 안정성 기준인 3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약 1400명이던 임직원 수가 현재 2000명 수준으로 늘었고, 2025년까지 매년 3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SK온 측은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합작법인(JV)을 통한 완성차 업체의 지분투자로 수혈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럽과 중국 공장 확대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인데, 중국의 경우 자국 기업 보호 정책·미국과의 대립 등이 더욱 심해지는 추세여서 현지 대규모 합작법인 탄생 가능성이 점점 줄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자료=SNE리서치)
 
시장 점유율은 늘었지만, 원자재 등 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세가 느려져 올해 흑자전환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분기 기준 SK온의 매출액은 1조2623억원으로, 1조636억원이던 지난해 4분기보다 18.68% 이상 증가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준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보다 1.7%포인트 성장해 세계 5위를 지켰다. 그러나 시장에서 1000억원 중반으로 예상했던 1분기 영업손실은 2734억원에 달했다. 앞으로 한 분기당 1250억원가량의 손실을 줄여야 연내 흑자전환이 가능한데,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368억원 감소하는 데에 그쳤다. 당기순손실은 전분기보다 28.5% 이상 늘어난 306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수익성 회복이 예상되지만, 최근의 원자재 가격 급등세 등을 볼 때 연내 흑자전환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진선미 SK온 배터리기획실장 부사장도 지난 실적발표를 통해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BEP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SK온의 실적과 재무가 모두 개선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점”이라며 “불확실성 확대로 프리IPO로 확보할 자금이 줄어들 수 있는 데다, 3조원을 조달한다고 해도 다음 투자를 위해서는 길지 않은 시일 안에 또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프리IPO는 문제 없이 진행 중이고, 전자단기사채 발행도 사전에 공시된 내용"이라며 "프리IPO 이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