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 신용도 흔들…재무 불안·수익성 하락에 ‘좌불안석’
한기평, LX하우시스 신용 전망 안정적->부정적 강등
최근 공시 통해 단기차입금 500억 증가 결정
올해 전망도 캄캄···수익성 악화·차입금 확대 이어질 듯
공개 2022-06-07 08:3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X하우시스(108670)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락하면서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 대외 경영 환경 악화로 수익성 약화를 걱정하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X하우시스가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그나마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던 한국기업평가에서의 신용등급도 A등급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LX하우시스 등급 전망 하락 내용. 자료=한국기업평가
 
3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지난 26일 LX하우시스의 무보증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주원 선임연구원은 등급 전망 하향 사유로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한 점, 앞으로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꼽았다. 이 연구원은 “건자재 부문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됐지만 대외환경 변화로 원자재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영업이익률이 하락했다”라고 설명했다. 
 
LX하우시스 실적 추이와 전망. 자료=에프앤가이드
 
LX하우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73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23% 하락했고,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2.3%에서 1.9%로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생산제품 전반에 사용되는 원료인 PVC(폴리염화비닐) 가격이 크게 올랐고 운반비까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PVC가격은 전년도보다 무려 64.4% 올랐다. 
 
자동차 부문 실적 악화도 LX하우시스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 지난 2020년 1781억원, 작년에는 55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LX하우시스는 앞으로 자동차소재부품 사업을 정리해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회복한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슬로바키아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판매 자회사 c2i를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c2i는 올해 1분기 10억8800만원의 손실을 냈다.
 
그러나 자동차 부문 정리를 통한 수익성 회복에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에도 원자재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LX하우시스의 영업이익률은 0.8%까지 내려갔다. 1분기 영업이익도 6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76.4% 줄었다. 지난 4월 PVC 가격도 전월보다 2.5% 더 올라, LX하우시스의 실적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의 집계 결과 주요 증권사가 추정한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보다 약 52.9% 감소한 수준이었다.
 
LX하우시스가 집중하고 있는 인테리어 시장의 침체도 수익성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인테리어 업계 수익의 상당 부분은 이사하는 고객의 수요에서 나오는데, 최근 아파트 거래가 크게 위축되면서 이사도 줄어 인테리어 일감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3330건으로, 1만3373건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75%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결과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의 전국 매매거래도 지난해 1분기 27만9809건에서 올해 1분기 절반 수준인 13만8349건으로 뚝 떨어졌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주택 거래량 감소로 인테리어 업체들의 2분기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LX하우시스 등 대기업 계열사도 시장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금리·물가 상승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도 주택 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LX하우시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은 차입금 증가다. LX하우시스는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종합인테리어 사업모델로 B2C(기업 대 소비자)시장 공략을 강화해 인테리어사업 성과를 본격화하는 데 집중하고 건자재 부문에서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늘려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라고 선언했는데, 이를 위한 투자가 차입금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LX하우시스는 지난해 PF 단열재 4호라인 구축으로 685억원을 지출해, 기업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이 60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재무안정을 위해 온산산업단지 자산을 344억원에 매각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지난해 5331억원에서 7627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는 7.9%포인트 증가한 29.4%를 기록하며 건전성 기준인 30%에 육박했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1분기 183.6%에서 올해 1분기 200.9%로 늘었다. 
 
LX하우시스 단기 차입금 증가 공시 발췌.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주원 선임연구원은 “경상 투자와 더불어 PF 단열재 4호라인 투자, B2C 인테리어 사업 확대를 위한 직영점 전시장 확대 등 투자 부담으로 차입 부담은 재차 증가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평가는 유동성 우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LX하우시스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500억원이던 금융기관 단기 차입금을 1000억원으로 늘린다고 공시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분기 기준 LX하우시스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은 6665억원으로 현금성자산의 2.86배였는데, 이번 차입금 증가 결정으로 3배 이상이 됐다.
 
한국기업평가는 LX하우시스의 등급 하향 요인으로 △순차입금/EBITDA 3.5배 초과 상태 지속 △차입금의존도 45% 초과 상태 지속 △EBITDA마진 8% 미만 지속 등을 꼽았다. 이 중에서 순차입금/EBITDA은 1분기 기준 3.9배, EBITDA마진은 5.7%로 이미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이후에도 EBITDA마진은 8%를 밑돌고, 순차입금/EBITDA가 3.5배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한국기업평가가 LX하우시스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해 체면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마저 떨어지면 LX하우시스는 나이스신용평가·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 3사에서 모두 ‘A+/안정적’ 등급을 받게 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LX홀딩스가 설립되고 한 달 후인 지난해 6월, 한국신용평가는 작년 9월에 이미 LX하우시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반면 LX하우시스의 경쟁 기업인 KCC(002380)는 신용평가사 3사에서 모두 ‘AA-/안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분석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가 이어져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추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이는 사업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 돼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