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대 선 양지을 티빙 대표, 적자 탈출·성장 입증할까
이명한 공동대표 사임...양 대표 단독 체제
티빙·시즌 결합으로 경쟁력 확보 검토
글로벌 진출·IPO 등 사업 확장 시동 걸 듯
공개 2022-06-03 06:00:00
[IB토마토 윤아름 기자] 티빙의 성장을 이끈 이명한 공동대표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양지을 대표의 리더십이 본격적인 검증대에 올랐다. 그간 티빙의 오리지널콘텐츠 기획·제작을 진두지휘 한 이 대표가 티빙을 떠나면서 양 대표가 적자로 고전하는 티빙을 성장시켜야 하는 막대한 과제를 떠안게 돼서다. 업계에서는 티빙이 KT(030200) 시즌과 통합을 통해 오리지널콘텐츠를 강화하고, 유료가입자 수를 늘리는 등의 전략을 취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티빙은 이명한·양지을 공동대표 체제에서 양지을 단독대표 체제로 진열을 정비하는 중이다. 지난해 공동대표로 선임된 이명한 대표가 5월 초 사임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티빙 양지을 공동대표(사진=티빙)
 
양 대표는 ‘나홀로’ 1위를 탈환하기 위한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로는 유료가입자 수 확대가 꼽힌다. 자체 콘텐츠 전쟁으로 막대한 제작 비용을 감내하고 있는 OTT 업계 현실상 흑자전환을 위해선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방법이 사실상 유일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우선 올해와 내년 유료가입자 목표치를 각각 500만명, 800만명으로 내세웠다.
 
양지을 대표는 내년까지 오리지널콘텐츠 제작 비용으로 약 4000억원을 투입, 역량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티빙은 모회사인 CJ ENM(035760)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등 시너지를 통해 한 해 동안 오리지널콘텐츠 20여 편을 선보인 바 있다. 여기에 후속작을 차례로 선보여 라인업을 확장하겠단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티빙이 KT 시즌과 통합을 통해 국내 가입자 수를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3월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 계획을 밝히고, 4월엔 강국현 KT 커스터부문장 사장이 “국내 토종 OTT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통합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면서 통합설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실제 CJ ENM과 KT, KT스튜디오지니는 4월부터 사업협력위를 구성한 상태다. 양 사 경영·지식재산(IP)·제휴 담당 주요 임원들이 참여하는 협력위는 향후 드라마 공동기획, 투자 등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티빙이 시즌과 통합할 경우 올해까지 가입자 수 500명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분석 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OTT 사용자 수는 넷플릭스 1153만명, 웨이브 433만명, 티빙 386만명, 쿠팡플레이 302만명, 디즈니플러스 153만명, 시즌 144만명, 왓챠 112만명 순이다. KT 가입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즌이 티빙과 협력할 경우 SK텔레콤(017670) 가입자와 연계된 웨이브의 가입자 수를 넘어선다.
 
지난해까지 연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티빙의 외부자금 유치 또한 양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양지을 대표는 2~3년 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외부 투자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겠다는 생각이다. 티빙은 지난해까지 개별기준 연간 누적 매출 1315억원, 순손실 595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매출 518억원, 순손실 156억원을 냈다. 하지만 ‘환승연애’, ‘유미의세포들’, ‘술꾼도시여자들’ 등 티빙의 오리지널콘텐츠들이 연달아 성공하면서 기업가치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 티빙은 지난해 3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쳐 총 21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1월 제3자배정유상증자로 JTBC스튜디오에서 200억원을 투자받았고, 6월에는 네이버(NAVER(035420))가 400억원, 10월에는 CJ ENM, JTBC스튜디오, 네이버가 약 150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올해 2월에는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를 통해 2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로 따지면 지난해 6월 유상증자 직후와 비교해 3500억원에서 2조원까지 약 6배 확대된 셈이다.
 
IPO 작업도 순항 중이다. 현재 티빙은 노무라증권 주관으로 프리 IPO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티빙은 신주발행을 통해 3000억~4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예상 밸류에이션은 1.5조~2조원 사이로 알려졌다.
 
박형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빙의 자체 콘텐츠의 활용을 통한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증가 효과가 확인되면서 밸류는 짧은 기간 급상승하고 있다”라며 “현재는 동사의 미디어 부문에 미디어 업종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인 21.4배를 부여하고 있지만 향후 티빙 가치를 반영한 프리미엄 부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지지부진한 해외 진출 사업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양 대표는 지난해 대만, 일본 등 해외 진출을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해외 사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티빙은 현재 네이버 등 파트너사와 해외 진출을 논의 중이며 6월부터는 파라마운트 등 글로벌 스튜디오와 협업을 통해 국내외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올해 초 이미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고, 파라마운트 협업 등 사업 확장을 위한 준비를 차례로 시행하는 등 사업 확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며 “2023년 유료가입자 수 800만명을 달성할 경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아름 기자 arum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