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바꾼 비엘그룹, 적자 리스크 안고 투자 성과 낼까
최근 3년간 투자활동으로 현금 577억원 유출
영업활동 통한 현금 창출 부진…3년간 -127억원
자궁경부전암·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승부수'
공개 2022-05-31 06: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올해 초 간판을 바꿔 단 비엘(142760)(구 바이오리더스)이 3년째 적자 성적표에도 투자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신약 개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인 셈이다. 다만 비엘이 과거 관리종목 위기에 놓였던 이력이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 개발 중인 신약에서의 실적 가시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비엘. (사진=비엘)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비엘의 자회사 비엘팜텍(065170)(구 넥스트비티)은 최근 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 멜라니스를 인수했다. 구주 23억4000만원과 60억원 규모의 신주발행을 통해 멜라니스의 지분 34.9%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멜라니스는 김태완 미국 컬럼비아 의과대학 교수와 이진규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가 공동 창업한 바이오 벤처로 2016년 설립됐다. 영상 바이오마커 개발 전문기업으로, 인공멜라닌을 이용해 만성질환군을 표적하는 MRI 조영제를 만들고 있다.
 
이번 기업 인수는 비엘그룹의 사명 변경 이후 첫 투자다. 비엘은 지난 3월 사명을 변경하면서 자회사들의 사명도 모두 통일시켰다. 먼저 바이오리더스는 비엘로 바꿨으며, 자회사 넥스트비티는 비엘팜텍으로, 네추럴에프앤피는 비엘헬스케어(코넥스), 티씨엠생명과학은 비엘사이언스(비상장)로 각각 변경했다. 비엘은 사명을 변경하면서 그룹 내 자회사들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신약 개발과 제품 상업화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서로 지분을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비엘의 최대주주는 박영철 대표이사로 7.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엘사이언스가 6.27%의 지분율로 2대 주주이며, 비엘팜텍도 1.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비엘은 비엘팜텍의 지분 27.5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비엘팜텍은 비엘사이언스, 비엘헬스케어의 지분을 각각 100%, 58.74%씩 보유 중이다. 지난 2020년까지만 해도 바이오리더스(비엘)→넥스트비티(비엘팜텍)→티씨엠생명과학(비엘사이언스)→바이오리더스(비엘)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였으나, 당시 관리종목 위기 해소를 위해 단행했던 유상증자에서 박영철 대표가 바이오리더스의 최대주주로 등극, 순환출자 구조에서 벗어났다.
 
 
 
비엘그룹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력이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투자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엘이 최근 3년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연결)으로 빠져나간 금액은 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109억원까지 합하면 총 686억원이다.
 
비엘은 2019년 이후 퀸트리젠 지분 취득, 코로나19 치료제와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개발, 아토피 치료 관련 일본 특허권 취득 등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기간 유무형자산 취득으로 2019년 235억원, 2020년 176억원, 2021년 9억원 등 420억원을 지출했으며, ‘종속기업에 대한 투자자산의 취득’으로도 177억원의 지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비엘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22억원, 2020년 –54억원, 2021년 –50억원 등으로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회사는 3년째 100억원대의 영업적자, 30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왔으며, 그 결과 결손금만 1분기 기준 1387억원이 누적됐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 자금조달을 통해 1125억원의 자본잉여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자본잠식 우려는 크지 않지만, 비엘과 비엘팜텍의 미상환 CB가 합계 330억원에 이르러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에 대한 부담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엘이 이같이 저조한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강행하는 것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속도를 내며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원천기술 플랫폼인 ‘뮤코맥스’와 ‘휴머맥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 중인 신약 중에서는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BLS-M07’와 자궁경부상피이형증 치료제 ‘BLS-H01’에 대한 임상이 가장 빠르다.
 
‘BLS-M07’의 경우 지난해 말 임상2b상을 마치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BLS-H01은 현재 임상 3상 단계에 있으며,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로도 2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근디스트로피 치료제 ‘BLS-M22’ 임상2상 신청 △항암제 ‘p53’ 한국·미국 임상1상 신청 등 다수 연구개발(R&D) 동력이 존재한다. p53은 합작 자회사 퀸트리젠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오는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회의(ASCO)에서 라이센싱 협상과 지분투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자궁경부전암 치료제 시장만 보더라도 전 세계 1조2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따라서 회사 입장에서는 신약 개발이 마무리되면 국내외 제약사를 통한 기술 수출 계약 등의 방식으로 흑자전환에 기대를 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도영 비엘 상무는 <IB토마토>에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임상2상을 3월 말 식약처에서 IND 승인받아 환자 투약을 준비 중"이라며 "산부인과 질환인 자궁경부전암 치료제의 임상3상 IND를 식약처에 신청 중으로 승인 이후 환자 투약을 거쳐 세계 최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비엘 IR 담당자는 "현재 흑자전환이나 영업실적 차원에서 세부적인 계획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신약 파이프라인 진행해서 라이센싱 아웃 등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자궁경부전암 치료제와 항암제, 코로나19 치료제의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