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부동산PF 부메랑 될까…자산건전성 불안 우려
운용자산 양극화 평가…손실·대처 부담감 커져
공개 2022-05-30 08:50:00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메리츠화재(000060)가 공격적인 운용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수익을 늘리고 있지만 상당 부분이 부동산PF로 구성돼 있어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라 수익 변동성과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5조9755억원으로 그 전년(4조4187억원) 대비 35.2%(1조5568억원) 증가했다. 해당 잔액은 2016년 2조3205억원에서 △2017년 2조3458억원 △2018년 2조2950억원 △2019년 3조2305억원 △2020년 4조4187억원으로 계속 늘었다. 
 
회사의 PF대출 잔액 규모는 손해보험 업계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른 경쟁사들은 지난해 기준 DB손해보험(005830)이 3조1518억원, 삼성화재(000810)가 3조1163억원, 현대해상(001450) 8853억원, KB손해보험 7333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메리츠화재 잔액이 12개 손해보험사 전체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2%에 달한다.
 
보험업계 전반으로 봐도 메리츠화재보다 PF대출 잔액이 많은 곳은 삼성생명(032830)(6조4846억원) 정도다. 교보생명(3조8721억원), 동양생명(082640)(2조8839억원), NH농협생명(1조8121억원), 미래에셋생명(085620)(1조7459억원), 한화생명(088350)(1조6220억원) 등 다른 생명보험사들도 메리츠화재보다 PF대출 잔액 규모가 작았다.
 
지난해 기준 회사는 총자산 27조5523억원 중에서 24조2150억원을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내역별로 살펴보면 △유가증권 14조9039억원 △대출 7조8612억원 △현금·예금 및 신탁 5097억원 △기타 9402억원 등으로 확인된다. 부동산 PF대출이 전체 운용자산에서 24% 수준이고 대출 부문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내세우며 운용자산에서 대출 부분을 강화했다. 전체 운용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8.4%에서 2020년 63.9%, 2021년 61.5%로 줄어든 반면 대출은 같은 기간 26.1%에서 32.0%, 32.5%로 올랐다.
 
이는 대출을 통해 얻는 운용수익의 효율성이 유가증권보다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가증권의 경우 운용수익이 2019년 1조1630억원에서 2020년 8540억원, 2021년 6359억원으로 계속 줄었고 이에 따라 전체 운용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2.6%에서 51.8%로 하락했다. 반면 대출 운용수익은 2019년 3496억원에서 2020년 4392억원, 2021년 5698억원으로 증가했고 비중도 21.8%에서 46.5%까지 올랐다.
 
특히 대출 잔액 가운데 대다수가 중소기업(6조8480억원)에 몰려 있고 여기서 상당 부분이 부동산 PF대출로 구성된 상황이다. PF대출은 신용도나 담보 대신 프로젝트 사업 계획과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것인 만큼 상대적으로 부실위험이 존재하는 여신 투자이며 이에 따른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메리츠화재 본사 (사진=메리츠화재)
 
여신 대다수가 부동산 PF대출로 채워지면서 자산건전성에서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총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 비중, 유가증권 제외)은 2019년 0.29%에서 2020년 0.25%로 한 차례 하락했다가 2021년 0.78%까지 올랐다. 또 가중부실자산비율(총자산에서 가중부실자산 비중)은 2019년 0.05%에서 2020년 0.07%, 2021년 0.18%로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이에 대해 “회사의 부동산 PF대출은 대부분 시공사 책임준공이 전제된 가운데 신탁 1순위 우선수익권 등을 담보로 하고 있어 손실 발생 위험은 크지 않다”라면서도 “향후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보험사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신용평가 업계서는 부동산 관련 여신 집중도가 높고 고위험 여신 비중이 크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하락 시 대손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메리츠화재 같은 경우 자산운용이 굉장히 양극화돼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국공채나 현금 등 안전한 자산이 40% 정도 있고 나머지 대출채권에서 부동산 PF대출이 많다”라면서 “부동산 경기가 현재는 괜찮은 모습이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회사가 투자한 부분에서 제때 원리금 상환이 되지 않거나 하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실이 한두 건 생기다가 연쇄적으로 커지면 단기간 내에 집중돼서 운용 부분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대처해야 할 부담도 커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F 투자는 담보 없이 분양 실적이나 다른 대출 차환을 통해 현금흐름이 들어와 있다 보니까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거나 분양 실적이 저조하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위험이 존재한다”라면서 “전체 시장이 안 좋아지면 전반적으로 나빠질 수 있으며, 산업단지나 주거용 등 PF별로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산운용에서는 부동산 PF 비중을 더 늘리지 않을 예정이다”라며 “분양률에 따라 셀다운(재매각)을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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