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 '국내 이커머스 1호 상장'이 어려운 몇 가지 이유
고질적 적자구조·최대주주 지분율 5.75%…수익성·경영권 확보 방안 제시 필요
공개 2022-05-25 06:0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이커머스 1호 상장을 앞두고 있는 마켓컬리의 전망이 흐리다.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해온 컬리는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물류산업의 주요 카테고리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코스피 상장이라는 산에 부딪혀 길을 헤매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불어나고 있는 결손금과 불안한 경영권, 녹록지 않은 대내외 변수 등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컬리의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사진=컬리 제공)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선 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는 지난 2014년에 설립됐다. 컬리는 '샛별배송'이라는 이름으로 신선한 식품을 새벽에 배송한다며 시장의 포문을 연 뒤 이를 번듯한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컬리가 새벽배송을 등장시켰을 때만 해도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10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2조5000억원 규모가 됐다. 
 
시장이 커지면서 컬리도 함께 성장했다. 설립 첫해 2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5614억원을 기록했다. 컬리의 매출액은 2019년 4289억원, 2020년 953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으로 여전히 성장 중이다. 
 
 
 
이런 컬리가 주식시장의 심판대에 올랐다. 컬리는 지난 3월 주관사로 NH투자증권(005940)과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선정하면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컬리의 상장여부는 이커머스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SSG.COM(쓱닷컴)과 오아시스 마켓, 11번가 등이 컬리의 상장 여부를 지켜보고 있으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거대한 시장이 된 이커머스 시장에 투자를 기다리고 있던 투자자들의 시선도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 상황이 영 좋지 않다. 컬리의 매출액이 증가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컬리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컬리의 영업손실액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 986억원, 1162억원, 2177억원으로 불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컬리의 적자 원인으로 과도한 변동비를 꼽는다. 변동비는 매출액과 연동되는 비용으로 생산량에 따라 증감한다. 상품 판매와 직접 관련되는 운반비, 지급수수료, 포장비 등이 해당된다. 컬리의 지난해 운반비는 273억원으로 2020년 120억원 대비 12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급수수료는 815억원으로 전년 465억원 대비 75% 늘었다. 이 기간 포장비만 유일하게 789억원에서 678억원으로 14% 감소했다. 
 
새벽배송시장 특수도 사라진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감소세에 따른 거리두기 해제 정책으로 이른바 '팬데믹 특수'를 노렸던 컬리는 엔데믹이 임박하면서 이커머스 성장세 둔화와 함께 성장세도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2분기 소매유통 경기전망 지수(RBSI)에서 온라인쇼핑이 107포인트에서 96포인트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컬리 홈페이지)
 
컬리의 기업가치 또한 불안요소다. 컬리의 예상 기업가치는 최소 4조에서 7조원으로 평가돼 격차가 매우 큰 상황. 기업가치 산정에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은 새벽배송이라는 시장을 개척한 창업주 김슬아 대표에 대한 기대감, 컬리의 브랜드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컬리는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기업가치 4조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반대로 '기업가치 4조도 높다'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불어나는 적자폭을 감안하면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됐다는 시각이다. 기업가치는 현재와 미래의 현금흐름에 달린 건데, 영업손실이 커지면 언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실적 추정을 할 수 없고 기업가치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컬리가 식품 온라인 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영업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상장 시 기업가치평가를 훼손시키는 요인이란 설명이다.

컬리 김슬아 대표(사진=컬리 제공)
 
또 다른 걸림돌은 창업주 김슬아 대표의 컬리 지분율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19년 10.7%에서 2020년 6.67%로 낮아졌고, 지난해 말 5.75%로 또 한 단계 하락했다. 현재 컬리 최대주주는 김 대표가 아니라 지분 12%를 보유한 벤처캐피털 세콰이어캐피탈 차이나다. 이외에도 글로벌 사모펀드가 2·3대주주에 올라있다.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은 컬리 상장 추진 내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컬리는 당초 지난해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예정이었으나 한국거래소에서 김 대표 지분율을 문제 삼아 일정이 지연된 바 있다. 김 대표 지분과 우호 지분을 합쳐 최소 20%는 돼야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게 증권거래소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컬리의 상장 여부 가능성과 관련해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녹록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하며 "최초 상장 당시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도 미미한 상황이고, 거래소 입장에서 컬리를 평가할 때 적자기업의 상장 이후 엑시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존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투자자들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치들이 있어야 하지 않나. 여러 가지 부분에서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증권업계 쪽에서는 컬리의 상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라며 "컬리가 IPO와 프리IPO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측정이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상장규모와 투입비용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 측은 <IB토마토>에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일정 등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라며 "다만 심사가 승인이 나고 시장 분위기가 회복되면 바로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시장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회복까지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다"라며 "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는 낙관이든 비관이든 단정하기가 매우 위험하지 않나. 다만 승인 시 6개월 내로는 상장을 해야 하고 컬리 또한 그에 따라 진행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가치 측정과 관련해서는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측정됐다는 평가가 컬리의 상장여부를 낙관하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로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컬리의 상장심사 결과는 지금 당장 나오는 게 아니다. 컬리는 철저한 준비 이후, 시장도 컬리도 준비가 됐을 때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회자된 기업가치로 결과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가격 또한 시장흐름에 맞춰서 변동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 측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증권업계에서 컬리 상장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다만 예심을 신청한 이상 상장을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목표나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말했다. 상장 진행과정에 대해서는 "준비 과정에서 이렇다 저렇다 말씀을 드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현재 거래소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결과는 6월 초에 발표될 것이라 예상한다"라고 답했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