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계일학 메리츠증권, '피크아웃' 우려 뚫을까
글로벌 불확실 환경에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채무보증규모 축소 예상···관련 수익 타격 불가피
순이익에서 WM 비중 업계 대비 낮아
공개 2022-05-23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글로벌 증시 침체 찬바람 속에서도 1분기 굳건한 성장을 이룬 메리츠증권(008560)이 ‘피크아웃’ 우려를 마주했다. 당장 2분기부터 효자로 꼽힌 부동산 PF 관련 지급보증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금융투자업계가 힘 쏟는 WM(자산관리) 경쟁력도 업계와 비교해 유독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개인투자자부터 전문투자자에 이르기까지 고객별 차별화 상품을 선보이며 WM 파이를 늘려가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연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3.4% 증가한 2824억원이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들은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러-우크라 사태로 인한 증시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두 자릿수 퍼센트 순이익이 줄었다는 점에서 더욱더 유의미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자기자본 5조원 이상 금융사를 대상으로 살펴보면 하나금융투자는 1분기 순이익이 12.8% 줄었고, 한국투자증권 21.7%, 미래에셋증권(006800) 33.5%, 신한금융투자 37.8%, 삼성증권(016360) 47.5%, KB증권 47.9%, NH투자증권(005940)은 무려 60.2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은 기업금융(IB)과 금융수지 수익이 선방한 가운데 자산운용(트레이딩) 성과가 전체 실적을 확고히 지탱했다. 1분기 금융수지 수익은 1053억원, IB 1246억원, 운용수익은 2309억원에 달했다.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한 포지션 관리와 비상장사 투자 수익이 주효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일례로 사업보고서상 당기손익에 산정되는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리스트를 살펴보면 메리츠증권은 1분기 주식평가이익으로 882억원, 평가손실은 302억원을 인식했다. 결과적으로 비상장사 등에 투자하며 평가이익으로만 수 백억원을 순이익으로 기록한 셈이다. 이 외에도 부실채권 담보 물건인 호주 부동산 매각을 통해 지연손해금 회수 등이 실적에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메리츠증권이 이 같은 성장을 2분기에도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1분기 효자 노릇을 했던 주식평가 이익과 부실채권 매각 손해금 회수는 일회성 성격이 짙은 데다, 주력사업인 부동산 PF 기반 기업금융(IB)과 이자 수익을 포괄하는 금융수지 부문에서 다소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채무보증 수수료수익 항목을 따로 사업보고서에 공시하진 않고 있지만,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순영업수익 중 IB와 금융 부문 비중은 80% 내외로 높은 편이다. IB 부문 손익은 대부분 부동산 PF 인수주선과 채무보증 수수료다. 금융 부문은 개인주식 담보 신용공여 등 위탁매매와 연계된 여신보다는 IB 부문과 연계한 기업 대출에서 발생한다.
 
메리츠증권 자산관리(WM) 수익 추이. (자료 = 메리츠증권)
 
메리츠증권의 채무보증규모(채무보증약정잔액)는 지난해 1분기 3조6970억에서→2분기 4조6983억원, 지난해 4분기에는 4조9358억원에 이르는 등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는 조건부인수약정, 한도대출, 대출확약 등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큰 폭의 이자·수수료수익 등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으로 통한다. 올해 1분기에는 채무보증약정잔액이 4조8300억원으로 자기자본(5조470억원) 대비 96%에 올라섰다. 부동산 PF 채무보증 허용이 자기자본의 최대 100%라는 점을 미루어 보면 메리츠증권은 이를 제한폭까지 근접시켜 수수료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셈이다.
 
문제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우려다. IBK투자증권은 2분기 메리츠증권이 대출확약(ABCP) 등 채무보증과 관련해 약 5000억원가량을 상환해 자본대비 채무보증 비중이 기존 90%대에서 80%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메리츠의 채무보증 비중이 내려가면서 부동산 PF 이자수익 등이 덩달아 축소돼 실적 타격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배경이다. 
 
'자산관리(WM)'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반포, 역삼, 청담, 판교 등에 WM 지점을 오픈하며 VIP고객 모시기에 불을 켜고 있다. 주식시장 불황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감한 반면 암호화폐와 주식 등으로 자산을 증식한 신흥 부유층들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자산관리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전통적으로 WM에서 약세를 보여왔다. 1분기 자산관리(WM) 수익은 84억원으로 전체 순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4%에 그친다. 이는 자기자본 5조원대 피어그룹(비교그룹)과 비교하면 더욱더 체감이 크다. 일례로 올해 1분기 하나금융투자는 당기순이익 1187억원을 올렸는데 WM부문 순이익은 156억원이었다. 전체 순이익 중 13%에 달하는 규모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고객 예탁 자산이 늘어나는 등 WM 부문도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WM 강화 측면에서) 상장지수(ETN)이나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액결제서비스(CFD) 등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고, 이와 관련 타사는 다루지 않은 상품을 취급하거나 업계 최저수준 CFD 수수료를 제공하는 등 차별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