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녹십자홀딩스, M&A로 몸집 불리기
현지법인 통해 바이오센트릭 인수…지주회사 투자 비율 72.6%
작년 말 현금성자산 3356억원…"바이오텍 투자 이어갈 것"
공개 2022-05-17 06:0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녹십자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지난해 현금성자산만 3000억여원을 확보한 지주회사가 두둑한 현금 곳간을 바탕으로 계열회사의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엔데믹(풍토병화)에 발맞춰 글로벌 시장 진출,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GC녹십자 전경. (사진=GC녹십자)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의 미국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코에라(Coera)’는 지난 11일 900억원을 들여 ‘바이오센트릭(Biocentriq)’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 바이오센트릭은 뉴저지에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CDMO 전문기업이다. 자가·동정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번 M&A는 녹십자홀딩스(005250)(GC)와 지씨셀(144510)(GC셀)이 코에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같은 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사는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653억원(72.6%), 247억원(27.4%)을 투자했다.
 
 
 
지주회사인 GC가 자칫 재무적 리스크가 뒤따를 수 있는 GC셀의 M&A에 도움을 보태는 모양새다. GC셀은 지난해 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이 통합되며 설립된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이다. 오미크론 확산세에 따라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보유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0억원 수준으로 바이오센트릭 인수에 소요되는 900억원을 감당하기엔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GC는 지난해 말 기준 3356억원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의 마이너스(-) 폭이 넓어지면서 전년보다 24.5% 감소했지만, 2019년 보유 자산인 1765억원 대비해선 2배 가까이 높다. 이에 따른 이익잉여금은 9452억원으로 2년 만에 26.8% 불어났다.
 
GC가 계열회사의 M&A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GC셀의 미국 관계사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가 NK세포치료제 임상을 위해 지난 2020년 6월과 지난해 1월에 걸쳐 진행한 84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1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아티바는 GC셀의 전신인 GC녹십자랩셀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당시 GC와 GC녹십자랩셀은 아티바의 지분을 각각 51%, 34%씩 보유하고 있었으나, 아티바가 양사에게 전환우선주 유상증자를 발행하면서 의결권 비중이 하락, 종속기업에서 제외됐다.
 
또 2020년 2월 GC케어(구 GC녹십자헬스케어)가 2088억원을 들여 유비케어(032620)를 인수할 때도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GC가 789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유상증자는 1600억원 규모로 실시됐는데, 그 중 GC케어가 인수금융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500억원으로 총 1289억원을 녹십자그룹에서 부담했다. 이후 녹십자그룹에 합류하게 된 유비케어는 작년 9월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 전문기업인 아이쿱의 지분 33%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같은 공격적 M&A를 통해 GC가 확보한 계열사 수는 작년 말 기준 38개(상장 11개, 비상장 27개)다. 신약 개발 실패 리스크가 큰 바이오 사업 특성을 감안해 M&A 전략을 활용하면서 세를 불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등 외부적 요인에 따른 변동성이 큰 만큼 자회사 경쟁력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M&A 행보에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신약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세를 불린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단순 차익을 위한 금융투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말 GC의 금융수익은 578억원으로, 타법인 지분 취득·처분만으로 462억원의 평가손익을 달성했다.
 
GC는 투자 행보를 앞으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GC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지주회사 차원에서 자회사뿐 아니라 다른 바이오텍에 대해 활발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GC셀은 추가 북미 시설 증설을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