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철수설…GS리테일 '랄라블라',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
수년째 적자폭 이어져...GS리테일 실적까지 ‘발목’
판매채널 다각화 통해 반전 꾀하지만...증권가 예측은 ‘글쎄’
공개 2022-05-16 08:50:00
[IB토마토 김주리 기자] GS리테일(007070)의 H&B 스토어 랄라블라가 또다시 존폐 위기에 놓였다. 성과없이 부진했던 수년간의 사업이 1분기 실적에서 다시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GS리테일의 영업이익까지 깎아 먹고 있기 때문이다. GS리테일은 판매 채널 개선, 온오프라인 병합 판매 등을 꾀하며 랄라블라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랄라블라의 사업 철수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지난 2004년 왓슨스홀딩스와 각각 지분 50%씩을 출자, 합작법인 왓슨스코리아를 세웠다. 이후 왓슨스코리아가 두자릿수 만년적자를 기록하는 등 마이너스 실적이 계속되자 2017년 2월에는 왓슨스코리아의 지분 50%를 119억원에 인수하면서 3월, 100% 자회사인 왓슨스코리아를 흡수합병했다. 당시 GS리테일은 합병 이유에 대해 출점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GS리테일의 물류 인프라 활용 등으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다. 두자릿수였던 왓슨스코리아의 적자는 세자릿수로 불어나며 랄라블라로 브랜드명을 바꾼 합병 이듬해인 2018년 2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159억원, 2020년 188억원, 2021년 292억원(추정)의 적자를 냈다.
 
최근 1년간 랄라블라의 자세한 실적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8년 랄라블라의 상황이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GS리테일은 지난 2020년 3분기부터 랄라블라의 실적을 ‘공통 및 기타’에 합산해 공시했다. 이전까지 별도 사업부문으로 표기했지만 매출·영업익 규모가 작아 회계 기준에 따라 양적 중요성 기준에 미달되면서 비주력 사업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매장 폐점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랄라블라의 매장수는 2017년 186개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부터 감소세를 이어왔다. 매장수는 2018년 168개→2019년 140개→2020년 124개→2021년 70개로 5년새 50% 이상 줄어들었다.
 
 
 
한때 전성기를 맞았던 H&B 스토어 업계는 CJ올리브영과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023530)의 롭스 등 유통 강자들이 가세한 격전지였다. 이후 신세계(004170)의 시코르와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세포라까지 H&B 사업에 참여하면서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다양한 판매 채널을 구축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친 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로 시장이 전환되면서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랄라블라와 롭스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퇴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밖에도 브랜드 차별화 실패, 일괄적인 판매 채널과 프로모션 부족 또한 실패의 이유로 꼽힌다. 롭스 또한 실적 부진을 기록하며 현재 로드숍 매장을 전면 폐장하고 지난 3월 멤버십 등급제를 종료, 온라인몰 또한 폐쇄했다. 대안으로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인 롭스 플러스 매장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랄라블라 역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GS리테일은 랄라블라의 매장을 줄이는 대신 최근 GS25 내 뷰티 전용 매대 운영에 들어가는 등 판매 채널을 다각화했다. 뷰티 전용 매대에서는 랄라블라의 국내외 13개 협력사 제품 60여종이 판매된다. 오는 2022년까지 2500곳의 GS25에 뷰티 전용 매대를 설치한다는 계획으로, GS25가 전국 1만5000곳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섯 곳 중 한 곳에 뷰티 전용 매대가 마련되는 셈이다. 
 
(사진=GS리테일)
 
다만 편의점 판매를 통한 판매채널 다각화가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난 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GS리테일의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2개분기 연속 실적 쇼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GS리테일의 주력인 편의점 사업은 같은 기간 경쟁사인 BGF 리테일 CU와 비교했을 때 실적이 현저히 밑돌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GS리테일의 연결재무제표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 2조 5985억원, 영업이익 273억원으로 각각 23.7%, 마이너스 27.2%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증권가 추정치 영업이익 566억원을 52% 이상 하회하는 실적이다.
 
특희 주력사업인 편의점의 경우, 매출액 1조 7557억원(전년동기대비 +6.5%), 영업이익 340억원(전년동기대비 –18.7%)을 기록해 인건비, 광고판촉비, 옴니채널 구축을 위한 비용 증가에 따라 영업실적은 기대치였던 449억원을 24.7% 하회했다.
 
증권업계는 편의점 사업부 회복세가 경쟁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온라인 및 옴니채널 구축에 따른 비용적 부담이 예상치를 상회했으며, 홈쇼핑 연결 편입에도 불구하고 영업실적이 감소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랄라블라는 퀵커머스와의 연계를 노리며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앱 요기요와 손잡고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미용소품 등 100여 종의 상품을 요기요 앱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이 또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년 2위'인 요기요 또한 배달의 민족에 밀려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앱 사용자 수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요기요를 통한 옴니채널 구축이 실패함에 따라 랄라블라는 최악의 경우 사업 폐쇄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는 <IB토마토>에 “랄라블라 사업은 결국 철수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편의점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할 것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달비까지 지불하며 화장품을 배달받겠나"라며, "랄라블라는 현재 점포망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잘라말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실적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H&B 업계 자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크게 받은 업종이라는 시각으로 봤으면 한다”라며 “랄라블라 뿐만 아니라 업계 자체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랄라블라는 현재 외형을 확장하기보단 우량점 육성을 위해 퀵커머스와의 연계, 차별화된 상품 개발, 편의점과의 시너지 등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랄라블라의 사업 폐쇄 예측과 1분기 ‘기타’ 부문의 마이너스 성장에 대해서는 “공시적인 부분은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라며 “디지털사업에 대한 투자가 다면적으로 진행되는 부분도 있고, 어느 한 쪽으로 대답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랄라블라는 랄라블라만의 다양한 전략을 수행하며 현재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주리 기자 rainbo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