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발 넓히는 하나금융투자…국내시장 한계 벗어나나
베트남 국영은행 BIDV의 자회사 DSC 지분 35% 획득
그간 해외 법인 제로···글로벌 경쟁력 다소 부족
베트남을 계기로 해외사업 확대 박차···하나은행과 시너지 관건
공개 2022-05-10 06:0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하나금융투자가 베트남 증권사 지분을 취득하며 동남아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미 하나은행이 현지에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그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 안착에 고삐를 당기겠다는 목표다. 하나금융투자는 초대형 증권사지만 그동안 해외사업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베트남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하나금융투자(하나금투)는 베트남 1위 국영은행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의 증권 자회사인 BIDV Securities(BSC, BIDV증권)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하나금투는 신주인수계약 방식으로 총 1420억원을 투입해 BSC의 지분 35%를 확보하게 됐다.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사진=변세영 기자)
 
BSC(BIDV Securities)는 지난 1999년 출범한 증권사로 베트남 1위 국영은행 BIDV가 79.9%의 지분율을 보유한다. 지난해 기준 당기순이익은 188억원, 자기자본이익률(ROE) 22.2%다. 주식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은 11위 수준으로 현지시장 중상위권 사업자 지위를 갖는다. BIDV에 이은 최대주주에 올라선 하나금투는 위탁매매, 신용융자 등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 등을 리뉴얼하며 고객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향후 고객 기반 데이터를 통해 자산운용업 등 신사업 진출도 주도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다.
 
하나금투는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초대형 증권사임에도 글로벌 사업에서 만큼은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업보고서상 출자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하나금투는 300여곳 이상에 지분투자(경영참여·일반투자·단순투자) 등을 단행했는데, 이중 해외법인은 단 한 곳도 없다. 투자 자문을 진행하는 형태로 중국에 하나지분투자관리(심천)유한공사를 두고 있긴 하지만 일종의 ‘사무소’ 개념으로 일반적인 정식 법인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았다. 실제 심천유한공사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은 7700만원에 그쳤다.
 
  
이는 하나금융지주(086790) 그룹 차원에서 비교해도 대비가 크다. 현재 하나은행은 중국과 미국(뉴욕, 로스엔젤레스), 캐나다, 독일, 브라질, 멕시코 등 글로벌 각지에 법인을 두고 활발한 해외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비금융분야에서는 하나금투보다 덩치가 작은 하나캐피탈이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 진출해 네트워크를 확장했다. 그룹 비금융분야 대표주자 임에도 하나금투의 글로벌 경쟁력이 유독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3년 전까지만 해도 자기자본이 1조8000억원대 수준이었는데 최근에 5조원으로 늘어난 만큼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 확대를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 지분 인수를 계기로 신남방이나 신동방 등 아시아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나금투가 제1기지로 베트남을 선택한 건 금융시장의 높은 잠재력 때문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베트남의 인구는 9600만여 명 세계 15위 규모로 오는 23년에는 1억명 돌파가 가시적이다. 그중에서도 인구 세대가 젊다. 2020년 기준 만 19세 이하의 베트남 인구는 약 29.9%, 20~39세 인구는 32.5%로 40세 미만이 60%를 초과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속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려들면서 신규 증권계좌 가입 숫자가 신기록을 경신하는 등 시장에 변곡점이 나타났다는 게 특징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6.5%로 전망했다.
 
하나은행이 지분투자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사진=BIDV 홈페이지)
 
형님 격인 하나은행의 성공기도 주효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하나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이 지분 15%를 갖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은 80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3657억원) 대비 무려 118%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 불확실성 속에서도 하나은행이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하나금투가 초기 정착 어려움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덜어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과 증권사는 복합형태로 고객을 소개(영업)하거나 기업금융 부분에서 겹치는 IB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형태로 발전을 꾀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하나금투가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권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가 두 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인구가 2억7000만명으로 중국과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에 달하는 데다 베트남처럼 20·30세대 비중이 커 디지털금융 측면에서 유망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에 이미 깃발을 꽂은 것도 한몫한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전개하는 해외법인 실적을 뜯어보면 중국법인(유한공사) 순이익이 571억원으로 1위다. 이어 2위는 175억원 순이익을 올린 인도네시아 법인(PT Bank KEB Hana)이 차지했다. 하나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안정적인 궤도를 달리는 만큼, 하나금투도 추가적인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은행 비즈니스가 현지에서 탄탄하게 심겨 있는 만큼, (베트남에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