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E1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의문부호 붙는 까닭은
LS, E1과 50:50으로 전기차 충전소 전문 법인 설립
E1 LPG 충전소 전국 350곳 vs SK에너지 주유소 3000여개
LS 강점 '급속충전기'도 이미 도입···더 큰 차별화 필요
공개 2022-05-06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LS(006260)그룹과 E1(017940)이 전기차 충전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LS그룹의 전기·전력 부문 기술과 E1의 LPG 충전소 운영 노하우를 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천 곳의 주유소 인프라를 지닌 기업들이 모두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며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E1과 LS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붙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S(006260)그룹 지주회사 ㈜LS와 계열사 E1(017940)은 지난달 27일,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과 운영 사업 개발을 위해 신규 법인 LS E-Link(엘에스이링크)를 설립한다고 공시했다. ㈜LS와 E1은 50:50으로 출연해 LS E-Link를 세우기로 했다. LS E-Link 앞으로 ㈜LS의 자회사이자 그룹 내 전기차 충전 분야 사령탑으로서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LS와 E1은 LS가 LS전선·LS일렉트릭 등을 통해 보유한 국내 1위 전기·전력 분야 기술력과 LPG충전소를 운영해온 E1의 경험을 통해 전기차 충전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LS(006260)전선은 국내 최초로 800V 고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차용 권선을 양산 중이며 전기차용 고전압 하네스(전기차의 전기 신호를 각 부품에 전달하는 배선), 배터리팩 등을 생산하고 있다. LS일렉트릭(LS ELECTRIC(010120))은 스마트 전력 설비 기술 등 배전 분야에 강점이 있다.
 
양사가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나서는 것은 올해 취임한 구자은 LS그룹 회장의 ‘전기화’ 기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결국 ‘전기화(電氣化)’ 시대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LS가 강점을 지닌 전기·전력·소재 분야의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차별적인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여 미래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E1 Orange Plus 개소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왼쪽 세번째부터 구동휘 E1 운영담당 대표이사 전무, 구자용 E1 사업담당 대표이사 회장, 허석규 성남에너지 대표) 사진=E1
 
E1은 지난해 11월 이미 LPG·수소·전기 충전소와 차량 관련 편의 서비스를 결합한 미래형 복합충전소 브랜드 ‘E1 오렌지 플러스(Orange Plus)’ 1호점을 개소했다. 지난 27일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휴맥스모빌리티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휴맥스모빌리티는 휴맥스(115160)의 모빌리티 사업 자회사로, 주차장 운영(하이파킹)을 기반으로 전기차 충전(휴맥스 EV)·차량 공유 서비스·주차 설비(휴맥스 팍스) 등 사업을 영위하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다. E1의 전기차 충전소 설립과 운영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충전소 인프라 부족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LS와 E1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 후발 주자로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국내 주유소 점유율 상위 3곳은 모두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이 보유한 주유소는 각각 2000곳이 넘는다. 지난해 기준 점유율 1위인 SK에너지는 2974곳의 주유소를 보유하고 있고, SK네트웍스(001740) 주유소를 인수한 현대오일뱅크는 2390곳, GS칼텍스는 2246곳의 주유소를 갖고 있다. 4위인 에쓰-오일(S-Oil(010950))의 주유소도 2138곳에 달한다. 반면 E1이 보유한 국내 LPG 충전소는 350여개에 불과하다. 
 
SK 박미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진=SK에너지
 
SK에너지는 지난 2월 주유소와 전기차 충전소를 결합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점을 열었다. 주유소에 설치된 태양광 연료전지 설비로 친환경 전기를 생산해 전기차를 충전하는 통합 주유·충전소로, 20.6킬로와트(㎾)급 태양광 발전 설비와 300㎾급 연료전지 발전 설비를 갖췄다. 현행법상 주유소에는 연료전지 설비를 설치할 수 없는데 SK에너지는 지난해 5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주유소 연료전지에 대한 실증 특례 승인을 받았다. SK에너지는 2023년까지 전국 190개소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GS칼텍스의 미래형 복합 주유소 브랜드 '에너지플러스 허브' 사진=GS칼텍스
 
2019년 7월 전기차 충전소 사업 계획을 내놓은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20여곳의 충전기 설치주유소를 운영 중이다. 2023년까지 주유·충전소를 200개소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GS칼텍스 역시 2019년에 충전소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020년에는 미래형 복합 주유소 브랜드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만들고, 전기·수소차 충전이 가능한 물류·에너지 거점 역할을 하는 주유소를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GS칼텍스는 현재 전국 70개 주유소·LPG 충전소에 전기차 충전기 100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뿐만 아니라 에쓰오일도 지난해 4월 전기차 충전소 사업 개시를 알렸고, SK네트웍스(001740)도 전기차 충전소 운영 기업 ‘에버온’에 1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모빌리티 사업 강화를 예고했다. 현대차(005380)그룹도 롯데그룹·KB자산운용과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2025년까지 전국 주요 도심에 초고속 충전기 2500대를 설치·운영할 방침이다. 신세계(004170)그룹의 정보기술(IT)서비스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신세계(004170)I&C)도 전기차 충전기 제조기업 SK(034730)시그넷과 손잡고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밖에도 효성(004800)·한화(000880) 등 전기차 충전 사업을 영위하고 있거나 사업 시작 예정인 기업들이 적지 않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주유소에서만 기름을 넣는 내연기관차와는 달리 전기차는 아파트 단지나 건물 내부·공용 주차장 등에 마련된 충전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에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LS와 E1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진출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이유다. 
 
LS가 고전압·고용량 배전 분야에서의 기술력을 활용해 급속충전을 경쟁력으로 삼는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에너지는 에너지슈퍼스테이션에 350㎾급 초급속·100㎾급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 2020년 이미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차지인’과 업무협약을 맺고 도심권 주유소에 100㎾급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GS칼텍스는 현재 100대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LS일렉트릭이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급속충전기도 100㎾급 제품임을 고려하면, 더 큰 차별화 없이는 인프라 부족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