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해외 영토 넓힌다…수익성 확보 대안 될까
인도네시아 법인에 1174억원 투자…미얀마 투자 6배 수준
미얀마 진출 후 3년 만에 흑자 전환…당장 이익은 어려워
공개 2022-05-04 06:00: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우리카드가 수익성 확대를 위해 6년 만에 인도네시아 할부금융사 인수를 선언하며 해외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 해외 법인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금액은 미얀마 투자 금액의 6배 수준으로 첫 해외 할부금융 영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해외법인 투자금액이 상당할 뿐 아니라 첫 번째 해외 법인인 미얀마가 3년이 지나 손익분기점에 접어든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 확보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우리카드가 해외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1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67% 줄었다. 현재 우리카드가 보유한 해외법인은 미얀마가 유일하며, 지난 2016년 법인설립을 완료한 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군부 쿠데타 영향이 컸다.
 
미얀마에서 발생한 쿠데타 영향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지 못하고 최소한의 인원을 중심으로 기존 대출을 유지하는 수준의 영업에 머물렀다.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흑자 기조를 유지한 점은 성과라는 것이 우리카드의 설명이다.
 
우리카드는 미얀마 진출 후 3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 2019년부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설립 후 첫 번째 해인 2017년 3억4900만원의 손실, 2018년 3억4600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후 2019년 2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어 2020년 36억원, 21년 12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6년간 해외법인 1곳만을 보유하고 있던 우리카드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80%을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금 해외 진출 시장에 나섰다. 투자 금액은 1174억원으로 미얀마 법인에 투자한 금액 196억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 큰 수준이다. 국내 금융당국 승인과 인수통합작업을 통해 빠르면 오는 8월 인도네시아 해외 법인이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가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게 된 것은 녹록지 않은 국내 카드업계 환경 때문이다. 올해부터 금융당국이 가맹점 수수료를 매출 규모에 따라 0.1~0.3%p 낮추기로 했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4~5% 수준에서 관리하기 위해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출에 카드론도 포함하도록 했다. 작년 7월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이 국내 영업을 통해 수익을 확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네이버(NAVER(035420)), 카카오(035720) 등 거대 빅테크 기업이 간편결제 시장에 진출해 영역을 확장하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카드사는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카드가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지만, 투입된 자본만큼 수익성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첫 번째 단독법인인 미얀마의 경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지 3년이 넘어서야 첫 번째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도 바로 수익이 나올 것으로 보기 어렵다.
 
카드사들이 해외 영업을 벌어들인 수익은 큰 편이 아니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각각 3곳, 4곳의 해외 법인을 두고 있다. 작년 국민카드와 신한카드의 해외 법인 순이익은 159억원, 1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해외에 진출해있던 미얀마 법인이 쿠데타 영향을 받으면서 이익이 전년 대비 줄었다.
 
이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은 수익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국민카드는 라오스·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 등에 투자한 금액이 총 1조원에 육박한다. 신한카드도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미얀마·베트남 등에 총 5614억원을 투자했다.
 
금융지주 주요 카드사의 경우 기존에 진출해있는 은행 해외 법인 지역에 거점을 두고 영업을 시작해 은행과 시너지를 내며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여러 지역에 해외 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지만, 아직 우리카드는 우리은행과 협업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주로 진출한 동남아의 경우 금융 선진국과 같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투자 규모가 클 수밖에 없고, 투자 금액 대비 수익성이 크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라며 “당장 만족할만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잠재성 측면에서 수익성도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우리카드)
 
우리카드는 진출한 해외 법인을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소액금융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미얀마 법인은 대출 등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에 투자를 결정한 인도네시아 법인은 처음으로 해외 할부금융 영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국내에서만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 발굴 차원으로 인도네시아 투자를 통해 해외 진출을 결정했다”라며 “해외 법인을 확대하기보다는 두 곳의 해외 법인에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