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초석 다지는 한화투자증권, '반쪽IB' 꼬리표도 뗄까
두나무·토스뱅크 지분 투자 '잭팟'
강호 WM 외에도 홀세일·트레이딩 등 고른 성장
DCM 대비 ECM 존재감 미미
공개 2022-05-04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한화투자증권(003530)이 본업과 부업에서 모두 날개를 달며 성장 발판을 다지고 있다. 본업에서는 사업 전 부문이 고르게 호조세를 보이는 데다,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진행한 지분투자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투자은행(IB)부문의 경우 전통 IB사업으로 꼽히는 주식자본시장(ECM) 역량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에서 ‘반쪽 역량' 해결이 과제로 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 미국 퀄컴으로부터 디지털 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분 6.14%를 583억원에 취득했다. 이후 두나무는 가상화폐 투자 붐을 타고 폭풍 성장했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 지분은 장부가액 6514억원으로 평가됐다. 당초 취득금액을 제외하면 사업보고서상 평가손익만 5931억원을 올린 것이다.
 
(자료=서울거래 비상장 캡처)
 
물론 해당 평가손익은 보수적으로 측정된 금액이다. 비상장 거래플랫폼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비상장주식거래 시장에서 두나무의 시가총액은 13조6947억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6.14%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분 가치만 840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연결기업이 아닌 단순 지분투자는 금융자산(장부가액)으로 평가돼 직접적인 수익에 영향을 주는 구조는 아니지만, 지분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사의 자본도 증가한다는 점에서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커진다는 이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자기자본의 200%, 일반금융투자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공여 등을 전개할 수 있어서다. 아울러 향후 피투자기업 기업공개 시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노려볼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지분투자 성공사례로 토스뱅크도 빼놓을 수 없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토스뱅크 지분 7.5%를 75억원에 매입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어 지난해 475억원을 추가로 투자한 뒤 올해 1분기에도 다시 300억원을 투입했다. 한화투자증권이 갖는 총 보유지분은 10%다.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토스와 토스뱅크 등을 전개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14조6643억원 기업가치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에서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45.35%(전환주 주식 포함)를 갖는 토스뱅크는 5조원 대 이상 몸값이 거론된다. 결국 장외시장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단순히 두나무와 토스뱅크 지분을 합하면 29일 종가 기준 한화투자증권 시가총액인 1조390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 된다.
 
본업에서도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 당기순이익은 전년(671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1441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전통적으로 WM에 강했는데 최근 홀세일와 트레이딩 등 전 부문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부 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WM 본부는 전년 대비 13%, 홀세일 본부 26%, 트레이딩본부는 무려 124% 껑충 뛴 852억원 순영업수익을 창출했다.
 
(사진=한화투자증권 홈페이지)
 
특히 IB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IB본부는 1079억원 순수익을 올리며 영업수익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전년 대비 무려 62% 증가한 수치다. 성장률로만 따지고 보면 트레이딩 부문이 가장 컸지만, 자기매매 자체가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이 다소 크다는 점에서 IB의 입지가 도드라지고 있다. 다만 새로운 먹거리로 등극한 IB부문의 경우 실적 치우침이 큰 것은 약점으로 거론된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은 DCM(부채자본시장)으로 일컬어지는 국내 채권 부문에서 1조600억원을 주관하며 10위권 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ECM 성적표는 초라했다. ECM은 IPO(기업공개)와 유상증자가 양대 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유상증자 주관을 단 한 건도 하지 못했다. 2020년에 이어 연달아 유상증자와 관련한 주관 실적을 쌓지 못한 것이다. 기업공개(IPO) 부문도 갈 길이 멀다. 2020년 기업공개 주관이 전무했던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2건을 주관했는데 첫 번째 에이비온(203400)은 코스닥 이전상장으로 미래에셋증권(006800)과 공동주관, 나머지 한 건은 기업인수목적 스팩 상장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주관실적은 260억원, 인수실적도 189억원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이 스팩상장을 제외하고 단독 주관한 기업공개는 2013년부터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기업공개(IPO) 트렌드가 공동대표주관사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게 많은 걸로 알고 있다"라면서 "기존 WM이라든지 IB든지 어느 하나라도 간과할 수 없이 중요한 만큼 향후 계속 기회를 늘려 (ECM) 강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