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농심, 본업보다 투자에 관심?…기타금융자산 급증
현금성자산 절반 줄고…기타금융자산 전년보다 4배 늘어
올해 1분기 실적 개선 전망…"기저효과 및 가격 상승 영향"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 '숙제'…장기 금융투자 여력 상쇄
공개 2022-04-28 08:50:00
[IB토마토 최용민 기자] 현금 곳간이 두둑한 농심(004370)이 지난해 투자를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타금융상품에 적극 투자하면서 투자활동현금흐름 마이너스도 전년보다 2.4배 늘었다. 농심의 풍부한 유동성은 수년 간 이어진 호실적 덕분으로 올해도 실적 개선 기대감 속에 현금성자산이 꾸준히 늘어나며 투자여력은 넉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유동성 기타금융자산 규모가 1543억원을 넘겼다. 이는 356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1년 만에 전년보다 1187억원을 더 유동성 기타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이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74억원을 기록해 3254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실제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에 나타난 신규 기타금융자산 투자액은 1604억원에 달한다. 453억원을 신규 투자한 전년보다 3.5배 많은 수치다. 이로 인해 지난해 투자활동현금흐름 적자폭도 2020년 1320억원에서 3188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이 6040억원을 기록해 4676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보다 2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신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농심)
 
농심이 지난해 새로 투자한 유동성 기타금융자산은 대부분 지급청구권이 표시돼 있는 채무증권이다. 반면, 비유동 채무증권 투자액은 전년보다 15억원 늘어 35억원에 그쳤다. 시장 변화에 따른 자금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주로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 채무증권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채무증권에는 국채증권, 지방채증권, 특수채증권, 사채권, 기업어음증권 등이 있다.
 
농심이 기타금융자산 투자에 적극 나선 이유는 최근 실적 개선이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농심은 수년간 매출 2조원대와 영업이익 1천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기타금융자산 투자가 적극 이뤄지기 직전 해인 2020년에는 매출 2조6397억원, 영업이익은 160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788억원으로 집계된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490억원을 거두며 전년(71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크게 늘었다. 실제 2017년 1553억원에 불과했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년만인 2019년 3177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어 2020년 3254억원까지 증가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금융상품 투자 등으로 2021년 1년 만에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다.
 
아울러 농심은 올해도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자산 투자를 더 늘릴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농심은 올해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각각 15%, 29% 성장한 7289억원, 365억원으로 추산했고, 유안타증권은 전년보다 각각 11%, 21% 성장한 7026억원, 34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시장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와 함께 지난해 단행한 라면 가격 인상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대신증권은 농심의 1분기 라면시장 점유율이 58.3%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p 상승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1분기 국내 라면시장(5678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8% 확대된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아무래도 현금성자산이 쌓이다 보니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타금융자산 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향후 금융자산에 더 만이 투자할지 여부는 지금 당장 언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은 변수로 지목된다. 원가율이 높아지면 수익성이 떨어져 농심이 금융자산 등 본업이 아닌 곳에 오랫동안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68.3%에 머물렀던 원가율은 지난해 69.3%까지 증가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33.8% 감소한 상황이다.
 
2019년 메트릭톤(MT) 당 181달러였던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서 소맥 가격이 지난해 258달러까지 올랐다. 아울러 같은 기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팜유 현물가격도 MT 당 1110달러를 기록하며 570달러를 기록한 2년 전보다 2배 가까이 급등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28일부터 식용 팜유 수출을 금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식품업계 원재료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산 팜유는 전 세계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제품 생산에 팜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라면업계와 제과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농심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리는 말레이시아산 팜유를 사용하고 있어서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말레이시아산도 언제든 또다시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현재로는 원재료 시황 정보를 빠르게 입수하고 분석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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