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댄 NH투자증권, 2분기 반전 성공할까
1분기 당기순이익 1024억원···전년비 60.2% 급감
시장금리 100bp 이상 급격한 상승···채권평가손실 발생 추정
IPO 주관 두 곳에 그쳐···2분기부터 조단위 빅딜 '기대'
공개 2022-04-26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NH투자증권(005940)이 1분기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실적을 거두며 우려를 사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순이익에 악영향을 입은 데다, 전통 강자인 IB(기업금융) 부문도 다소 이름값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분기부터 굵직한 IPO 딜을 여럿 앞둔 만큼, NH투자증권이 글로벌 부정적 환경 속에서도 IB를 통해 반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74억원 대비 무려 60.2%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증권사 예상치인 1300억원 수준을 크게 하회한 수치다. 지난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호황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것과는 180도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자료=한국신용평가)
 
이날 기준 미래에셋증권(006800)한국금융지주(071050)의 잠정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컨센서스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순이익은 2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줄었고, 한국금융지주는 31.2% 감소한 2761억원으로 31.2%으로 예측됐다.
 
아직 공식적으로 분기 보고서가 나온 건 아니지만, 이들과 비교해 NH투자증권의 순이익 감소 폭이 두드러진 이유는 브로커리지 수입 감소 외에도 채권평가손실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권은 그 성격에 따라 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단기매매),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등으로 나뉘는데,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채권의 평가금액이 하락해 금융자산평가손실이 커져 실적에 악영향을 입는 구조다.
 
지난 19일 기준 국고채 3년 물 금리는 2.98%이다. 지난 11일에는 3.186%를 터치하며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2월 3년 물 평균이 1.8%, 1월 2.06%와 비교하면 100bp(1bp=0.01%) 이상 그야말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업권별 금리상승 영향 보고서에서 증권업의 전망을 ‘다소 부정적’이라고 평가하며 금리가 50bp 상승할 때 전체 채권평가손실 규모가 약 9000억원이라고 내다봤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증권사로 통한다. 일례로 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총 34조5937억원으로 이 중 외화채무증권 1조8251억원, 국채·지방채 4조151억원, 회사채는 11조6132억원에 이른다. 업계 경쟁자와 비교하면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이 보유한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42조5665억원) 구성을 살펴보면 외화증권 4조9970억원, 국채·지방채 2조191억원, 회사채는 5조9800억원에 그친다. 지난해 평가손실 규모를 따져봐도 미래에셋 6991억원, NH투자증권은 7689억원에 달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거래대금 감소, 증시 변동성 확대 등에 따른 실적 부진은 증권업종 공통사항이나, 금리 급등에 따른 외화 채권 관련 손실이 타사 대비 컸다는 점이 (NH투자증권)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라고 평가했다.
 
설상가상 기업금융 강자로서의 이름값도 부족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인수금융과 다수의 PF 딜을 수행한 반면,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전통적인 IB 사업에서 다소 주춤했다. NH투자증권은 IPO 주관 부문에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위를 지키는 등 전통 IB의 강자로 군림해 왔지만, 올해 1분기에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단군 이래 최대어로 불린 LG에너지솔루션의 IPO 주관을 놓친 게 주된 원인이다. 더욱이 주관사로 참여한 이지트로닉스와 비씨엔씨의 IPO 규모도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격차를 상쇄하기 어려웠다.
 
보통 IPO 수수료 비율은 인수금액 대비 0.7~1%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약 0.7%였다. 여기에 흥행 여부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를 취하는데, 이는 공모액 대비 0.3% 내외다. 이지트로닉스(377330)(확정공모가 2만2000원, 총공모주식수 198만주) 인수금액 435억원(100%), 비씨엔씨(146320)(확정공모가 1만3000원, 총공모주식수 250만주) 325억원(100%)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수료 수익은 10억원 안팎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주관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유상증자 추진 건수 자체가 대폭 줄고 조단위 규모 등 빅딜도 가뭄을 맞긴 했지만, NH투자증권은 1분기 두산에너빌리티(034020)(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공동(미래에셋·KB·한국투자·신영 등) 대표주관사로 단 1건의 실적을 올리는 데 그쳤다. 모집총액은 1조1478억원으로 NH투자증권은 인수수수료로 모집총액의 0.4% 중에서 20%, 대표주관수수료로 모집총액의 0.2% 중에서 25%를 수취하기로 했다. 각각 9억원, 5.7억원 수준으로 수익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IB 부문 실적은 연 단위로 그림을 그리는 만큼, 반등의 여지는 남아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당장 다음 달부터 굵직한 IPO 주관이 예고되어 있다. 우선 SK스퀘어 자회사인 SK쉴더스가 유가증권 상장을 목표로 공모에 나선다. NH투자증권은 모간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즈와 함께 SK쉴더스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아 기명식보통주 26%를 인수하기로 했다. 모집(매출)총액은 공모희망가 하단 3만1000원 기준 약 8400억원, 상단 3만8800원일 시 1조원 이상을 조달하는 형태다. 이어 상반기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국내 토종 애플리케이션 마켓 ‘원스토어’ 역시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를 맡았다. 배정비율은 42%다. 업계에서는 원스토어가 약 1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ECM 부문은 1년을 단위로 보는 만큼, 일정에 따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면서 “2분기부터 SK쉴더스를 비롯해 IPO 주관이 많이 남아 기대를 걸고 있다”라고 말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