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삼척블루파워 악재까지…ESG 등급 또 떨어지나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또 전량 미매각···석탄화력 투심 악화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전환에 손자회사 ESG 영향 커져
공개 2022-04-21 08:5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삼척블루파워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또 미매각에 그치면서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의 ESG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삼척블루파워의 미매각이 벌써 두 번째이고, 자금 조달 계획상 앞으로도 회사채 발행이 남은 만큼 모회사인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홀딩스의 ESG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ESG경영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에 반복적인 산업재해 발생으로 ESG등급이 한단계 낮아졌던 포스코홀딩스는 S(사회책임)부문에 이어 E(환경)부문까지 악재로 불거지며 부담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지난 15일 진행했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단 한 곳의 투자자도 확보하지 못했다. 3년물 회사채 18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이었으나, 지난해 6월에 이어 두 번째 미매각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매각에 대해 “ESG 기조 강화가 이어지면서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심리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034950)(한기평)는 지난달 8일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1노치(notch) 낮은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지난해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지 약 10개월 만이다. 한기평은 등급 조정 이유에 대해 “신정부 출범 이후에도 석탄발전에 대한 비우호적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지난해 12월 수시 평가를 통해 삼척블루파워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강등했다. 장수명 한신평 수석연구원은 “강화된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정책으로 사업 안정성이 저하됐다”라며 “비우호적인 외부여건 하에서 사업적·재무적 불확실성이 커졌다”라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005940)을 비롯해 신한금융투자(신한(005450)금융지주)·미래에셋증권(006800)·KB증권(KB금융(105560))·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071050))·키움증권(키움증권(039490)) 등 주관사 6곳이 미매각 채권을 300억원씩 나눠 인수할 예정이어서 자금 조달 우려는 적다. 문제는 신용평가사들도 언급한 ESG다.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공모 자금 활용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윤석열 당선인은 임기 내에 석탄 등 화력발전 비중을 현재의 60%에서 40%까지 줄이겠다고 공약했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석탄화력발전 출력 상한을 낮추겠다고 선언하며 친환경 기조를 이어갈 것을 분명히 했다. 삼척블루파워의 자금 조달 목적이 지금까지와 같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인 이상, ESG 기조 역행과 사업성 저하 우려를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삼척블루파워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추진이 포스코홀딩스의 ESG 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 ESG 평가 기관은 특정 법인의 ESG 등급을 평가할 때 모회사·자회사 등의 사업은 제외하고 해당 법인의 사업과 활동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한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주력 사업이 없는 ‘지주회사’의 경우는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사업을 기준으로 ESG를 평가하기도 한다. 
 
포스코홀딩스 지배구조. 자료=포스코홀딩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에너지는 이달 12일 기준 삼척블루파워의 지분 2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포스코에너지는 최근 지주회사가 된 포스코홀딩스의 100% 자회사다. 포스코에너지는 한국기업평가의 ESG 평가 대상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않지만, 포스코홀딩스는 다르다. 포스코홀딩스가 철강 사업 부문을 떼어내 자회사로 만들고, 특별한 주력 사업이 없는 지주회사가 되면서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사업이 포스코홀딩스의 ESG 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포스코에너지 측은 기업시민보고서를 통해 ‘삼척석탄화력발전소의 배출가스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하며, 공사비의 28%에 해당하는 약 7200억원을 환경설비에 투자하는 등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ESG위원회를 열어 그룹의 자체 탄소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신축 예정인 강릉안인·삼척화력이 산업자원통상부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이들 화력발전소 총 4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811만t에 달한다. 이 중 삼척석탄화력발전소 2기에서 예상되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400만t으로 예상되는데, 문재인 정부가 73조4000억원을 투자해 2025년까지 감축하겠다고 공표한 온실가스양인 1229만t보다도 170만t 이상 많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2일, 계속된 산업재해를 이유로 포스코홀딩스의 ESG 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ESG 평가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손자회사가 ESG 기조에 역행하는 사업이나 활동을 할 경우 지주회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삼척블루파워의 사업이 포스코홀딩스의 ESG 등급을 한 단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GS(078930) 역시 지금은 등급을 A로 회복했지만, 지난 2020년 계열사 GS리테일(007070)의 문제로 ESG 등급이 B+로 떨어지기도 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정책에 따라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지적이나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ESG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이나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포스포홀딩스 지분 9.25%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5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하며 석탄발전 관련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3대 연기금의 하나인 APG도 지난해 8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윤순진 위원장에 서신을 보내 민자 석탄발전사업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박유경 APG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투자부 총괄이사는 서한을 통해 “한국은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가장 전향적인 변화를 보인 국가 중 하나”라면서도 “이 모든 노력에 역행하는 중대한 걸림돌과 같은 사업이 민자 석탄발전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박 이사는 “민자 발전사업자들이 진행하는 석탄발전 사업은 현금 창출 능력이 없는 좌초자산으로 신속한 중단이 사업자에게도 사회적으로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사업자들이 석탄발전사업의 함정에서 하루라도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탄소중립위원회에서) 강력하고 명확한 정책적 방향성을 제시해달라”라고 강조했다.
 
APG는 한국전력 지분의 7%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였지만, 한국전력의 해외 석탄발전소 투자에 지난해 2월 투자했던 모든 자금을 회수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 문제로 포스코홀딩스의 ESG 경영이 지적받을 경우, ESG 등급하락뿐만 아니라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척블루파워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회사채로 추가 조달해야 할 금액이 5000억원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 같은 연기금들의 기조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기업 분석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홀딩스가 탄소중립 관련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지만, 이러한 활동들이 정상참작이 될지는 미지수”라며 “포스코홀딩스의 지주사 전환으로 인한 ESG 등급 변화는 자금 조달 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