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신풍제약, R&D 승부수 띄웠는데…버티기 통할까
2018년부터 허가 취소된 품목 157개
완제의약품 매출액 3년 만에 31% 감소
파이프라인 15개 중 11개, 임상 초기 단계
공개 2022-04-21 08:50:00
[IB토마토 박수현 기자] 코스피 입성 이후 첫 영업적자를 낸 신풍제약(019170)이 난관을 마주한 모습이다.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아직 임상1상 조차 진행되지 않아 매출 시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신풍제약은 주요 제품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줄어든 데다 유효기간 만료에 따른 품목허가 취소가 잇따르고 있어 연구개발(R&D)을 뒷받침할 만한 체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신풍제약 전경. (사진=신풍제약)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지난 2018년부터 이날까지 총 157개의 품목이 ‘유효기간 만료’ 등의 사유로 허가 취소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8년 22개, 2019년 45개, 2020년 42개, 2021년 31개로, 올해 들어서만 17개의 품목이 허가 취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신규 허가 품목은 34개에 불과하다.
 
완제의약품 판매 실적도 덩달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454억원이었던 완제의약품 매출액은 2019년 1394억원, 2020년 1105억원, 2021년 1004억원으로 떨어졌다. 3년 만에 31% 이상 줄어든 셈이다.
 
 
신풍제약은 제네릭(복제약) 출시를 통한 단기성 수익창출을 최소화하고, 수익성 높은 품목을 집중 육성하거나 연구개발을 확대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신풍제약의 R&D 비용은 2018년 157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비중이 8.37%였으나, 2019년 167억원(8.8%), 2020년 179억원(9.05%), 2021년 303억원(16.01%)으로 지속 확대됐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연구과제 15개 중 11개가 임상1상 혹은 기초연구단계에 머물러있다. 임상2상과 임상3상은 각각 2개씩에 불과하다. 따라서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낼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피라맥스(피로나리딘인산염·알테수네이트)’다. 국내에서는 임상3상 환자 모집 단계에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임상2상, 필리핀에서 임상2/3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임상2상 진행 당시 유효성·안정성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던 만큼, 유효성 확보 실패 리스크가 뒤따른다. 감염질환 치료제는 임상2상부터 최종 시판까지 성공확률이 27.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임상3상은 임상2상보다 성공확률이 더 낮다.
 
또 다른 주력 파이프라인은 임상3상 단계의 1회 제형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SP5M001주’다. 1회 투약 만으로 1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1회 제형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28년 650억원에 이른다. 다만 이미 LG화학(051910)한미약품(128940)동국제약(086450), 유영제약 등이 과반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어 주도권을 가져오기엔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임상2상 단계인 고혈압 3제 복합제 ‘칸데암로플러스’도 기대 품목이다. 칸데암로플러스는 칸데사르탄과 칼슘채널차단제(CCB) 성분인 암로디핀 복합제 ‘칸데암로’에 이뇨제 성분 클로르탈리돈을 더한 3제 복합제다. 업계는 국내 고혈압 3제 복합제 시장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시판에 성공하더라도 이미 오리지널 의약품인 한국다이이찌산쿄의 ‘세비카HCT’와 한미약품(128940) ‘아모잘탄플러스’, 유한양행(000100) ‘트루셋’이 경쟁 구도로 접어든 상황인 데다가 최근 보령(003850) ‘듀카브플러스’까지 가세했기 때문에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신풍제약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43억원, 당기순손실 12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도 710억원의 유출이 발생하면서 276억원으로 줄었다. 신풍제약은 실적 악화가 지속되며 신약의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버티기 모드를 이어가야 하는 지경이다.
 
신풍제약은 연구개발 확대가 매출 증대로 이어지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조달 계획은 아직 정해진바 없다는 입장이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이) 매출 발생으로 전환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라며 “특히 제약 연구개발의 경우 비용 투자 자체가 상당히 빛을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을 통한 자금 확보는 계속 도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 명확히 계획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박수현 기자 psh557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