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 롯데카드 인수할까?…대주주 여력은 '물음표'
매각가 대비 미미한 KT 현금성자산·매도가능증권 규모
우리카드 이탈·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수익 다변화 필요
공개 2022-04-20 06:00:00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의 유력 인수후보로 BC카드가 거론되는 가운데 대주주인 KT(030200)의 인수 여력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매각가가 3조원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가용자산이 많지 않아서다. KT의 자회사인 BC카드는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 사업에 주력해왔지만, 최근 회원사 이탈과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BC카드가 롯데카드 인수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BC카드)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인수대상자로 KT,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MBK파트너스와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KT는 BC카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 지분 59.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작년 말 KT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연결기준 3조196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를 전부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충분한 유동성 대응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일정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용평가업계는 KT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와 영업현금창출력(OCF)을 기반으로 우수한 유동성 대응능력을 시현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KT는 매도가능증권(매도가능금융자산)을 처분하더라도 법인세가 발생하는 문제가 존재한다. 작년 말 KT의 매도가능증권 장부가액은 5237억원으로 조사됐으며 현행 법인세법에는 세전이익 2억~200억원은 20%, 200억~3000억원 이하는 22%, 3000억원 초과는 25%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도가능증권 매각은 세전이익 확대, 현금흐름 개선으로 이어진다.
 
BC카드 역시 작년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3265억원으로 산출되는 등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케이뱅크 관련 추가 자금 소요 가능성까지 남아있다고 밝혔다. BC카드의 케이뱅크 투자금액은 장부가액 기준 8394억원으로 도출됐으며 이는 자기자본(1조4524억원) 중 57.8% 점유했다. BC카드는 2020년 케이뱅크 지분 34%를 2313억원에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으며 이듬해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4250억원을 건넸다.
 
하지만 BC카드는 롯데카드 인수를 통한 수익 다변화가 필요하다. 회원사를 대신해 카드발급, 거래승인, 매출전표 처리, 대금 청구, 브랜드 관리, 신상품 서비스 개발, 가맹점 관리를 하는 프로세싱 사업을 주로 영위했지만, 주요 회원사인 우리카드가 올해 말까지 독자가맹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탈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여윤기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우리카드가 BC카드의 프로세싱 부문 이용실적과 이익창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회원사인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지위 저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카드의 시스템 구축에 시일이 필요한 점, 기발급 된 카드의 경우 프로세싱 서비스를 계속해서 제공하는 점은 급격한 실적 저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도 고민거리다. 신용카드 이용실적과 연계된 매입업무가 BC카드의 핵심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작년 BC카드의 매입업무이익은 2453억원으로 전년 2352억원 대비 4.3% 증가했으나 적격비용 재산정에 따라 올해 초 카드업계 가맹점수수료율은 0.1~0.3%p 떨어졌다. 작년 서비스·부가사업·회원서비스·자체카드수수료이익과 금융이익까지 포함된 영업이익 3269억원 중 매입업무이익 비중은 75%로 나타났다.
 
BC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자체 카드상품을 발급하는 등 수익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라며 “자체 카드는 상품라인업을 다양화하며 신용판매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전환(DT) 속도도 높이고 있다”라며 “BC카드의 대표 플랫폼인 페이북 내 서비스 강화를 통해 고객들이 일상생활에 편의를 느낄 금융 서비스를 늘리며 이용자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시켰다”라고 보탰다.
 
  
  
다만 BC카드는 민간소비지출 증가와 신규 고객사 모집 등으로 카드전표 매입 규모가 꾸준히 늘어났고 작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작년 당기순이익은 1203억원으로 전년 596억원과 견줘볼 때 두 배 이상 불어났으며 작년 3분기 BC카드의 신용카드 결제전표 매입 점유율은 23%를 가리켰다. 2020년 BC카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고객의 카드사용액이 감소한 여파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