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기다리는 IPO시장…금리·증시·물적분할 '변수'
원스토어, SK쉴더스 올해 5월 상장 예정
SSG닷컴·CJ올리브영, IPO 앞두고 물적분할 논란에 몸살
금리 인상 기조 강화·러-우 전쟁 장기화에 악재 커져
공개 2022-04-11 06:0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지난 1분기 한파를 맞은 기업공개(IPO) 시장이 대어가 나타나며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가 실리고 있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금리 불확실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증시 침체, 물적분할 관련 규제 강화 등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IPO를 준비하는 각 기업이 가진 위험까지 더하면 IPO 시장에 봄이 왔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402340) 자회사 원스토어와 SK쉴더스는 지난달 31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를 준비 중이다. 두 회사는 오는 5월 코스피 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쉴더스는 사이버 보안 기업으로, 사이버 보안 업체인 ‘SK인포섹’이 물리보안 기업 ‘ADT캡스’를 흡수합병해 출범했다. 최근 이어진 해킹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보안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만큼, 상장 후에는 업계 대장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희망 공모가는 3만1000~3만8800원이며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3조5052억원이다. 
 
 
 
SK쉴더스의 상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원스토어의 IPO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원스토어는 같은 이름의 우리나라 토종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 구글의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의 애플스토어가 경쟁사다. 앱 마켓 원스토어는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앱스토어가 통합해 탄생했고 웹툰·웹소설·만화 등을 연재하는 플랫폼 ‘원스토리’도 운영 중이다.
 
원스토어는 작년 상반기 기준 안드로이드 단말기 누적 설치가 5000만 건 이상이며, 5900만 이상의 누적 회원에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실적을 쌓아왔지만 문제는 점유율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원스토어의 지난해 국내 앱 마켓 업계 점유율은 약 15%로 2위를 차지했다. 2위는 2위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점유율이 76.4%에 달해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매출 상위를 기록 중인 게임 ‘리니지W’와 최근 넥슨에서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도 원스토어에는 입점하지 않았다. 
 
매출은 늘고 있지만, 아직 적자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원스토어의 매출액은 약 2142억원을 기록했지만 58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원스토어는 희망 공모가는 3만4300~4만1700원이며,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1110억원 수준이다. 공모가는 적정하다는 평가지만, SK쉴더스라는 다른 대어가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원스토어를 찾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촉발된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IPO 대어들도 있다. SSG닷컴과 CJ올리브영이다. SSG닷컴은 작년 10월 미래에셋증권(006800)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주관사로 선정했고, CJ올리브영은 같은 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지=SSG닷컴
 
증권업계에서는 SSG닷컴의 기업 가치를 9조~10조원, CJ올리브영은 4조원 정도로 예상하며 기대하고 있지만, 양사 모두 모회사에서 분할해 탄생한 기업이라는 점이 ‘옥에 티’가 되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지난 2018년 이마트(139480)에서 물적분할을 했고, CJ올리브영은 지난 2019년 CJ(001040)올리브네트웍스에서 화장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설립됐다.
 
SSG닷컴과 CJ올리브영은 양사가 독립한 시점이 물적분할 논란이 일기 전이고, 분할 당시 해당 사업부의 영향력이 시장에서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결이 다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결국 같은 중복상장이기에 모회사 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분할 자회사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고 신사업을 분할해 별도 회사로 상장하는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하겠다”라는 내용이 있다. 금융당국도 쪼개기 상장 논란에 대응해 관련 법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했다.
 
여당 역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14명의 의원이 “분할로 설립되는 회사를 상장하려고 신주를 모집할 때 50% 이상을 분할 회사 소액주주에게 우선 배정해야 한다”라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IR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분할이 과거의 일이어서 IPO가 무산될 정도의 위험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주주 이익을 위한 별도의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원활한 상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지주(267250)) 계열사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상장을 계획하고 있지만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약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수소 사업 등 신사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유가 급등 등으로 HPC의 상업 가동 시기가 올 1월에서 상반기 이내로 조정되면서 기업 가치 평가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PC는 플라스틱 등의 기본 소재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구체적인 IPO 시점을 정하지는 않았고, 급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마켓컬리·쏘카·교보생명보험 등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기조와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라는 환경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9% 급등해 40년 만의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6.4% 뛰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를 3배 이상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준이 오는 5월 FOMC에서 양적긴축 착수를 발표하고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지는데, 금리가 오를수록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투자심리가 약화된다. 공모를 준비하는 기업에는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유럽과 미국을 필두로 한 러시아 제재 강화로 증시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IPO를 준비하는 기업에는 큰 악재다. 증시가 좋지 못하면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상장 후에도 주가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R업계 관계자는 “1분기에도 금리인상과 증시 하락으로 IPO에 도전한 21곳 중 6곳만이 성공했다”라며 “대기업 계열사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며, 각 기업이 가진 위험 요인도 있기에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