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새우가 쌍용차를 삼킬 수 있을까…쌍방울그룹, 재무 뜯어보니
광림 중심으로 그룹 컨소시엄 구성해 쌍용차 인수 도전
쌍용차 채권 등 고려하면 최대 조 단위 인수금액 소요될 수도
쌍용차 영업 정상화까지 막대한 운영비용 예상···지원 여력 떨어져
공개 2022-04-07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속옷 전문 기업 쌍방울(102280)이 ‘쌍용차(003620)’ 인수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대주주인 광림(014200)을 중심으로 그룹 계열사가 똘똘 뭉쳐 인수 레이스를 완주한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다만 쌍방울그룹 매출 규모가 쌍용차에 비해 한참 떨어지고, 후속 투자를 진행할 재정건전성도 우려스러운 만큼 인수 적정자로서의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은 쌍용차 인수를 위해 EY한영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기로 했다. 인수 주체는 쌍방울의 지분 12.4%를 갖는 최대주주 광림을 중심으로 상장 계열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전개되는 구조다. 광림은 쌍방울 외에도 휴대폰 부품 광학필터 생산업체 나노스(151910), 속옷업체 비비안(002070) 등의 지분을 보유해 이들은 하나의 그룹사로 분류된다.
 
(사진=쌍방울그룹 홈페이지)
 
매출 900억원 대 속옷회사, 2조원 자동차 회사를 탐내다
 
표면적으로 속옷기업과 자동차기업과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쌍방울의 지분 구조를 고려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쌍방울은 지난 2014년에 최대주주 광림에 인수됐다. 광림은 일반 완성차를 개조해 전기 작업차, 청소차 등을 만드는 특수장비 자동차 회사다. 피인수대상 쌍용차와는 ‘자동차’라는 직선상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쌍방울 측 설명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인수금액이다. 앞서 쌍용차 인수를 시도했던 에디슨모터스(컨소시엄)가 3048억원에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쌍방울 역시 3천억원 수준이 유력하다. 지난해 말 기준 쌍방울의 시가총액은 2000억원대 중반이지만,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01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마련했던 자금을 아직 보유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광림의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포함)은 800억원, 나노스 395억원, 아이오케이는 535억원, 비비안 80억원 등 단순히 숫자상으로만 보면 인수합병 비용 조달은 가능하다.
 
문제는 ‘채권’이라는 변수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의 공익채권 규모는 약 3900억원, 회생채권을 포함한 부채는 1조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의 경우에도 인수금액을 두고 잡음이 계속 생겼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쌍용차 평택공장. (사진=쌍용차)
 
쌍용차 인수를 위해서는 채권단에게 회생계획안에 대해 동의를 받고 법원의 최종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 인수대금 자체가 작으면 채권을 갚아내기 어려워 채권단이 반기를 들 가능성이 크다. 쌍방울이 3000억원대를 쏟아부어도 회생채권은 갚지도 못하는 꼴이다. 결국 채권 등을 고려하면 인수에만 1조원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인수가가 커지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차입금이나 회사채 발행 등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신용도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쌍방울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은 BB-,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다. 신용등급이 낮다 보니 자본시장에서 차입금 혹은 회사채 발행 시 이자비용 등의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례로 쌍방울은 지난 2020년 만기 2년짜리 무보증 사모사채를 발행한 바 있는데, 당시 표면이자율은 4.04%, 만기이자율은 6.79%에 달했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쌍방울이 컨소시엄 자금 외 부족한 부분을 FI(재무적투자자) 등으로부터 투자유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갈 길 먼 쌍용차 재도약…비용 감당할 수 있나
 
쌍방울 컨소시엄이 쌍용차를 인수한다고 해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있다. 어떻게 정상화를 시킬 수 있느냐다. 지난해 쌍용차 매출은 2조4172억원인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49억원에 그친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만 2578억원에 이르며 영업으로 제대로 된 돈을 쌓지 못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자본잠식됐다. 설상가상 글로벌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전기차’로 이동했음에도 쌍용차는 경유 SUV가 주력이라 향후 연구개발(R&D)에 최소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조단위에 이르는 금액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관건은 쌍방울이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다. 쌍방울이 컨소시엄을 이루는 계열사를 전부 합해도 연간 매출액은 5000억원 내외에 그치며 쌍용차 반 토막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선 쌍방울의 최근 3년간 순손익(연결) 규모는 2019년 -364억원→-161억원→지난해 -185억원으로 침체가 깊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연결)은 -23억원→100억원→지난해 -41억원으로 현금이 유출되고 있다. 열위한 영업현금 창출력이 이어지다 보니 내부적으로 자본적지출을 줄이는 등의 노력에도 잉여현금흐름(FCF)은 2018년 -3783억원→6418억원→지난해 -8891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외부차입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해석된다.
 
  
 
그룹 상단에 위치한 광림도 2019년 당기순손익이 -60억원, 2020년 -238억원, 2021년 -230억원으로 적자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FCF는 31억원에 그쳤다. 이들과 컨소시엄을 이루는 타 계열사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5년간 흑자를 낸 적 없는 아이오케이의 FCF는 2018년 1349억원→-48억원→지난해 -56억원이다. 나노스는 -165억원→-19억원에서 지난해 5억원으로 겨우 플러스 기조로 전환했다. 계열사 자체가 당장 ‘코가 석 자’인 상황이다 보니 쌍용차 재기를 위한 지원 여력에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쌍방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르면 이번주 내로 LOI 제출 계획이다”라면서 “아직 어떤 계열사가 자금을 얼마나 담당하는지, 향후 계획 등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