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OTT 강화 잰걸음…'만년 3등' 설움 씻을까
OTT 강화 위해 제 2스튜디오 설립 예정
티빙, 웨이브에 밀려 만년 3등…4등 쿠팡플레이도 턱 밑 추격
공개 2022-04-04 08:5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CJ ENM(035760)이 OTT(Over The Top) 부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CJ ENM이 새로운 스튜디오 설립을 결정하고, KT와 콘텐츠 관련 협약까지 맺으면서, CJ ENM의 자체 OTT인 티빙(TVING)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웨이브(WAVVE)의 약진과 쿠팡플레이의 공세에 티빙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 2스튜디오 설립에 관한 CJ ENM의 정정 공시.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지난 24일 정정 공시를 통해 ‘물적분할’이 아닌 ‘신규 출자’를 통해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CJ ENM은 지난해 11월 물적분할을 통한 제 2 스튜디오 설립을 결정하고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LG화학(051910)·포스코(POSCO홀딩스(005490)) 등의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물적분할에 대한 여론과 정부의 인식이 악화하면서, 스튜디오 설립 방식을 바꾼 것이다. CJ ENM 측은 “이번 결정은 물적분할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와 물적분할 관련 규제 환경이 급변하는 등 중대한 사정 변경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주주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스튜디오를 만드는 방식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스튜디오를 세우는 목적이다. CJ ENM은 지난해 엔데버그룹홀딩스 산하의 제작 스튜디오인 엔데버콘텐트를 92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제작을 위해 신규 스튜디오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번 정정 공시에서는 설립 목적을 더 추가했기 때문이다. 추가된 설립 목적은 ‘OTT 콘텐츠 생산’이다. CJ ENM은 새 스튜디오가 맡을 역할이 ‘OTT 플랫폼 중심의 스크립트·논스크립트(Scripted & Non-scripted) 콘텐츠 제작’과 ‘웹툰·웹소설 포함 원천 IP 개발·콘텐츠 컨버전스(집합·융합)’이라고 공시를 통해 명시했다.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오른쪽)과 강호성 CJ ENM 대표가 지난 21일 KT 광화문빌딩에서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KT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CJ ENM이 자체 OTT ‘티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칼을 갈고 있다고 본다. 최근 KT(030200)와 콘텐츠 동맹을 맺은 것도 티빙을 키우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CJ ENM은 지난 21일 KT와 ‘콘텐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고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콘텐츠를 구매하기로 했다. CJ ENM과 KT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채널 편성 △음원사업 협력 △실감미디어 사업을 위한 공동펀드 조성 △미디어·콘텐츠 분야 공동사업을 위한 사업협력위원회 구성 등 다방면으로 힘을 모을 방침이다.
 
‘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 미디어 콘텐츠 사업의 중심으로, KT의 자체 OTT ‘시즌(seezn)’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CJ ENM이 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를 통한 OTT 강화를 넘어 KT 시즌과 티빙의 통합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티빙과 같은 국산 OTT 웨이브(WAVVE)도 2019년 SK텔레콤의 OTT 서비스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이 통합해 만들어진 만큼, 양사가 협력해 몸집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CJ ENM 사업부문별 매출액 추이. 자료=CJ ENM
 
CJ ENM이 이처럼 OTT 강화에 힘을 쏟는 것은 국내외 OTT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OTT 사업이 포함된 CJ ENM의 지난해 미디어 부문 매출액 1조7745억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CJ ENM 측은 “<술꾼도시여자들> 등 고유 콘텐츠의 강세에 힘입어 티빙 유료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미디어 부문 매출 증가에 일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티빙의 유료 가입자 수는 전 분기보다 18.9%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티빙의 국내 OTT 순위는 아직 3위다.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의 집계 결과, 지난 2월 기준 국내 OTT 월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넷플릭스 852만명 △웨이브 341만명 △티빙 267만명 △쿠팡플레이 239만명 △디즈니플러스(+) 124만명 △시즌 109만명 △왓챠 78만명 순이었다. 티빙의 월 활성 이용자 수는 2등인 웨이브보다는 74만명이 적지만, 4위인 쿠팡플레이와는 28만명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따라잡아야 할 거리는 먼데 추격해 오는 주자는 바로 뒤까지 따라온 것이다. 티빙이 쿠팡플레이에 밀려 4위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SK텔레콤(017670)에서 인적분할한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가 36%의 지분은 가진 웨이브는 자체 콘텐츠 스튜디오인 '스튜디오웨이브'에 2025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넷플릭스를 잡기는 어려워도 국산 OTT 1위 자리는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다. 지금의 수치만 보면 업계 일각의 의견대로 티빙과 시즌이 통합한다고 해도 웨이브의 월 활성 이용자 수를 압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4위인 쿠팡플레이 역시 만만치 않다. 쿠팡은 ‘새벽 로켓 배송’ 등의 혜택을 주는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 ‘와우 멤버십’에 쿠팡플레이 구독권을 포함해 판매하며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멤버십 요금은 월 4990원으로, 티빙에서 가장 저렴한 기본형 이용권 가격 7900보다 38% 가까이 저렴하다. 
 
CJ ENM은 올해 <방과 후 전쟁활동>, <괴이> 등 고유 콘텐츠 강화와 브랜드관 제휴 등을 통해 유료 가입자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OTT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 OTT 시장의 순위 변동을 만들어 낼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라며 “쿠팡플레이의 경우 <SNL코리아> 등의 인기로 앱 이용자 수가 1년 새 5배로 증가하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가 더욱 중요해졌다”라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