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업 대수술 들어간 롯데, 성장 활력 되살릴까
롯데제과·롯데푸드 합병···존속 롯데제과
중복 사업 빙과부문 시너지 창출 기대
빙과 제외한 제과·HMR 등 나머지 부문 성과는 '물음표'
공개 2022-04-04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롯데가 그룹의 뿌리인 식품사업에 연이어 메스를 대고 있다. 둔화되는 성장세를 뚫고 재도약을 위해 비효율 사업을 중단한 데 이어 ‘기업합병’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업계에서는 빙과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 등 메가기업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반면, 생각보다 양사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짙은 만큼 롯데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280360)롯데푸드(002270)는 지난 27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오는 7월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롯데제과가 존속 법인으로서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는 구조다.
 
 
그룹 차원에서 쇼핑에서부터 화학 등 다방면의 사업을 전개하는 롯데의 모태는 식품이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풍선껌 하나로 롯데를 일군 후 한국으로 돌아와 롯데제과를 설립했다. 롯데의 식품사업 부문이 그룹의 뿌리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 발전을 거치고 식음료 분야 자체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롯데의 식품 부문도 실적 정체를 피하지 못했다. 롯데제과 매출 추이를 보면 2019년 2조930억원→2020년 2조 760억원→지난해는 2조1454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73억원→1126억원→1085억원으로 정체를 빚고 있다. 롯데푸드 역시 2018년 매출 1조8108억원에서 이듬해 1조7880억원→2020년 1조5223억원→지난해 1조6078억원으로 하향세고, 영업이익률도 2018년 3.7%에서 지난해 2.4%까지 내려앉았다.
 
식품 부문 변화의 칼끝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식육사업부’다. 지난해 말 롯데푸드는 포크웰, 의성마늘포크 등 돼지고기를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식육 사업을 정리했다. 식육 부문 매출은 약 2000억원 가량으로 전체 롯데푸드 실적의 11% 비중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큰 사업군이었지만, 만년 적자에서 탈피하지 못하자 과감하게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변화는 숨고를 새 없이 이어졌다. 바로 롯데푸드-롯데제과 통합이다.
 
사실 그동안 롯데제과와 롯데푸드의 아이스크림 부문 합병 가능성은 꾸준하게 거론되어 왔다. 지난해 기준 롯데제과의 전체 매출액 대비 아이스크림 매출 비중은 45%, 롯데푸드는 25% 수준으로 사업이 겹쳤다. 특히 빙그레가 해태제과 아이스크림 부문를 품으며 40% 이상 점유율(연결)로 롯데를 턱밑까지 따라온 점을 고려하면, 롯데가 이번 합병을 통해 업계 1위 점유율 수성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스크림 사업은 점유율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합병 수혜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풀이된다. 빙그레-해태보다 롯데의 합병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빙그레는 지난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1325억원에 품었는데 문제는 해태가 워낙 적자가 컸다는 점에서 연결 영업이익에는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아울러 빙그레와 해태는 합병이 아닌 모회사-자회사 관계로 각기 다른 법인에 실질적으로 브랜드를 경쟁하는 위치다 보니 라인 통합효과가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와 달리 롯데는 하나의 회사로 거듭나는 만큼 유통채널 물류비를 효율화하고, 마케팅과 영업 등 유관 부서를 통합해 빙과부문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원가 절감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지난해 특수관계에 있는 롯데푸드로부터 유지 등을 원료로 매입 금액만 520억원에 달한다. 양사가 원재료와 제조 등에서 밀접한 관계를 갖는 만큼, 하나로 통합시 원가 효율화에서부터 생산시설 통합, 영업망 공유 등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해외사업 확대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최근 국내시장 성장 한계에 부딪힌 식품기업들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가정간편식(HMR) 등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롯데푸드 해외 매출 비중은 2% 내외다. 국내 식품기업을 상대로 한 B2B 매출 비중이 높고, 내수를 겨냥한 햄 등 육가공 상품이 주축이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제과는 글로벌 8개국(파키스탄, 미얀마, 인도, 싱가폴, 카자흐스탄 등)에서 21개 생산공장을 통해 해외 채널을 직접 관리한다. 지난해 기준 롯데제과 전체 매출 중 해외매출(해외법인˙수출 포함) 비중은 27~29%다. 롯데푸드가 HMR 등 부문에서 롯데제과의 해외 영업라인을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근거다. 실제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합병 공시(경영계획)에 “양사의 사업영역 통합을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과 해외사업 확대 측면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합병 효과를 아직 예단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이스크림 부문에서는 시너지가 나오겠지만, 애초에 서로 영위하는 사업군이 달라 전체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다. 실제 롯데제과 사업 부문을 보면 제과(껌), 아이스크림 롯데푸드는 유지, 아이스크림으로 겹치는 부문이 사실상 아이스크림에 제한되는 구조다. 합병으로 외형은 거대해지지만, 실속에는 물음표가 달리는 이유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IB토마토>에 “양사가 영유하던 사업 자체가 좀 달라 빙과를 제외한 다른 사업은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 “합병 이후에도 기업 자체 펀더멘털이 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성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사업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 식품 대기업들은 일찌감치 HMR 등 해외 모델을 구축한 상태다"라면서 "식품은 현지 시장 안착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롯데제과의 채널망을 활용한다고 해도 그 시너지가 어느 정도 일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