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노믹스·금리 상승에…증권사 우발채무 양극화
우발채무 관리 놓고 행보 갈려…현대차·다올 늘고 삼성·NH·KB 줄고
새 정부발 부동산 정책·코로나19 엔데믹 기대감에 금리 상승 우려 공존
공개 2022-04-01 06:00:00
[IB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증시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시현한 가운데 투자은행(IB) 부문 리스크 관리 방안을 놓고는 행보가 엇갈렸다. 브로커리지 부문 위축으로 수익성 저하 우려가 제기되자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본확충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기업금융(IB)부문 투자를 단행한 반면 대형증권사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리에 방점을 두고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새 정부 출범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이 존재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변수가 산적한 만큼, 증권사별 양극화 전략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삼성증권(016360)·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039490)·유진투자증권(001200)·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등 국내 자기자본 상위 23개 증권사의 지난해 말 채무보증 (우발채무)잔액은 42조7934억원으로 전년동기(39조3300억원)에 견줘 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채무보증은 우발적 사태가 발생할 경우 확정될 수 있는 불확정 채무로, 그동안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부동산PF 대출과 보증업무를 취급하면서 채무보증을 늘렸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상대로 부동산PF 테마 검사를 진행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주문함에 따라 영업 확장에 제약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별로는 대형-중형 증권사 간 대응이 엇갈렸다. 우선 초대형 증권사인 NH투자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2020년 말 2조6643억원에서 작년 말 2조3875억원으로 10.4% 감소했으며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의 우발채무 규모도 각각 3조9658억원, 4조2144억원으로 1년 전보다 9.7%, 3.3% 축소됐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하나금융투자가 99.76%에서 74.73%로 하락했으며 신한금융투자의 비중은 99.95%에서 84.79%로 내려갔다.
 
삼성증권의 경우 우발채무 잔액은 4조9790억원에서 5조2013억원으로 4.4% 늘었지만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95.62%에서 87.78%로 떨어졌다. KB증권과 키움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 역시 각각 73.88%, 67.57%에서 67.56%, 46.94%로 떨어졌다. 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리스크 관리에 주력한 결과다. 
 
이에 반해 중소형 증권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오히려 우발부채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부터 자본확충 움직임이 줄을 이었던 만큼 수익확대를 위한 IB 사업이 활발해진 것이다.
 
특히 BNK투자증권의 경우 채무보증 규모가 2020년 1382억원에서 471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1.5% 급증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46.5% 수준으로 2019년 말 443억원(10.02%)에서 2020년 말 1382억원(19.8%)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태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IB 부문 실적 호조 속에 부동산PF 수익이 포함된 우발채무 규모가 급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우발채무 규모는 8477억원으로, 직전연도보다 37.7%이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직전연도 57.8%에서 73%로 뛰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또한 채무보증 규모가 각각 1조4370억원, 7326억원 수준으로 자기자본 대비 100%를 상회하고 있다.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연결기준 순자본비율(NCR) 또한 BNK투자증권은 893.80%에서 562.76%로 떨어졌고, 현대차증권 NCR비율도 507.48%에서 461.90%로 하락했다. 이는 미래에셋증권(2133.40%), 한국투자증권(2365.89%) 등의 비율이 개선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사진=백아란기자)
 
더욱이 중소형 증권사들은 연초 조직개편을 통해 부동산과 IB본부를 확대 개편하는 등 물류센터 등의 부동산 금융주선에 힘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 역시 초대형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314억원으로 직전연도(503억원) 대비 37.5% 줄었지만, IBK투자증권(76.6%)과 다올투자(136.19%)·케이프투자증권(805.30%)·BNK투자(7933%) 늘었다.
 
한편 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증권사에게 호재와 악재로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수익과 함께 우발채무도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으로 향후 채무부담수준과 자본여력에 따라 부동산 PF 시장 경쟁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제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경우 올해 들어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조달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통상 자본이 늘어나면 IB분야에서 투자에 필요한 ‘실탄’이 많아져 수익성을 제고시킬 수 있고, NCR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동산PF의 리스크 관리는 숙제로 꼽힌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금리 인상, 정부의 부동산 규제 방향 등 외부 변수 요인이 산적해있어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후순위, 브릿지론 등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우발부채에 대한 부담이 내재하고 있다.
 
신평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하이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이) 자본확충을 통해 영업용순자본을 늘리면 자본적정성은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 정부에서 재건축과 종부세 관련 조치 완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위험자산 투자를 확대한 상황에서 금리인상이라거나,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부동산 PF 우발채무의 현실화 가능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백아란 볼만한 기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