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로 세상보기
사외이사 임기 제한과 회계에서 6년의 의미
공개 2022-04-01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회계에서 6년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6년 단위로 회계법인을 교체하는 제도가 있었고, 지금은 6년 자유선임 후 3년간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가 시행되고 있고, 사외이사 임기도 최대 6년이다. 이들 제도에 대하여 알아보자.
 
첫째, 동일한 회계법인이 상장법인을 6년간 감사하면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하는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가 2006년부터 시행되다가 2009년에 폐지되었다. 이 제도는 동일한 회계법인이 한 회사를 장기간 감사하면 회계법인과 감사대상회사 간에 친밀도가 증가하여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도입되었으나, 빈번한 회계법인의 교체로 초도감사 실패가 발생하고, 회계법인 간 지나친 경쟁으로 감사보수가 하락하고,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한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폐지되었다. 
 
둘째, 신외부감사법의 시행으로 6년간 감사인을 자유선임한 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주기적 지정제가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상장법인은 3년 단위로 회계법인을 선정하므로 주기적 지정제를 시행한다면 자유선임 기간을 6년 또는 9년, 12년 등으로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초에는 ‘9년 자유선임과 3년 지정’ 또는 ‘18년 자유선임과 3년 지정’ 등 여러 대안이 검토되었으나 9년 이상은 너무 기간이 길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6년간 자유선임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동일한 상장법인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있는 기간을 최대 6년(계열회사를 포함하면 9년)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도입 당시에 “외국에서도 찾기 어려운 과잉 규제이며, 기업 경영에 외부 개입이 커질 수 있다”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의 공통적인 도입 목적은 회계법인의 계속 감사기간 또는 사외이사의 계속 재직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회사와의 친밀도가 증가하여 ‘유착위협’이 증가하게 되어 독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회계법인이 몇 년 동안 계속감사를 하거나 사외이사가 몇 년 동안 계속 재직하면 독립성이 훼손될까? 당연히 정답은 없다. 2006년 감사인 의무교체 제도 도입 시 6년이 지나면 회계법인을 강제 교체하도록 했으므로 주기적 지정제 도입 시에도 6년 자유선임 후 3년 지정하는 것으로 하고, 사외이사의 임기도 6년으로 정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9년이나 12년이 아닌 6년일까? 아마도 너무 짧지도 않고, 너무 길지도 않은 기간으로 6년을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6년’ 하면 떠오르는 것은 ‘6년근 홍삼’이다. 왜 하필 6년근일까? 인삼은 식물학적으로 6년이 완숙기이며, 7년 이후부터는 오히려 품질이 떨어지므로 ‘6년근’ 홍삼을 최고로 여긴다고 한다. 회계에서 6년이 지나면 유착위협의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커진다고 보는 것이지만 학술적인 근거는 없다. 현행 제도에서는 6년이 될 때까지는 계속감사를 통한 적격성이 증가하여 감사에 도움을 주지만 6년이 지나면 독립성이 훼손되어 감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회계에서도 홍삼처럼 6년을 완숙기로 보는 것이다. 
 
회계에서 특정 숫자가 정해지면 그 후에는 계속 따르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라고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산 2조 원 이상은 감사위원회 의무설치 법인이기도 하지만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도입 등 여러 제도 도입시 가장 먼저 도입되는 기업의 기준이 되고 있다. 자산 5천억 원 이상이면 분기재무제표 검토대상일 뿐 아니라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자산 2조원 다음으로 도입하는 기업의 기준으로 많이 이용되고, 자산 1천억원 이상이면 상근감사 선임 대상이고, 대형비상장법인의 기준이 된다. 
 
6년이라는 인위적인 기준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는 회계감사 환경이 잘 작동하지 않고, 회계감사에는 감사대상회사와 감사인, 그리고 기업의 이해관계자(주주, 채권자 등)라는 세 주체가 존재하는 ‘삼자관계’라는 고유의 특성상 당분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6년이라는 기준이 없어도 회계감사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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