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장 1주년 성적표 보니…외형은 '1등' 내실은 '흔들'
지난해 매출 22조원에 유료멤버십 회원 900만 돌파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순손실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상장 후 주가 연이은 하락···영업손실 축소 필수적
공개 2022-03-28 08:3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미국 증시에 입성한 쿠팡의 1주년 성적표에 대한 업계 평가가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매출 20조원을 넘기는 역대급 실적 이면에는 최대주주 엑시트와 적자 확대 영향으로 반 토막 난 주가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올해도 신사업과 관련한 투자 확대로 막대한 현금 소진이 예고됨에 따라 기업의 '존속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24일 쿠팡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한 184억637만달러(22조4244억원)이다. 이는 15조원대 롯데쇼핑(023530)과 16조원대 이마트(139480) 매출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 성장률(21%)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쿠팡에서 상품을 구매한 이력이 있는 ‘활성 고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1794만명으로 같은 기간 매달 멤버십 비용을 지출하는 쿠팡와우 회원도 900만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쿠팡은 이커머스 장악력을 바탕으로 신사업도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이니셔티브’로 분류되는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국산 OTT ‘쿠팡플레이’는 지난 1월 기준 앱 사용자가 355만명으로 전년 대비 418% 폭증했다. 쿠팡은 올해부터 이커머스와 이니셔티브 사업군 실적을 분리해 전문적으로 관리하며 신사업에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쿠팡이 명실상부 국내 1위 유통기업으로 거듭났지만, 실적을 한 꺼풀 걷어 보면 아직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지난해 쿠팡의 영업적자는 14억9396만달러(1조8039억원)로 지난해 5억1599만달러(6272억원)와 비교해 1조원 이상 확대됐다. 2018년 1조1383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한 후 이듬해 영업손실을 대폭 개선했던 쿠팡은 지난해 다시 역대 최대 영업적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같은 기간 손손실은 15억4259만달러(1조8627억원)에 달하는 등 누적 적자가 6조8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손실폭이 늘어난 데는 화재로 인한 일회성 비용과 물류센터 투자 확대가 주효했다. 지난해 6월 쿠팡의 덕평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해 현장의 재고·건물·기타 자산 등이 손실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2분기 재고자산 장비손실에 1억5800만 달러(1920억원)를 인식했고, 일반 관리 비용 등의 명목으로 1억2700만 달러(1544억원) 등을 추가로 계상했다. 아직 이 같은 손실에 대해 보험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명시되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 사진=쿠팡
  
대형 화재 등 악조건 속에서도 쿠팡은 물류센터 투자를 최대로 늘렸다. 쿠팡은 지난해 김천, 부산, 경남 등 지방 물류센터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MOU를 맺은 바 있다. 실제 현금 소요 폭도 컸다. 투자 활동에 사용된 현금은 2020년 5억2065만 달러(6328억원)에서 지난해 6억7552만 달러(8211억원)로 늘어났다. 쿠팡은 지난해 139만3545㎡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추가했는데, 이는 이전 2년간의 인프라 투자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문제는 순손실 확대에도 투자를 늘리면서 재정 상황이 빠르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4억8770만 달러(4조2394억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말 43억3280만 달러(5조2687억원)와 비교해 수 개월 만에 1조원 이상 줄어든 수치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쿠팡은 대출에도 손을 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1억6900만 달러(고정금리 3.16%)를 담보 대출한 뒤 10월에 1억3900만 달러(3.45%), 11월 4700만 달러(3.78%)·2300만 달러(3.68%), 12월에도 1억5200만 달러(3.87%)를 대출받았다. 6개월간 6000억원 이상 규모다. 담보 대출 등이 겹치며 쿠팡이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551억원에 이른다.
 
현금창출력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마이너스 전환했다. 쿠팡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9년 -3792억원에서 상장을 앞둔 2020년 말에는 3667억원으로 깜짝 플러스 전환한 바 있다. 기업공개(IPO) 당시 턴어라운드에 대한 가시적인 기대감이 조성됐던 이유기도 하다. 그런데 지난해 말 –4993억원으로 현금흐름 그래프의 추세가 다시금 전환됐다. 덩치가 커지는 과정에서 미지급비용이나 재고자산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쿠팡의 미지급비용은 2020년 말 5083만 달러(618억원)에서 지난해 2억659만 달러(4993억원)로 대폭 늘어났다. 쿠팡은 올해 4분기 흑자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금흐름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턴어라운드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거세다.
 
영업실적 향상이 적자 폭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주가 하락 폭도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모가 35달러로 뉴욕 증시에 데뷔한 쿠팡은 상장 초기 장중 한때 주가가 6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이날 기준 19.84달러에 자리하고 있다. 고점 대비 72%나 하락한 수치다.
 
 
  
연이은 대주주 이탈도 기업가치에 물음표가 나오는 근거다. 쿠팡의 최대주주로 불리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는 지난해 9월 자신들이 보유한 쿠팡의 지분 10%가량을 매각하고, 이달 들어 10억달러(1조1280억원)에 달하는 쿠팡 주식을 재차 팔아치웠다. 쿠팡의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탈파트너스도 상장 당시 쿠팡 지분의 18% 수준을 보유했는데, 이후 매각으로 차익을 실현하면서 현재는 지분이 9%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의) 차별적인 외형 성장과 시장 점유율 상승은 긍정적이나, 지속적인 적자폭 확대는 부담이다"라면서 "추세적인 주가 회복을 위해서는 영업손실 축소가 가시화되어야 하고, 신규 사업 비용 부담을 기존 사업 정상화로 극복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보여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소프트뱅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손실폭이 커서 포트폴리오 재배치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느 정도 필요했을 거다”라면서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이 쿠팡의 성장성을 의심하는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누적 적자가 영업수익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른 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