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크레딧포럼)금융권, 건전성·수익성 저하…신용도 방향성은 '중립'
국내외적 인플레이션 우려 커져 조달금리 오름세
금융권 이미 자본완충력 개선…신용도 영향 제한적
공개 2022-03-23 18:27:13
 
[IB토마토 김형일 기자]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만기연장·이자상환유예) 종료까지 다가오면서 금융권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만 업종별 규제에 따라 분위기가 상이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23일 김정현 한국기업평가(034950)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긴축의 시대로…낯선 생태계에 대비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2022 크레딧 포럼>에서 국내외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기준금리는 물론 조달금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국고채 3년물의 경우 지난해 1월 0.97%에서 지난달 2.24%로 올라섰다고 덧붙였다.
 
또 이로 인해 금융권은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대손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시장성 자금조달 비중이 높은 카드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은 금리 상승과 신용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조달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이자마진 개선이 예상되는 은행과 보험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 (사진=IB토마토)
  
먼저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신성장 둔화 가능성과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는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보탰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로 은행권은 가계대출 성장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만기상환·이자상환유예 대출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90조1000억원으로 총여신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증권업계는 유동성 축소로 증시가 위축되고 거래 또한 줄어들고 있다며 금리 상승에 따라 위탁매매수지와 채권운용수지가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업계가 위험인수 확대로 실적 저하를 보완하는 분위기라며 위험 회피(자체 헤지) 파생결합증권(ELS) 발행 재개와 IB투자 확대가 전망된다고 첨언했다. 김 연구원은 이로 인해 증권업의 재무건전성은 저하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는 카드이용 감소 가능성이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히 올해 초 0.1~0.3%p 인하된 가맹점수수료가 수익성을 끌어내릴 수 있다며 전체 결제시장 수익은 연간 4700억원, 카드사는 수익은 연간 약 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했다. 카드업계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카드대출 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되는 추세다.
 
캐피탈업계는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쟁 심화로 대출금리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캐피탈업계의 경우 부동산 경기 둔화와 증시 약세에 따라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부실이 증가하고 투자부문 수익성이 저하될 가능성까지 상존한다며 레버리지 규제 한도가 강화되는 것도 사업환경에 비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캐피탈 업계는 레버리지배율을 내년부터 9배, 2025년 이후 8배 이내에서 관리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기준금리 인상이 양면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예측했다. 자산운용여건 개선에 따라 이차손익이 개선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존재하지만,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는 등에 부정적인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규투자수익률이 상승하는 등에 순기능도 존재하지만,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보험사는 채권평가이익이 감소로 인한 역기능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고수익성 계약 확보를 위한 영업경쟁, 신계약 취급 확대에 나선 탓에 사업비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평가정책본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 (사진=IB토마토)
 
그러나 금융권 신용도에 가해질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펜데믹) 이후 금융권은 호실적과 자본확충에 힘입어 자본완충력을 개선했다”라며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인 업종들도 올해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가 단기적인 신용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융지원 종료의 연착륙 추진, 금융업계 재무건전성에 미칠 영향은 중기적으로 나타날 예정”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 연구원은 차기정부 공약이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살펴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기 연장과 적극적인 세재 지원을 천명했으며 개인투자자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적정수준 유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코인 투자수익 5000만원까지 비과세,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등 디지털자산 투자환경 개선도 약속했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