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 부진' 롯데…걸음마 뗀 헬스케어로 반전 이룰까
롯데지주, 롯데헬스케어에 700억원 출자
지주 내 경영혁신실 두고 헬스케어·바이오·M&A 집중 스터디
향후 추가 투자 규모 등이 관전포인트
공개 2022-03-23 08:50:00
사진=롯데지주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롯데가 새로운 먹거리로 ‘헬스케어’ 산업을 낙점했다. 식품에서부터 관광개발 등 경쟁력을 발판 삼아 다방면적인 협업을 통해 헬스케어의 몸집을 키워가겠다는 포부다. 그룹차원에서 주력 사업군 침체로 새로운 한방이 절실해진 롯데가 헬스케어 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004990)는 최근 신규 법인설립 예정인 롯데헬스케어에 700억원을 출자했다. 취득주식수와 지분비율 등은 신규 설립 예정이므로 공시되지 않았다.
 
출자 목적은 헬스케어 신사업 진출이다. 기존 롯데의 사업은 크게 4가지 화학·유통·식음료·기타서비스로 분류되는데, 이들의 성장성이 다소 정체됨에 따라 신규 헬스케어 파이를 키우고자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롯데를 지탱해온 화학(롯데케미칼(011170))부문의 경우 2019년부터 2020년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2018년 연결 영업이익은 1조9674억원에서 2020년 3569억원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경기 재개에 따라 수익성이 회복되는 듯 보였지만, 지난해 말부터 다시 유가가 치솟으면서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업계 형님 격 쇼핑부문 역시 온라인 부진과 라이벌인 신세계(004170)와 비교해 오프라인 실적 회복이 더뎌지면서 좀처럼 체면치레를 못 하는 중이다. 신규 먹거리가 필요한 배경이다.
 
 
 
마침 투자 여력도 충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지주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3945억원, 기타금융자산은 9658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배당수익 및 상표권사용수익 등을 포함한 연 3000억원 내외의 현금창출력을 고려할 때 출자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헬스케어는 문자 의미 그대로 ‘건강관리’ 사업이다. 제약(신약), 진단기기(의료기기), 헬스케어 서비스를 포괄한다. 웰빙의 범위가 커지는 만큼, 헬스케어가 아닌 산업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분야임과 동시에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2020년 약 237조 원이었던 국내 헬스케어 시장은 2030년 약 450조원으로 연평균 6.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면역 등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헬스케어 시장 성장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 금융, IT, 관광 등 산업군에서도 시장 진출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롯데의 헬스케어 신사업은 이미 지난해부터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ESG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 바이오팀을 신설하고 외부 전문 인력을 수혈했다. 헬스케어팀에 삼성전자(005930)에서 삼성헬스서비스 플랫폼 총괄 파트장을 역임한 우웅조 상무를, 바이오팀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이원직 상무를 수장으로 앉히며 적극적인 사업 의지를 드러내 왔다.
 
외부 전문가를 대거 영입한 롯데는 헬스케어 부문 인수합병을 통한 ‘벌크업’을 노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롯데지주는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바이오팀 외에도 M&A(인수·합병) 부서를 집중적으로 따로 관리하고 있다. 그룹에서 헬스케어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만큼, 자체 R&D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쏟아내기보다는 이미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나 벤처사 등을 인수하는 방향이 더욱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롯데지주
 
실제 지난해 롯데지주는 엔지켐생명과학(183490)(엔지켐) 지분인수를 타진한 바 있다. 1999년 출범한 엔지켐은 원료의약품 의약화학을 기반으로 합성신약을 연구개발해 동물약품, 화학약품, 의약품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기업이다. 롯데가 엔지켐과 협상테이블 막판까지 갔다가 딜이 어그러지긴 했지만, 인수합병 스터디를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기 위한 롯데 계열사와의 시너지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롯데가 유통과 레저, 식음료사업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제과(280360)와 건강기능식 제조를 협업하고 롯데건설이나 레저 등과는 헬스케어 실버타운을 구축하는 등이 그 예시다.
 
다만 롯데의 신사업 전망이 마냥 핑크빛으로 가득한 건 아니다. 헬스케어 부문 자체가 시장에 자리 잡기까지 자금 소요폭이 큰 데다, 수익성을 창출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사업군이기 때문이다. 앞서 롯데는 2000년대 초중반 롯데제과를 통해 제약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처음에는 건강기능식품을 제조해 롯데제과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 판매하다 일양약품 계열사인 아이와이피앤에프(IYP&F)를 인수하며 OTC(Over The Counter, 일반의약품) 부문으로 확대를 노려보기도 했다. 사명까지 '롯데제약'으로 변경했을 정도다. 이 같은 노력에도 업계 내 인지도 부족 등으로 사업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발을 뺐던 뼈아픈 경험이 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IB토마토>에 “롯데가 기본적으로 음식료 쪽에서 강점이 있다 보니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시너지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는 차원이라 그룹 차원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를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롯데가 헬스케어에 얼마나 돈을 더 투자하고, 어느 정도로 키울지 차원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