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우려 상존’ 대우조선해양, 5200억 규모 수주 성공
친환경 기술로 수주 따내···연간 목표의 39% 달성
러시아 선주 대금 지급 우려 등에 재무 불안은 '여전'
공개 2022-03-18 17:28:46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이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수주를 따냈다. 인수가 무산된 상황에서 들려온 희소식이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올해를 잘 넘겨야 비로소 희망이 보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대우조선해양 수주 공시 발췌.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미주지역 선주로부터 2척의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수주했다. 계약금은 5210억원으로, 2020년 매출액의 7.4%에 해당한다. 해당 선박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해 오는 2025년말까지 선주 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번에 수주한 LNG운반선은 17만4000㎥급 대형운반선으로, 고압 이중연료 추진엔진과 재액화설비가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이중연료 추진엔진이란 석유뿐만 아니라 LNG·LPG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말하는데, 이중연료 추진엔진을 탑재하면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유해가스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재액화 장치는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되는 증발 가스를 적합한 온도와 압력으로 다시 액체화해 본선 추진연료로 공급,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설비다.
 
선박 추진 엔진 축의 회전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인 축발전기모터시스템(SGM)과 선박 바닥 면에 공기를 주입해 마찰 저항을 줄이는 공기윤활시스템(ALS)을 적용해 연료 효율은 높이고 유해가스 배출량은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해당 선박의 강점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해양플랜트와 창정비를 제외하고 올해 수주한 선박 13척이 모두 이중연료 추진 선박”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을 선주에게 인정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는 대우조선해양이 친환경 기술 기반의 대규모 수주를 통해 올해부터 매출을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LNG운반선 7척·컨테이너선 6척·해양플랜트 1기·창정비 1척 등 약 34억7000만달러의 수주를 따내, 아직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미 연간 목표인 89억달러의 약 39%를 달성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1조7500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올해 494억원까지 줄이고, 내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매출액 역시 지난해보다 32% 이상 증가해 5조9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무 상황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동헌·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이 확대되며 어닝쇼크를 보였다”라며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무산으로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인데다, 러시아 선주와 체결한 선박 계약 관련 진행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올해가 마지막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선주와 LNG 운반선 3척과 LNG 설비 2척 등 16억달러, 우리돈 1조94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는 보통 국영 에너지 기업에서 선박을 발주하는데, 미국이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까지 차단해 달러를 통한 대금 지급이 어려워지면서 선박 대금 수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은행 등 우회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국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어떤 형태의 도움도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중국에 엄포를 놓으면서, 중국을 통한 대금 납입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조선업계에서 선박 비용의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고 선박 인도 시점에 남은 대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헤비테일’ 방식의 계약이 많다는 점도 러시아의 대금 지급에 대한 걱정을 키우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우호 국가’로 지정해 기업 채무 등을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하는 제재를 내린 상태인데, 루블화 가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러시아 선주가 루블화로 대금을 치를 경우 조선업계의 환차손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외 선주와의 추가 수주로 예상 손실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작년 손실이 큰 만큼 재무에 대한 우려를 씻어내려면 지속적인 수주 성과가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