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여풍 부는데…우리은행, 두꺼운 내부 유리천장 깨지나
1년 공백 깨고 여성 임원 임명…ESG열풍·개정된 자본시장법 영향
작년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 미등기임원 중 여성 비중 단 6.1%
공개 2022-03-22 08:50: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시중은행이 여성 인재 모시기에 한창인 가운데 우리은행이 1년간 공백기를 깨고 집행부행장보 자리에 여성을 임명했다. 최근 강화되는 ESG 경영과 오는 8월 도입 예정인 개정 자본시장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내부 유리천장은 두껍다는 평가가 우세한 만큼 우리은행은 내부적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우호적 근무환경 역량 강화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316140)는 지난달 우리은행 임원 인사를 통해 여성인 송현주 영업본부장을 투자상품전략단 집행부행장보로 기용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외환그룹 집행부행장보를 맡았던 송한영 여성 임원이 임기 만료로 퇴직하면서 1년간 공백이었던 여성 임원 자리가 다시 채워진 것이다.
 
                                                                                                                                                (사진=우리은행)
  
최근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은행)은 여성 임원을 선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자리에 여성 비중을 늘리는 모습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10일 신임 사외이사로 문수복 카이스트 공과대학 전산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승인이 나면 4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 한 명이 추가되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말 기준 6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 1명을 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은행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았다. 작년 9월 말 기준 6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는 2명이었다.
 
이처럼 금융권 전반에서 여성 임원을 확대하는 데에는 ESG 경영 열풍과 함께 오는 8월 시행을 예정인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른 영향 때문이다. 개정되는 자본시장법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를 남성이나 여성 특정 성별로만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지배 구조 다양성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ESG 경영 확산과 더불어 여성 인재 육성과 확산이라는 이슈가 해외 주주들에게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되고 있다”라며 “이제는 여성들도 본인의 커리어를 찾고 실력을 통해 유리천장을 깨고 올라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고 있어 앞으로 은행의 각종 포지션에서 여성들의 진출이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내부적인 유리천장은 여전히 공고하다는 평가다.
 
작년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부행장, 상무, 전무 등을 포함한 미등기임원 수는 총 81명이다. 이 중 여성 임원은 단 5명으로, 비중은 6.1%에 불과하다. 이 기간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부행장 1명, 상무 1명 등 총 2명의 여성 임원을 뒀고, 국민은행은 1명의 여성 상무가 존재했다. 당시 기준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여성 임원이 부재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타 은행 대비 여성이 근무하기에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임원 비중이 현저하게 낮았다.
 
작년 9월 말 기준 우리은행 정규직과 기간제를 포함한 여성 직원 수는 7944명으로 여성 비중은 55.1%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여성 비중이 가장 큰 은행은 하나은행(60.2%) 이었고, 국민은행 52.4%, 신한은행 45.3% 순으로 많았다.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우리은행이 가장 길었다. 우리은행이 15년7개월로 최장 기간을 기록했고, 이어 하나은행 14년8개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13년6개월로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1인 평균 급여액도 4대 은행 중에서 우리은행이 가장 높았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여성 직원 1인 평균 급여액이 6900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하나은행 6800만원, 신한은행 5800만원 순이었다.
 
작년 6월 우리은행은 여성리더 양성 프로그램 ‘우리 윙(WING)’을 출범해 운영 중이다. 과장부터 부장(지점장)까지 60명을 선발해 리더십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를 통해 작년 말 우리은행은 여성 본부장 2명을 신규 선임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우리은행을 포함한 우리금융은 오는 2025년까지 여성 관리자 비율을 40~45%까지 늘릴 계획이다”라며 “여성 임직원 직무를 다양화하고 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한편,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각종 복지제도를 확대·실시를 통해 앞으로 여성 임원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