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대…두산중공업, 원전사업 재개로 재도약 힘 받나
SMR 사업 본격화 가능성 두고 수혜주로 꼽히기도
에너지 전문 기업 도약위한 사명변경과 사업 변화 예고
공개 2022-03-17 08:50:00
 
[IB토마토 김창권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향후 정부 정책 기조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향후 원전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와 관련된 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두산중공업(034020)이 가장 두드러지는 수혜기업으로 떠올랐다.
 
15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9번째로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과 원전 최강국 건설’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원자력 발전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전 세계에 원전 원천기술을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한 줄 공약을 올리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두산중공업이 지분투자한 뉴스케일社 소형모듈원전 (사진=두산중공업)
 
이에 취임 후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신규 원전건설 전면 백지화 발표 이후 5년여간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가 예상된다. 또한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차세대 원전과 원자력 수소 기술 적극 개발, 한미원자력동맹 강화와 원전 수출, 임기 내 석탄 등 화력연료 발전 비중 60%대에서 40%대로 감축 등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친원전을 기반으로 한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원전 사업 재개 가능성으로 그간 관련 사업에서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있던 두산중공업이 수혜를 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히 1400MW급 한국 신형 원전 신한울 3·4호기는 올해부터 준공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 이후 공사가 미뤄지며 사실상 백지화됐다.
 
당시 총 사업비 8조2600억원 규모의 해당 사업에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터빈 발전기 등 사전제작비(4927억원)와 토지매입 등을 포함해 79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돼 한국수력원자력에 납품하지 못하면서 이 비용에 대한 보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로드맵이 모두 정지되면서 두산중공업은 현금흐름에 타격을 입어 수년간 재무위기를 겪었다.
 
특히 두산중공업은 석탄발전 분야의 실적 둔화와 자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 부담까지 더해지며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2020년 초 단기 채권(전자단기사채, 기업어음 등) 차환까지 막히면서 유동성이 부족해지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 3조원을 지원받아 경영정상화작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000150)그룹은 두산타워를 비롯해 두산인프라코어(현대두산인프라코어(042670)) 등 계열사와 보유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하며 두산중공업 자본을 확충하는 내용의 재무구조 개선계획(자구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자구계획을 이행한 지 23개월만인 지난 2월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했다.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난 두산그룹은 올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4대 성장사업으로 ▲가스터빈 ▲수소 ▲신재생(해상풍력) ▲차세대 원전 등을 정하고 실적 개선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올해 수주 목표는 3조2000억원이며, 향후 2026년까지 연평균으로 약 5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수주에서 50%가 넘는 비중을 4대 성장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소형모듈원전 시장 전망과 사업 확대 방안 (사진=두산중공업)
 
현재 두산중공업은 4개 발전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각 사업별 목표 수주금액을 보면 가스터빈에서 1조8000억원, 수소 6000억원, 신재생 2조1000억원, 차세대 원전 8000억원 수준이다. 이중 산업용 공정열 생산, 대형 선박 추진체 등에 활용돼 차세대 원전기술로 꼽히는 SMR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영국국립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전 세계 SMR 시장규모는 오는 2035년 75기가와트(GW)로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주기기 등 기자재는 연평균 7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이미 친환경 정책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원전사업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변화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켰고 프랑스·영국 등을 중심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면서 원자력이 재조명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은 체세대 원자로 기술과 SMR 개발에 7년간 약 3조6000억원 투자를 확정했고, 이외에도 터키, 베트남 등 원전이 없던 30개국가량이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에서도 윤 당선인이 친원전 정책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도 원전 관련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정책 변화의 규모는 원전, 신재생, 석탄화력발전 순이 될 것”이라며 “현 정부가 탈석탄과 탈원전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이를 대부분 신재생발전으로 대체하려던 것과 비교하면 원전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만큼 주가와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원전 관련 업체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 사업 재개를 통한 실적개선에 나설 경우 향후 신사업 확대를 예고한 두산중공업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도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은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두산어너빌리티’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를 비롯한 지속가능성을 언급했는데, 4대 성장사업 외에도 디지털, 폐자원 에너지화 등 신사업도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두산그룹 테스나 인수 후 재무구조 (사진=한국신용평가)
 
대표적으로 최근 두산그룹은 반도체 테스트업체인 테스나(131970)(TESNA) 인수를 결정하고 테스나 최대주주인 에이아이트리 유한회사가 보유 중인 테스나의 보통주, 우선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포함한 지분 전량(38.7%)을 46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향후 반도체 사업을 기존의 에너지(발전) 부문, 산업기계 부문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2월경 1조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하면서 자체 재무대응력이 개선됐다”라며 “그룹의 재무안정화 추세 속에서 테스나 인수를 통해 그룹의 축소된 실적과 사업포트폴리오가 보완될 수 있는 점이 재무부담을 일정부문 상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과거 미국회사들과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 사업을 많이 맡아서 한 만큼 원전 사업재개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면서도 “한수원에서 발주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 이렇다 할 변화는 없고 향후 정책 방향에 맞춰 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창권 기자 kim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