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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과 외부조회
공개 2022-03-18 08:30:00
[IB토마토 전규안 전문위원] 공인회계사가 회계감사를 하는 방법에는 문서검사, 실물검사, 관찰, 질문, 재계산, 분석적 절차, 외부조회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횡령을 발견하는 가장 강력한 감사기술의 하나가 외부에 조회서를 발송하여 확인하는 외부조회다. 외부조회에 대하여 알아보자.
 
첫째, 가장 대표적인 외부조회가 ‘은행조회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공인회계사가 감사대상회사의 거래 은행에 은행조회서 발급을 요청하면 은행이 해당 회사의 예금과 적금, 차입금, 어음과 수표 등에 관한 사항을 회신해준다. 요즘은 금융결제원을 통한 은행조회서 온라인 발급도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회사의 임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하면 그만큼 은행의 예금 잔액이 감소하므로 회사의 장부 잔액과 은행 잔액이 불일치하게 되며, 은행조회서를 발급받으면 이러한 불일치가 발견되어 횡령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재무팀장이 2,215억 원을 횡령하여 논란이 된 A사의 경우는 구체적인 사건내막은 경찰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은행조회서를 통한 외부조회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횡령을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둘째, 거래처에 ‘채권채무조회서’를 보내 회사의 채권과 채무의 잔액을 확인하는 것이다. 공인회계사가 감사대상회사의 거래처에 감사대상회사의 채권과 채무 현황에 대해 조회를 하고, 조회 결과를 감사대상회사의 장부 잔액과 비교하여 불일치하면 횡령이 발견될 수 있다. 
 
최근에 재무팀 직원이 245억 원을 횡령한 B사의 경우는 담당 직원이 거래처로부터 대금을 받은 뒤 다른 거래처에 지급한 것으로 서류를 위조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C사로부터 외상매출금 1억 원을 회수한 후 횡령을 하고, D사에 대한 1억 원의 외상매입금을 상환했다고 장부에 기록한 것이다. 이때는 은행 잔액과 회사장부상의 예금 잔액이 일치하므로 은행조회서를 확인해도 횡령을 발견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D사에 채권채무조회서를 발송하여 B사의 외상매입금 잔액을 확인하면 횡령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B사의 경우에도 공인회계사가 회계감사를 하면서 채권채무조회서 발송을 위해 회사 측에 채권과 채무 관계에 있는 거래처의 명단과 금액을 요구했으나, 횡령 사실이 발견될 것을 두려워한 담당 직원이 거래처의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버티다가 자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횡령을 발견하려면 분기와 반기 검토, 기말 감사를 할 때뿐만 아니라 수시로 은행조회서를 통해 회사의 장부 잔액과 은행 잔액을 확인해야 하고, 채권채무조회를 할 때는 현재의 채권·채무 관계가 있는 거래처뿐만 아니라 과거 거래처까지 포함하여 가능한 많은 범위의 조회를 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조회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회사가 거래 관계에 있는 은행이나 거래처 명단을 처음부터 고의로 공인회계사에게 제출하지 않으면 공인회계사는 외부조회 자체를 할 수 없다. 특히, 채권채무조회의 경우에는 표본조사를 하므로 조회서를 발송하지 않은 거래처와 관련된 횡령이 발생하면 발견이 어렵고, 해당 거래처 직원과 공모하여 거래처에서 거짓 답변을 해도 횡령 사실을 발견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과 운용이 중요하다. 자금집행업무와 회계업무, 거래처 관리 업무 등을 다른 사람이 담당하도록 하는 ‘업무분장’, 중요한 거래에 대하여 상급자가 실질적인 ‘승인’을 하고, 자금부서와 구매부서 등의 ‘업무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감사가 사후에 발견하는 것이라면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재무제표감사의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무제표감사의 목적은 오류나 부정(횡령)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제표가 회계기준에 따라 중요성의 관점에서 적정하게 작성되었는지에 관해 감사인이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물론 감사인은 회계감사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류나 부정을 발견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오류나 부정의 발견이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따라서 횡령의 예방과 발견을 위해서는 감사위원회(또는 감사)와 내부감사부서의 실질적인 역할 증대도 중요하다. 회사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잘 설계하여 운용하고, 감사위원회(또는 감사)와 내부감사부서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감사인은 회계감사기준을 준수하여 회계감사를 함으로써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횡령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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