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사내이사 선임 제동…의결권자문사, 최윤호 대표 '반대'
'최윤호 대표, 삼성전자 임원 재직 때 회사에 손해 입혀'
중국 배터리팩 공장도 철수···"뚜렷한 성과 필요"
공개 2022-03-15 08:50:00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주주총회를 앞둔 삼성SDI(006400)의 사내이사 선임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의결권자문사 중 한 곳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에서 최윤호 신임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여기에 삼성SDI가 중국에서 배터리팩 공장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최 대표의 역량 발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분석한다.
 
의결권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삼성SDI 주주총회 의안에 대한 의견. 자료=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결권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 11일 삼성SDI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의 최윤호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한다’라는 의견을 냈다. 
 
CGCG는 “최윤호 후보는 삼성전자 재직 시절 미등기임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등 지배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직간접적인 손해를 입힌 행위를 한 당사자”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21년 6월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가 수행하는 단체급식에 대해 일감몰아주기를 한 삼성전자(005930) 등 4개 계열사에 부당지원행위로 약 23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부당지원행위를 주도한 삼성전자와 최지성 실장(미래전략실)을 고발했다. 이 사건에서 당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임원이던 최윤호 대표도 단체급식 경쟁입찰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막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CGCG에서는 이 점을 들어 최 대표에 사내이사로서의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윤호 삼성SDI 신임 대표이사. 사진=삼성SDI
 
실제로 최 대표는 공정위의 고발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최 대표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에 대해 검찰총장의 고발요청권 행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CGCG 측은 “비록 공정위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나, 최윤호 삼성SDI 사내이사 후보가 중대한 기업가치 훼손행위를 직접 실행한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동 후보의 이사 선임에 대하여 반대를 권고한다”라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SDI가 배터리팩 공장을 모두 청산하는 등 중국 내 사업 비중을 줄이는 모습을 보이면서, 삼성SDI가 중국 시장 공략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말 중국 우시에 위치한 배터리팩 법인(SWBS)을 철수했다. 장춘의 배터리팩 법인(SCPB)은 지난해 초에 이미 청산을 마쳐, 삼성SDI는 사실상 중국 내 배터리팩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중국 배터리 팩 법인 청산의 가장 큰 원인은 실적 약화다. 우시법인은 2020년과 작년에 각각 1억원의 손실을 냈고, 장춘법인 역시 2016년 6억원·2017년 8억원·2019년 9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으로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부조금 지금이 중단되면서 사업이 지연된데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기업을 육성하면서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의 벽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중국에서 배터리팩 공장을 철수하는 것은 ‘질적 성장’을 강조한 최 대표의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과감한 포기는 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의결권자문사의 반대 의견이 나온 만큼 이를 불식시키고 회사에 이익을 가져올 새로운 성과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