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첫 번째 노조 추천 이사 탄생 임박…결정은 금융위로
노조 측 3명 사외이사 후보 추천…행장이 금융위에 기본 정보 전달
윤석열 당선인도 노동이사제 긍정적…최종 권한 금융위 선택 ‘주목’
공개 2022-03-16 08:50:00
(사진=IBK기업은행)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기업은행(024110) 첫 번째 노조추천이사 탄생이 임박했다. 작년 행장이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결국 노조추천이사제가 무산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은행이 노조가 추천한 3명의 후보에 대한 정보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하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최종 결정은 금융위에 넘어간 상황으로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노동존중’ 사회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사외이사 후보 3명을 기업은행에 추천했다. 후보에는 어떤 인물이 선정됐는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신충식과 김세직은 오는 26일 임기가 마무리된다. 임기가 만료되는 두 이사는 연임하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의결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원 과반수, 즉 3명 이상의 이사가 참여해야 한다. 공석이 채워지지 않을 시에는 기존 이사가 연임하지만, 매끄러운 이사회 운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외이사를 빠르게 선임할 필요가 있다.
 
노조는 이번 사외이사 선임에 기업은행 사측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의 사외이사 선임은 후보 추천이 올라오면 주주총회를 통해 다수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기업은행은 행장이 금융위에 후보를 제청하고 금융위에서 최종 임면하는 방식이다.
 
작년 4월에도 기업은행 노조가 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금융위에 제청한 후보 4인 중 노조가 추천한 후보는 단 1명에 불과했고 이사 임면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행장이 노조가 추천한 3명의 인사에 대한 기본 사안을 금융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행장이 금융위에 제청하는 과정이 구두로 이뤄지는지, 이력서를 전달하는지 등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라며 “다만, 노조에서는 추천 후보에 대한 정보를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원 행장이 그동안 노조추천이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도 노조는 이번 노조추천이사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윤종원 행장은 지난 2020년 취임 당시 노조와 ‘은행은 노조추천이사제를 유관 기관에 적극 협의해 추진한다’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이제 기업은행의 첫 번째 노조추천이사 탄생 결정권은 금융위로 넘어갔다. 금융위 역시 기업은행 노조와 노조추천이사 탄생을 약속했지만 아직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 지난 2020년 1월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구두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약속했다. 작년 4월 노조추천이사가 불발된 후에는 금융위원장이 노조에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금융위의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 성사 여부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노동존중’ 사회 이행 과제를 마무리할 수 있느냐와도 직결된 문제다.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5대 국정 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20대 국정전략에는 ‘노동존중’ 사회를 선정하고 차별 없는 공정사회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100대 국정과제에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 지난 1월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하며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이 현실화됐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7일 금융위 앞에서 “지난 대선 때부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여러 차례 약속한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은 “이번 기업은행 이사 선임은 금융산업 미래를 중심에 두고 결정해야 한다”라며 “노조가 추천한 세 명의 인물은 충분한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기업은행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행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기업은행 사외이사 후보군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라며 “전달받은 후보군을 토대로 적합한 인물을 사외이사로 임면하겠다”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노조추천이사가 불발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는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금융권 노조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은 대부분 노동 유연화를 골자로 하는 정책들이 다수였다”라며 “다만, 노동이사제는 찬성하는 모습을 보여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도는 지속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번에는 노조추천이사제도 성공을 위해 기업은행 사측뿐만 아니라 금융위에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기업은행 사측과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노조가 추천한 인사가 사외이사가 될수록 계속 어필하고 있고, 금융위에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주고 있다”라며 “노조 추천 이사는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 때, 경영진의 입장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