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나선 에코캡…'2년째 적자' 승부수 띄우나
멕시코 공장 증설로 북미 매출 성장 기대
운임비·인건비 변수…수익성 개선 더딜지도
공개 2022-03-15 08:50:00
[IB토마토 손강훈 기자] 에코캡(128540)이 북미 진출의 핵심인 멕시코 공장 증설과 시설투자를 위해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실적 부진에 따른 자체적인 현금창출력 약화로 외부 자금 의존도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차입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자금조달을 결정한 것이다. 결국 이번 투자가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캡은 560만주의 보통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예상모집가액 7160원을 기준으로 총 401억원 조달을 목표로 한다.
 
 
 
조달 자금의 절반 이상은 채무상환에 사용한다. 예상대로 401억원을 모집했다고 가정하면 신한금융투자 브릿지론(160억원)과 기업은행, 산업은행 차입금 상환에 각각 50억원 씩 총 260억원을 빚을 갚는데 쓴다. 88억원은 멕시코 공장 생산라인 구축과 설비 매입에, 53억원은 동(구리)과 컴파운드 등 원재료 매입에 쓴다.
 
다만 신한금융투자 브릿지론은 멕시코 공장 추가 투자를 위한 단기차입금인 만큼 사실상 이번 유상증자는 멕시코 공장과 관련된 투자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캡은 국내 주요 고객사였던 쌍용차(003620)와 한국지엠이 침체를 겪으면서 매출이 줄어드는 타격을 받았다. 이에 새로운 매출처 확보를 위해 해외에 눈을 돌렸고 중국과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중국, 베트남, 미국에 판매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8년 설립한 멕시코 공장은 북미 시장 진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에코캡이 멕시코 공장으로 원자재를 조달하고 이를 통해 멕시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에코캡 아메리카(미국 판매법인)로 공급해 에코캡 아메리카가 미국 내 1차 부품사로 판매하는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에코캡 아메리카는 전체 매출의 29%(2021년 3분기 누적 기준)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매출처로 자리 잡았으며 최근 미국 완성차 1차 부품업체들의 수주가 증가하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량 확보를 위해 멕시코 공장 증설과 시설 확충을 결정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수익성이다. 수익성 부진이 자체적인 현금창출력 약화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커진 차입부담으로 인해 추가적인 멕시코 공장 투자 비용은 결국 주주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에코캡의 매출은 멕시코 공장이 첫 가동된 2020년 미국법인의 수지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8.5% 늘어난 727억원을 거뒀고 2021년 846억원으로 2020년보다 16.4%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멕시코 공장 첫 가동에 따른 생산 손실 등의 영향으로 2020년 -68억원으로 적자전환했으며 작년에는 -37억원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지속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0년 -111억원으로 적자였지만 지난해 영업외수익인 외환차익과 외화환산이익의 발생으로 1억5000만원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는 했다.
 
수익성이 나빠졌던 2019년(영업이익 3억원·당기순이익 11억원, 전년 대비 각각 90.6%·42.1% 감소)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FCF)은 -123억원으로 2018년 40억원보다 악화됐으며 이후 2020년 -197억원, 2021년 9월 말 -83억원으로 마이너스(-)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서긴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작년 한 해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면 외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실제 에코캡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2019년부터 상승세다. 부채비율은 2018년 66.4%, 2019년 81.3%, 2020년 107.8%, 2021년(잠정) 118.5%을 기록했으며 특히 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26.4%, 2019년 28.4%, 2020년 34.9%, 2021년 9월 말 38.3%로 적정기준(30%)을 넘어섰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재무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비율은 71.9%로 100% 아래도 떨어지며 모집자금 중 일부가 차입금 상환으로 쓰이기 때문에 차입금의존도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수익성 회복에 대한 변수도 존재한다. 우선 판매비와 관리비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건비다. 멕시코 공장 증축이 완료된 후 직원 고용으로 인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매출이 증가할수록 운임비가 증가하게 되는 구조도 부담이다. 에코캡은 해상운임비의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후 회복 영향으로 해상운임료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매출 성장이 수익성 개선으로 오롯이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에코캡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유상증자는 미주 사업수주 증가예상에 따른 설비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올해는 작년 대비 매출액 증가를 예상하고 있지만 글로벌 정세(유가상승과 원자재 단가 인상 등)를 고려해 볼 때 실적 전망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다.
 
손강훈 기자 riverh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