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사태 장기화…오리온·롯데제과, 직격탄 맞나
러시아·우크라 밀수출 세계 상위권…곡물가격 폭등
루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클 것
공개 2022-03-11 15:42:48
오리온 러시아 법인은 누적 매출 1조원을 넘겼다. 러시아 현지에서 판매되는 초코파이 전경. 사진 /오리온 제공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식품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며 원가 압박이 증가하는 데다, 환차손 등 다방면적 피해가 예상되며 제과업체 전망에 빨간불이 짙어지고 있다.
 
11일 외신보도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면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어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정상 간 러시아 주요 4개 은행 대외거래 차단을 골자로 하는 추가대책을 이어가는 등 광범위한 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산업별 영향점검 보고서를 통해 곡물 수급 문제로 식품기업들의 원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밀 수출 분야 2위, 옥수수는 세계 6위 국가다. 전시 상태인 우크라이나도 밀과 옥수수 수출 부문에서 세계 4위 수준의 영향력을 갖는다. 밀은 제분, 사료, 라면, 빵, 과자 등 식료품 전반에 사용된다. 옥수수도 감미료 및 동물 사료의 주요 원재료로 활용된다. 두 국가가 국제 곡물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이 크다 보니 불확실성 여파로 세계적으로 곡물 가격이 유례없이 치솟는 중이다.
 
현재 주요 식품업체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원재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사태 장기화 시 원재료 수급에 차질이 발생해 피해가 불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국가별 밀·옥수수 수출량. 출처/한국신용평가
 
밀·옥수수 선물 가격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곡물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내 제과업계에서는 일찌감치 롯데제과(280360)오리온(271560)이 러시아 시장에 손을 뻗었다. 2020년 기준 러시아법인 매출액은 오리온 891억원, 롯데제과는 521억원이다. 각각 전체 매출(연결) 중에서 4.0%, 2.5% 비중을 차지한다.
 
오리온과 롯데제과는 이미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한 만큼 수출 규제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러시아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내수판매 위주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 내부 경기˙수요 둔화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매출 타격이 변수다. 실제 오리온의 경우 러시아법인은 중국과 베트남에 이은 3번째 주력 시장이다. 지난해 누적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궤도를 달리고 있었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를 마주했다는 평가다.
 
설상가상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는 40%가량 폭락한 것으로 집계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루블화로 매출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환차손(환율변동에 따른 손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사태 진행 상황과 러시아 경제제재 추이, 파급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