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김형일 기자] 토스뱅크가 '사장님 대출’을 통해 개인사업자들에게 자금을 공급하게 됐지만 대출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성장성을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나온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비롯한 기업금융은 비교적 거액여신인 탓에 한정된 자본을 보유한 은행으로선 활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출범 5개월 만에 여타 인터넷전문은행 못지않은 상품군을 꾸렸지만, 자본력이 열위한 축에 속하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달 14일 개인사업자신용대출을 선보이며 최저금리는 연 3.53%, 최대한도는 1억원이라고 밝혔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한도가 2000만~50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영업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여기에 토스뱅크는 올해 안에 지역신용보증재단과 비대면(온택트)특례보증 상품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는 부동산 관련 대출(전·월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하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323410)와 유사한 대출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으며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게 됐다. 케이뱅크는 이달 중 개인사업자대출을 출시하기로 했으며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출사표를 던지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토스뱅크는 신용대출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가계대출을 취급해왔으며 이들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사진/토스뱅크
그러나 이번 대출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효율적인 자본 활용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개인사업자들은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을 받아 개인사업자신용대출을 받는다”라며 “개인사업자신용대출이 가계신용대출보다 한도는 물론 금리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본력이 열위한 은행은 대출을 소수에게 저리로 내주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토스뱅크의 가계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5.66%를 기록했다.
하지만 토스뱅크의 자본력은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도 미흡한 축에 속한다. 지난달 23일 토스뱅크 이사회가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토스뱅크의 자본금은 5500억원에서 85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각각 1조8785억원(3분기 기준), 2조4758억원을 가리켰다.
과거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으며 이는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였던 케이뱅크는 2020년 7월부터 대출을 재개했으며 비로소 정상궤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스뱅크는 매년 최대 3000억원, 향후 5년 동안 총 1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추가 유상증자는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토스뱅크 역시 작은 자본금 규모로 대출 총량을 늘리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해 토스뱅크는 출범 9일 만에 대출한도 5000억원을 모두 소진함에 따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정책금융 상품인 사잇돌대출, 비상금대출을 취급이 제한됐으며 금융당국에 한도를 8000억원으로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의 자본금을 기준으로 한도를 정했다.
토스뱅크는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가계신용대출 최고 한도가 2억7000억원으로 개인사업자신용대출보다 높다”라며 “결과적으로 개인사업자신용대출이 덜 나가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사업자신용대출은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에 축적된 데이터가 많아서 시작하게 됐다”라며 “리스크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탰다.
김형일 기자 ktripod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