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논란 NHN, ESG 위원회 신설…주주환원 박차
쪼개기 논란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 소통·주주환원 약속
"분할 법인 주식 NHN 주주에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개정"
공개 2022-03-04 17:36:54
[IB토마토 김성훈 기자] 클라우드 부문 물적분할로 이른바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NHN이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물적분할 문제가 주주들의 항의에서 끝나지 않고 대선 주자들까지 관련 규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NHN도 소통과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N(181710)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기로 결의했다. NHN은 ESG위원회를 3인 인상의 이사로 구성할 예정이며, 위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방침이다. NHN 측은 ESG위원회 설치 이유에 대해 “ESG 경영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NHN이 ESG위원회를 만든 배경으로 ‘클라우드 부문 물적분할’을 꼽는다. 클라우드 부문을 물적분할해 오는 4월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다는 NHN의 계획이 ‘쪼개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쪼개기 상장이란 유망한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만든 후 상장하는 것으로,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법의 하나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악재이기도 한데, 주가 상승의 동력이던 사업부가 떨어져 나가는 만큼 모회사의 가치·주가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NHN 실적 추이. 자료=NHN
 
클라우드 사업은 현재 NHN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중 가장 성장성이 큰 사업으로 꼽힌다. 클라우드 사업이 포함된 기술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전 사업부 중 가장 높은 65.4%의 성장률을 보이며 잠재력을 드러냈다. 아직은 적자이지만, NHN 측은 클라우드 부문이 올해 하반기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본다. NHN이 이처럼 미래성장동력으로 유력한 클라우드 사업부 분사를 발표하자 주가는 크게 떨어졌고, 주주들의 반발도 심한 상황이다. 물적분할을 공시한 지난해 12월24일 종가 기준 9만3200원이던 NHN 주가는 4일 종가 기준 35800원으로 급락했다.
 
이후 백도민 NHN클라우드사업 본부장이 “클라우드 사업은 선(先)투자를 하고, 장기적으로 회수하는 구조의 장비산업이라 초기 재원확보가 필요하다”라며 “논란이 되는데도 물적분할을 하는 이유는 성장 재원을 다른 투자자들과 협의해 확보하고 책임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회복되지 않는 주가처럼 주주들의 우려와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12월30일 “기업의 물적분할 이슈에 대해 법적 부분에서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규제를 예고했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1월 “물적분할 자회사에 대해 상장 심사를 할 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항목의 하나로 두고 적극 검토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쪼개기 상장을 사실상 금지하겠다”라고 공약하기도 했다. NHN이 주주환원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NHN은 이날 개최한 이사회에서 ESG위원회 신설뿐만 아니라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을 추진할 때 이를 주주총회 특별결의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을 얻도록 하고,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분할 법인의 주식을 NHN 주주들에게 현물 배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개정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NHN 주주총회는 오는 3월29일 개최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정우진 NHN 대표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주 서한을 보내 주주들에게 주주환원정책 강화와 활발한 소통에 대한 의지를 전하고, 올해 핵심사업 추진 방향과 ESG 경영 본격화 계획을 공유했다.
 
정 대표는 서한에서 “올해부터 3년간 직전 사업연도 별도 기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형태의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NHN이 계속해서 추진해 온 주주환원정책을 주주 여러분들께 보다 구체적으로 공유하며 소통하겠다”라고 약속했다. 클라우드 법인 독립에 대해서도 “자금조달과 책임경영을 위한 NHN의 의지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져 모기업인 NHN의 기업가치 역시 높일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올해 최대 5조원대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네이버(NAVER(035420)) 클라우드·KT(030200) 등 국내 경쟁사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설비 투자가 필수다. NHN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짓는 데에 앞으로 4년간 총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행정안전부 주도로 진행되는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 예산 2400억원 중 3분의1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사례처럼 적극적인 소통과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 해도 하락한 주가와 투심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약속한 안건이 주주총회를 통과한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voic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