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국민카드)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지난해 순익규모로
삼성카드(029780)에 밀린 KB국민카드가 올해는 업계 2위 자리를 올려다볼 수 있을 전망이다. KB국민카드는 업황 악화에도 신용판매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삼성카드가 최대 주주인
삼성생명(032830)이 중징계를 수용 시 최소 1년간 신사업 진출에 제약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카드는
KB금융(105560) 계열사와 연계를 통한 플랫폼과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는 작년 한 해 당기순이익 421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30% 증가한 수준이다. 작년 당기순익 기준 국민카드는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이어 3번째 순위에 자리했다. 신한카드는 6750억원, 삼성카드는 551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국민카드는 카드업계 2위 다툼을 하는 삼성카드와 당기순익 격차가 2020년과 비교해 더 벌어졌다. 2020년 삼성카드 당기순익은 3988억원, 국민카드는 3240억원으로 748억원의 격차를 보인데 이어 작년엔 1299억원으로 확대됐다.
다만, 총자산 규모에서는 국민카드가 삼성카드를 간발의 차로 앞질렀다. 작년 국민카드의 총자산 규모는 전년 대비 13.6% 늘어난 27조349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16.0% 증가한 27조144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영업 부문에서도 국민카드가 우수한 모습을 보였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등 카드 이용금액은 156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늘었다. 작년 삼성카드의 카드 이용금액은 전년 대비 12.9% 늘어난 141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영업수익도 국민카드는 전년 대비 8.9% 증가한 4조370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6.1% 늘어난 3조4282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민카드가 더 큰 영업수익을 냈음에도 당기순익이 삼성카드에 밀린 것은 영업비용이 컸기 때문이다. 삼성카드는 영업비용으로 2조4292억원을 지출했지만, 국민카드는 2조7552억원의 영업비용이 소요됐다.
국민카드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민간소비 회복에 따른 카드 이용금액 성장과 PA(대행업무)·글로벌·신금융 등 이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실적 상승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영업수익이 늘어남에 따라 이자 비용, 수수료, 기타영업비용 등으로 영업비용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작년 카드사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호실적을 이어가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부터 카드업계를 둘러싼 규제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가맹점수수료율이 0.1~0.3%p 인하되면서 가맹점 연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은 최소 0.5%에서 1.5%까지 적용된다.
특히, 신용판매 의존도가 높은 삼성카드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카드는 전체 카드자산 14조647억원 중 신용판매는 16조7390억원이다. 자산 구성에서 신용판매 비중이 69.6%를 차지하고, 카드론 22.6%, 현금서비스 4.1%, 할부금융·기타 3.7% 등으로 구성됐다. 카드론을 제외한 기타 사업 비중은 크지 않은 모습이다.
반면, 국민카드 전체 카드자산 25조1771억원 중 신용판매는 13조7403억원이다. 신용판매가 54.6%의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카드론 23.1%, 할부금융·기타 17.7%, 현금서비스 4.6% 순이었다. 국민카드는 신용판매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수익 확보를 위해 할부리스 등 사업 비중을 늘렸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를 위해 카드사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기준도 강화된다. 금융사 평균 DSR과 차주단위 DSR은 기존 60%에서 50%로 강화되고, 차주 단위 DSR 산정 시 카드론이 포함될 예정이다.
국민카드는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 속에서 금융플랫폼을 강화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KB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과 연계한 디지털 금융플랫폼을 통해 금융서비스는 물론 경영지원, 비금융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인다. 빅테크 기업과 경쟁을 위한 마이데이터 사업도 강화한다. KB금융 그룹 차원의 고객 통합 프로필 체계를 구축해 카드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생활밀착형 혜택과 금융정보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카드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과 마이데이터 등 사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삼성카드는 신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카드 지분 71%를 보유한 최대주주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 건으로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중징계를 수용하면, 삼성카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최소 1년간 신사업 진출 인허가를 받을 수 없다. 특히, 8개 전업카드사 중 7개 카드사가 시행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삼성카드는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에 삼성카드는 삼성생명,
삼성화재(000810),
삼성증권(016360) 4개 삼성금융계열사와 함께 금융서비스를 통합한 ‘모니모(가칭)’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작년부터 경쟁 카드사들이 앞다퉈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 나선 삼성카드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민카드를 이끌게 될 이창권 대표의 행보에도 관심이 커진다. 올해 1월 이창권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1등 카드사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카드 본업 핵심 경쟁력 강화 △초일류 플랫폼 기업 대전환 △신규사업 기반 확대 △ESG 선도기업 △창의적이고 빠른 조직 구축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코로나19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 금융규제 강화, 빅테크와 경쟁 등 주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최고의 금융플랫폼을 만들어가는 데 노력할 계획이다”라며 “이창권 새 대표의 신용카드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내실 성장과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