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 시그널
농협생명, 저축성 중심 구조…낮은 수익성
채권 재분류에 따른 RBC 비율 관리 부담도 커져
공개 2022-02-24 17:21:03
(사진=농협생명)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농협생명이 생명보험업계에서 중상위권 시장 지위를 보이지만, 저축성 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인해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수익구조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채권 재분류 영향으로 지급여력금액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지면서 RBC(지급여력) 비율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24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작년 9월 말 기준 농협생명의 총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한 65조원,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6.9% 줄어든 4조5529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산과 수입보험료 기준 각각 6.6%, 5.7%의 시장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생명의 보험 포트폴리오는 저축성 보험 중심으로 구성됐다. 수입보험료 구성을 보면, 보장성 보험이 1조8300억원으로 전체 40.2% 비중을 차지하고, 저축성 보험은 2조7229억원으로 전체 59.8%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농·축협조합 영업 채널을 중심으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해 왔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은 ‘방카슈랑스 25%룰’ 배제 특례규정 일환으로 특별계정을 취급할 수 없어, 타 보험사의 퇴직연금과 변액보험 해당분을 저축성보험이 차지하고 있다. 방카슈랑스25%룰은 자산 2조원 이상의 특정 금융기관이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초과해 판매할 수 없는 규정이다.
 
농협생명은 지난 2015년부터 저축성 보험 비중을 축소하기 위해 종신,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확대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신계약 APE(연납화보험료)는 4338억원 중 보장성 보험 2809억원, 저축성 보험 1540억원으로 나타났다.
 
보장성 보험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지만, 농협생명의 수익성은 업계 평균 대비 낮은 모습이다. 작년 9월 말 누적 기준 ROA(총자산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p 상승한 0.23%를 기록했지만, 업계 평균인 0.47%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1조3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하며, 운용자산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0.06%p 오른 2.76%를 기록했다. 이는 업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인 2.97%와 비교해 저조한 기록이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저축성 보험 중심 포트폴리오는 이차마진 중심 수익구조로 수익성이 낮고 미흡한 사업 다각화로 손익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라며 “위험보험료 규모가 작아 보험이익 창출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보장성 영업 특성상 수익구조 개선은 장기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리 상승 영향에 따른 RBC 비율 관리 부담도 커졌다. 농협생명이 지난 2020년 9월 유가증권 만기보유증권 계정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 지급여력금액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0년 말 1조2000억원이었던 매도가능증권평가손익은 작년 9월 말 3000억원을 기록했다. 그 결과, RBC 비율은 287.7%에서 222.7%로 65%p 크게 떨어졌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034950) 책임연구원은 “가용자본의 높은 금리민감도와 금리상승 전망을 고려하면 RBC 비율 추가 하락 우려가 크고, 기발행 후순위채의 자본인정액 상각과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 도래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현재 농협생명은 요구자본 통제를 강화하고 자본성증권 발행을 검토 중으로 진행 상황과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