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여의도' 탄생 예고…신세계 vs 현대백, 유통대전 향방은
신세계프라퍼티, 이지스자산운용과 IFC몰 입찰 참여
여의도에 스타필드 개장 기대감 솔솔
양사 업태 달라 단순 비교 무리…매출 창출 구조 상이
신세계프라퍼티, 소형 점포 경쟁력 입증 관건
공개 2022-03-02 08:50:00
[IB토마토 변세영 기자]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이고 있는 신세계(004170)그룹이 유통 라이벌로 불리는 현대백화점(069960)그룹과 여의도에서 경쟁 구도의 싹을 틔운다. 더현대서울 성공에 자극받은 신세계가 IFC몰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며 스타필드 여의도 조성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지난해 이미 여의도 상권을 휩쓸긴 했지만, 인접 공간에 스타필드 등의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고객 쟁탈전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양사의 대결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부동산 개발·운영업체 신세계프라퍼티는 이지스자산운용과 이달 초 여의도 IFC 인수전 1차 본입찰에 참여한 데 이어 지난 14일에는 2차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보유하는 IFC몰 8만5400㎡(2만5833평)과 IFC빌딩 4개동이다. 이번 입찰에는 신세계-이지스자산운용 외에도 미래에셋맵스, 코람코자산신탁, 마스턴투자운용 등 총 6개 업체가 참여했는데, 모두 4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냈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눈길을 받는 조합은 단연 신세계-이지스자산운용이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그룹 내 유통 상업시설을 개발하는 형태로 업황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만약 신세계-이지스 측이 매각 대상자로 선정될 시 해당 IFC부지에는 ‘스타필드’와 신세계그룹 호텔 브랜드인 ‘조선호텔’이 들어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물론 인수 대상인 빌딩 4개동에는 이미 콘래드호텔이 위치해있긴 하지만, 이번 딜 조건에는 호텔브랜드 변경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 입장에서는 그룹 주요 사업인 호텔과 쇼핑·문화공간을 한곳에 거느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다. 자금 부분도 긍정적이다. 일각에서는 조 단위의 금액을 프라퍼티가 감당할 수 있느냐에 의구심이 나오기도 했지만, 애초 입찰에 신세계프라퍼티가 참여한 금액 자체가 이지스자산운용에 비해 월등히 작은 규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재정 부담이 덜어진 만큼, 신세계가 인수전을 완주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IB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1·2차 입찰에서 신세계프라퍼티 (참여) 금액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라면서 “이지스자산운용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IFC몰에 스타필드가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면서 현대백화점과의 ‘전면전’이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은 파크원 자리에 영업면적 8만9100㎡(2만7000평) 규모의 서울 최대 규모 ‘더현대서울’ 백화점을 오픈했다. 더현대서울의 경우 3년간 임대료가 연 300억원으로 손익분기점도 5000억원 수준으로 낮지만, 지난해 기대를 뛰어넘는 흥행으로 매출만 6600억원 이상을 올렸다. 지난해 오픈이 2월 말인 점을 고려하면 10개월 만에 7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창출한 셈이다. 증권업계는 더현대서울이 오는 2024~2025년 사이 최단기간 매출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는데, 여기에 뜻하지 않는 스타필드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의 승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신세계는 후발주자 리스크를 깨고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지역 1위 타이틀을 빼앗은 바 있다. 2011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대구점은 지역 1위 사업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었지만, 2016년 대구신세계 출범과 함께 왕좌의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신세계그룹의 완승이었다.
 
코엑스 스타필드. 사진=신세계프라퍼티
 
반면 여의도는 백화점 대 복합쇼핑몰 구도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 양사 업태 차이로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가 상이하다는 점에서 단순히 매출로는 승자를 따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입점업체의 매출을 모두 합하면 총매출, 업체들에게 받는 매출 베이스 수수료로 창출한 수익은 순매출로 계산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입점 상인들로부터 임대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다. 물론 약정임대료 외에도 매출이 상승하는 만큼 매출연동 수수료 조건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사업자체의 수익 측정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양사의 실적을 비교하기가 난해하다.
 
다만 단순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현대서울’이 받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IFC몰 자체가 복합쇼핑몰인 만큼, 신세계 인수 후에도 현재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첫 번째 이유다. 아울러 스타필드가 대형 점포에 비해 소형 점포에서 부진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IFC몰은 서울국제금융센터(IFC서울) 지하 3개 층에 연면적 7만6021㎡, 영업면적 3만9420㎡ 규모로 들어서 있다. 이는 스타필드시티 위례점(4만4298㎡)과 스타필드 부천점(4만1983㎡)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체 점포로 따지면 스타필드 명지점(2만5124㎡)을 잇는 가장 작은 규모의 스타필드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스타필드가 초대형화 점포(스타필드 하남 15만8016㎡, 스타필드 고양점 13만3554㎡)를 제외하면 아직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6년 9월 국내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을 오픈한 이후 코엑스몰, 이듬해에는 고양점까지 연이어 출점을 단행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 따르면 하남·고양·안성을 제외하고 위례점, 부천점, 명지점 등은 영업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위례점은 2018년 12월, 부천은 2019년 9월, 명지점은 2019년 10월에 오픈했다. 업계에서는 위례점과 부천, 명지점이 하남점과 고양점에 비해 아직 초기단계다 보니 향후 점포가 활성화됨에 따라 수익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 이면에, 규모가 작은 점포에서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자산개발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애초에 (스타필드) 대형 매장과 소형 매장은 콘셉트가 달라 수익성이 같을 수 없다는 점에서 단기 실적만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라면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seyo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