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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이해관계자 간 사전 동의 필요한 ‘P플랜’ 골프장 매각에 적용
“치솟는 가격, 앞으로 안정화될 것…코로나19 변수도 존재”
공개 2022-02-28 08:50:00
[IB토마토 강은영 기자] P플랜, 프리 패키지드 플랜이라고 불리는 구조조정 방법은 기업을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는 회생절차로 뽑히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특히, 골프장 매각에 있어 P플랜은 적용하기 까다로워 과거 성공 사례를 찾기 쉽지 않았다. 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골프장 매각 과정에 P플랜을 적용해 성공적으로 딜을 마무리했다.
 
이민훈 변호사는 삼부토건(001470) 매각부터 레이크힐스 회생 신청과 매각, 삼부토건 사옥 매각 등 부동산과 골프장 매각·회생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솔루엠(248070), 피움랩스 등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계약의 자문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다음은 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부동산·골프장 M&A(인수·합병) 업무 자문이 가진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반적인 기업 M&A는 주로 기업 지분을 사고팔아 지배 경영권을 가져오는 형식으로, 특허나 원천 기술 등에 가치를 두고 가격을 책정한다. 반면, 골프장 M&A는 ‘체육시설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받기 때문에 매각 시에 제한이 따른다. 골프장에 포함된 인원, 카트, 설비, 잔디 관리 시설까지 모두 한 번에 거래가 이뤄진다. 그렇다고 해서 지분 매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사고파는 형식으로 매각할 수도 있고, 부동산 거래처럼 자산 양수를 선택할 수 있다. 가치 측정은 입지와 향후 매출 가능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여기에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제로 나눠서 운영하는데, 매각 대상 골프장이 회원제라면 회원을 대상으로 보증금 반환 채무도 존재한다.
부동산 개발 사업은 땅 매입부터 M&A가 시작된다. 땅을 80% 정도 매입하고, 이를 기초로 대출받아 땅 매수 잔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20%에 대한 토지를 협의해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후 건물 등을 설립하기 위한 PF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거래는 매각 물건을 사고팔면 끝이지만, 부동산 개발 사업은 거래 시작부터 잔금을 치르고 착공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작년 한 해 진행한 M&A 업무 자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
△제주도 1호 골프장 칸트리구락부(제주cc) 매각 자문에 참여했다. 제주cc 모회사는 ‘한프’로, 지금은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제주cc를 매각하면서 한프도 회생 절차에 들어갔다. 모회사와 자회사 두 곳 모두 매각에 들어간 것이다. 제주cc 매각 자문은 법무법인 바른이 맡았고, 한프 매각 주관은 삼일회계법인이 담당해 매각 과정에 많은 플레이어가 참여하게 됐다. 이로 인해 서로 의사소통하며 의견을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각 기업이 가장 높은 가격에 매각을 진행하고 싶은 니즈가 있었는데, 당시 법원에서는 거래 안전을 위해 두 기업을 모두 인수하는 조건으로 매각하도록 결정했다. 자칫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매각 과정이 길어질 수 있었는데, 주관사들 사이에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 생기면 법원이 주도해 방향을 결정했기 때문에 빠르게 매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골프장 M&A 매각에 ‘P플랜’을 도입했다. 이전에는 이를 도입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이며, 당시 도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P플랜은 법원이 기존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으로, 채권단이 부실기업에 대한 사전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이 2~3개월 동안 강제적으로 초단기 법정관리를 거친다. 일반적인 회생 절차와 비교해 신속하게 회생 절차를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채무자도 채권자도 만족을 얻게 해주는 제도다. 이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와 채권자들이 P플랜에 동의하고, 인수 희망자와 매도자 사이에 사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골프장 M&A 과정에서 P플랜을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 먼저, 해당 골프장을 이용 중인 수천 명의 회원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회원제로 운영하는 골프장을 대중제로 전환하는 데 반대하는 회원이 많았다. 기존 회원들은 그동안 저렴하게 골프장을 이용해왔지만, 대중제로 전환되면 그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골프장을 매도하려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회생절차를 통해 자신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게 없다. 매각을 통해 자금을 받으면 채권자들에게 배분해야 하므로 매각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 P플랜을 적용한 골프장 매각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P플랜을 적용한 골프장은 레이크힐스 순천cc였다. 레이크힐스는 전국에 여러 개 골프장을 운영하다 보니 당시 채무를 변제해 정리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 이로 인해 매각에 긍정적으로 참여했고, 회원들 역시 결사반대를 하기보다는 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P플랜을 적용해 매각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골프장·부동산 매각 및 회생 자문을 진행할 때, 자신만이 가진 차별점이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내에서 1년간 이뤄지는 골프장 M&A 사례를 찾아보면 수가 많지 않다. 그동안 P플랜 등 다양한 거래 구조 형태로 딜을 성공한 경험이 있어 당사자들이 협의할 수 있는 조건에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기관 자문도 함께 하고 있어 필요한 거래에 금융기관 의견이나 조건들에 대해 사전 협의가 빠르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관련 업무를 많이 다루다 보니 운영사나 금융사 등 많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의사결정에 있어 더욱 현실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민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올해 골프장과 부동산 M&A 시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골프장 M&A가 마지막 단계에서 무산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가격으로 볼 수 있는데, 매각 금액 자체가 워낙 크기도 하고 최근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소유주 입장에서 조금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에 매각이 무산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골프장 인수에 대한 니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펀드가 인수하는 경우가 많은데, 펀드를 결성해 골프장을 인수하고 운영사를 정해 임차 운영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앞으로는 출렁이던 시장가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불확실성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동남아시아나 해외로 나가 골프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내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스타트업, 중소기업 인수 자문도 진행했는데, 이들 M&A 시장이 가진 특징은 무엇이고 앞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국가에서 운영비, 초기 투자 등 많은 지원을 해준다. 이런 기업을 인수하는 대상은 주로 대기업이다. 대기업이 성장 가능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선순환 구조로 돼 있는데, 이들 기업이 대기업으로 흡수되게 되면 기존에 국가로부터 받던 혜택이 없어지게 된다. 현재는 국가 지원이 중단되는 데 유예 기간을 주고 대기업으로 체질로 바꾸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런 규제가 있어 거래에서 어느 정도 제약이 발생하게 된다. 창업자로서는 기업을 팔고 매각 후 차익을 얻어야 하는데, 이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을 편하게 인수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자신의 목표와 후배 변호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매각을 안정적으로 끝낼 수 있도록 서로 믿을 수 있는 계약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특히, 실사 작업에서 드러난 문제가 있으면 인수인이나 매도인에게 공유해서 서로 의견을 합치해 거래를 완료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협의하지 않은 부분이 나와서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명하게 확인된 상태에서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법률 자문을 하는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기업을 실사하거나 내용을 파악하면서 낯선 거래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만큼 새로운 기업이나 분야가 계속해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변호사도 자신이 익숙한 것만 하기보다는 새로운 분야, 새로운 법률 거래에 도전하며 시각을 넓혀갔으면 좋겠다.
 
강은영 기자 eykang@etomato.com